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비명' 박광온…1차투표에서 과반 당선

이재명과 총선 이끈다…"쇄신 의총 열고 '돈봉투 의혹' 국민 신뢰 회복"

내년 총선을 이끌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비(非)이재명계로 꼽히는 3선의 박광온 의원이 선출됐다. 박 의원은 '통합'과 '소통'으로 과반 표를 가져가며 홍익표·김두관·박범계 의원을 제치고 지도부에 입성했다.

박 의원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총 169표 중 과반을 득표하며 결선투표 없이 4기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 박홍근 의원에 밀려 고배를 마셨던 박 의원은 재수 끝에 이듬해 선거에서 결국 당선되는 쾌거를 이뤘다.

문화방송(MBC) 기자 출신인 박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친(親)문재인·친이낙연계, 비명계로 분류된다. 다만 대선후보 경선 후에는 이재명 당 대선 후보 캠프의 공보단장을 맡기도 했다. 

중도·온건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강행 처리에 앞장서는 의외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당에 부족한 소통의 보완재 되겠다"...朴 '통합 전략' 먹혔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막판까지 쉽사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혼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완벽한 진영 대결 구도가 아니었던 탓이다.

물론 박 의원은 선거 초반부터 유력 후보로 가장 많이 거론된 후보였다. 이재명 체제 출범 후 당 지도부가 강성 일변도로 의사결정을 하는 일이 잦아지자, 당 내에서는 지도부 내 균형추를 맞추기 위해 차기 원내대표는 비명계에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리고 원내대표 선거에 등록한 네 후보 중 박 의원은 가장 비명에 가깝다는 평을 들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새 원내대표가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의원과 함께 '2강'으로 분류된 홍 의원의 경우 친(親)문재인·친이낙연계 출신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홍 의원은 친명계 의원들의 공개 지원을 받으며 비명계뿐 아니라 친명계까지 아우르는 신흥 강자로 부각됐다. 이에 일각에선 홍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치기도 했다. 게다가 두 의원 모두 온건 성향으로, 결국 세 싸움으로 보나 개인 캐릭터로 보나 비등하다는 평이 나왔다. 

의원들은 공공연하게 "둘 다 큰 차이가 없어 누굴 찍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선거에서는 과거와 달리 의원 모임마다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 선언하는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 재선 의원은 투표에 앞서 "홍익표 의원이 속한 더좋은미래나 민평련에서 박광온 의원을 민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박광온 의원이 속한 민주주의 4.0에서는 홍익표 의원을 지지한다는 분들이 있어서 결과가 전혀 가늠이 안 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비등한 대결 속에서 결국 승기를 잡은 것은 박 의원이었다. 당 안에선 그가 내세운 '통합 전략'이 주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내 이야기를 종합하면, 박 의원은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개별 소통을 통해 친명계 내 지지층을 확보해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강성 초선 의원들이 모인 처럼회 소속 의원 몇 명은 개인적 인연을 바탕으로 박 의원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이미 비명계에서는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었기 때문에 진영을 불문하고 많은 표를 모았다는 분석이다.

한 중진 의원은 "박 의원이 평소 빈말을 하지 않는 진중한 스타일로 알고 있는데, 한 분 한 분 의견을 허투루 듣지 않겠다는 정견 연설이 진심으로 느껴졌다"고 박 의원을 뽑은 이유를 밝혔다.

그런가 하면 비명계로 알려진 다른 의원은 "이번 선거는 진영 선거다. 당직 개편 마침표를 찍는 성격"이라며 박 의원을 지지한 이유를 돌려 설명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날 정견 발표에서 "한 분 한 분 소중한 의견을 원내 운영에 반영하겠다. 한 분 한 분 고충과 애로를 충실히 파악해 맞춤형 해법을 찾아내겠다"고 했다. 이어 "제가 당에 부족한 소통의 보완재가 되겠다"면서 "당의 포용성을 높이고 확장성을 넓히고 균형을 잡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와 아주 좋은 관계를 만들고, 통합된 힘으로 윤석열 정부와 대차게 싸우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너무 사람이 좋아 걱정'이란 말들을 하시는 것 같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면서 "MB(이명박) 정권이 끝내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켰고, 저는 항의 표시로 보도국장에 물러난 최단명 보도국장이었다"면서 "지난해 검찰개혁법 처리 과정에서도 많은 곡절이 있었지만 법사위원장으로서 담담하지만 단호하게 처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의원에 맞서는 홍 의원은 '희생 전략'을 내세웠다. 그는 앞서 정견 발표에서 기존 지역구인 성동구를 버리고 험지인 강남에서 새출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꽃길을 내려놓겠다. 험한 가시밭길, 제가 앞장서 헤치고 나가겠다"면서 "승리의 전면에는 여러분이 있어달라. 그 뒷길엔 제가 있겠다"며 의원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아쉽게 박 의원에 밀려 2위에 올랐다.

김 의원은 "이번 선거를 바로 여기에 앉아계신 이재명 대표에 신임투표라고 규정한다", 박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폭주하는 검찰 독재 기관차를 멈춰 세우겠다"며 각각 친명계에 표를 호소했지만, '비명'이 우세했던 선거의 전세를 뒤집지 못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새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 박홍근 전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朴 "'돈봉투' 쇄신 의총 열어 국민께 보고...李대표와 긴밀한 관계 만들 것"

신임 원내대표로서 처음 단상에 올라선 박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선거과정에서부터 통합과 단합의 정신으로 이뤄졌다"면서 "모든 의원들과 함께 이기는 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그는 취임 후 첫 과제인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우리를 강하게 하는 일이라고 믿는다"면서 "태도가 본질이다. 국민들이 우리 당이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대할 것인가 하는 태도의 문제에 유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쇄신 의원총회를 최대한 빨리 열어서 이 문제의 지혜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밤을 새워서라도 의원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듣고 총의를 모으는 길을 가겠다. 그리고 국민께 보고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대한 이른 시간에 하겠다"며 쇄신 의총 개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비명' 원내대표로서 이 대표와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친명, 비명 분류는 유효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원내대표 경선 자체가 통합의 과정, 당의 에너지 모으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와 지도부와 원내지도부와 매우 긴밀히, 원활하게 일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국민의힘과의 관계에 대해선 "국회 법과 헌법 정신에 맞게 운영하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른 시간 안에 여당 대표와 만나 이런 기본적인 정신에 대해 어떻게 하면 민생 우선 정치를 복원할지 깊이 있게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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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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