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성년이 된다'는 것

[시민건강논평] 죽음에 너무 가깝게 있는 아이들

5월 셋째 월요일인 오늘은 성년의 날이다. 아동·청소년들이 연루되거나 희생자·피해자가 되는 폭력, 교통사고, 산재, 자살 보도들을 심심찮게 접하면서 새삼 지금 한국 사회에서 '성년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되묻는다. 과연 지금 우리 사회는 아동·청소년들이 상호 신뢰와 존중에 기반하여 공동체를 함께 운영할 동료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안전·건강·생명·인권 등의 가치가 담보된 아동·청소년기를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성년이 된 아이들이 사회에 대한 책무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좋은 표상이 되고 있을까?

그동안 학령기 청소년들의 '학교 문제'로 여겨지던 학업 스트레스, 또래 관계의 문제, 일탈적 행동들은 이미 학교를 넘어선지 오래다. 줄어든 공교육 시간을 대신하는 사교육, 여가 시간 동안의 스마트폰에 대한 과의존, 사이버 상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나타나는 또래 폭력. 이 모든 것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주관적 웰빙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삶의 만족도가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무는 이유로 충분할 것이다.(☞ 바로 가기 : 통계청 연구보고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건강하긴 한가. 정신질환으로 진료 받는 아동·청소년이 꾸준히 늘어가고 있고, 비만율도 남녀 모두에서 증가 추세이다. 10대 청소년 전체 사망의 약 50%가 자살과 운수 사고로 인한 것인데, 특히 10대 자살 사망자 수는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성년이 되기 전에 삶을 마친 아이들이 2019년에만도 300명이었다.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이 죽음에 너무 가깝게 있었다. 그 밖에도 아동학대 피해를 입거나, 여자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탐욕과 성적 착취의 대상이 되는 일, 다치거나 목숨을 잃기도 하는 직업계고 산업체 현장실습, 소아청소년과의 위기와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결국 치료 받지 못하고 사망한 학생의 사건은 또 어떤가.

입시 중심의 경쟁적 교육제도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폭력의 예방과 보호, 젠더 불평등, 산업안전보건, 보행자 교통안전, 필수의료 진료 체계까지. 사실 기성 사회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제도적 미비와 사회적 갈등과 부조리가 아동·청소년의 일상생활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삶의 위험이 질적으로, 양적으로 악화되는 형세이다. 게다가 미성년자라는 신분이나 신체적·정서적으로 발달과정 중이라는 아동·청소년기 고유의 특성들은 사회적 보호의 우선순위 요건이 되기보다 취약성을 가중시킨다.

게다가 아동·청소년들이 성장과정에서 전반적으로 복합적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해도 가구의 사회경제적 형편에 따라 위험이 완충되거나 불리함이 더 커질 수 있다. 소득불평등이나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사회에서 초기 생애주기에 중첩된 기회의 불평등을 겪고 겨우 '살아남은' 아이들이 어떤 삶의 전망을 기대할 수 있으며, 어떤 사회적 책임을 기꺼이 수용하겠는가.

아무런 선택도, 어떤 잘못도 하지 않은 아이들이 가족 내에서 그리고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발달과정에 적합한 건강 수준과 만족스러운 인간관계, 온전한 삶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단지 안타까운 개인의 불행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사회학자 퍼트넘의 지적대로 좋은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의 운명은 우리 공동체의 경제, 민주주의, 가치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우리 아이들>(로버트 퍼트넘 지음, 정태식 옮김, 페이퍼로드 펴냄)) 우리는 아동·청소년의 취약성을 완화하고 당사자성을 반영하는 사회 정책이 그들의 삶의 위험과 기회 불평등을 줄일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체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가령 스쿨존 안전을 위한 법이 만들어졌지만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가 여전히 줄지 않는 것은 법 자체의 불충분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관련 법제도와 교통안전 문화와 규범의 간극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아동학자 프리실라 엘더슨(Priscilla Alderson)은 도로의 신설과 운송에 맞물린 경제적 이해가 도로안전 계획이 중요하게 개입할 여지를 없애고, 신규 운전자에 대한 교육·도로안전법의 집행·주행 속도 및 음주에 대한 규제 부족 등으로 인해 아동의 사고 위험이 증가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성인 중심의, 경제적 이해 편향의 사회와 구조는 아동·청소년의 안전과 보호를 우선하려는 변화들을 억제하는 권력이 된다. 그런 부당한 권력이 운수사고의 최대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라는 '불필요하고, 회피 가능하며, 공정하지 않은' 건강 불평등을 만든다는 사실에 적극 개입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운수사고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다.

또한 아동·청소년은 정책과 프로그램의 대상으로 존재할 뿐, 그들이 당사자성을 반영할 정치적 권한을 직접 행사하지 못한다. 즉 실존하지만 그들의 관점이나 의견이 대리인을 통해서만 말해지는 이 특수한 상황은 정치적 압력의 기회 부재(봉쇄)와 아동·청소년의 생활세계에 대한 불충분한 해석과 자원배분으로 이어진다. 자기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대한 참여가 중요하다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오직 생물학적 연령 기준에 따른 강고한 배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실천은 선거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에서 아동·청소년들이 발달과정에 맞는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통해 최소한 스스로의 안전과 안녕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하고, 그런 참여와 실천이 가능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때 이른 죽음으로 아이들을 보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아동·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안전, 건강, 생명, 권리와 관련된 중요한 결정과 실천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아동·청소년들이 처해 있는 상황과 이들의 고통은 궁극적으로는 우리 공동체의 이슈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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