[이세영의 세상읽기] 사기죄, ‘미필적 고의’만 있어도 성립

사기죄에서 기망행위는 고의를 전제로 하고, 여기에는 확정적 고의는 물론 미필적 고의도 포함된다.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이 불확실한 경우 즉 행위자에 있어서 그 범죄사실 발생에 대한 확실한 예견은 없으나 그 가능성은 인정하는 것으로, 이러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 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 발생을 용인하거나 감수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음을 요한다.

그리고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거나 감수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해당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관점에서 그 심리상태를 논리와 경험칙에 의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기죄에서 편취의 미필적 고의는 행위자가 자백하지 아니하는 이상 범행 전후의 행위자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발주자가 자기자본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금융기관이나 다른 사람 등으로부터의 차용금 등만으로 막대한 대지구입비 및 건축공사비가 소요되는 호텔의 신축공사를 발주한 후 공사업자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 발주자는 처음부터 공사업자가 호텔을 완공하여 주더라도 그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공사업자와 사이에 호텔의 신축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서, 발주자에게 공사계약 당시 공사업자에 대하여 공사대금을 편취할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임대인이 자본이나 수익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보증금이나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용금 등만으로 다수의 주택을 매수하는 무자본 갭투자로 주택을 임대한 후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경우에, 임대인은 처음부터 임대차기간이 만료되더라도 그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임차인과 사이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서, 임대인에게 임대차계약 당시 임차인에 대하여 보증금을 편취할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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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김규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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