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하나씩 실행하는 북한…김정은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준비"

핵 탑재한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상시 전개와 북한 군사 행동의 악순환 이어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만간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조성된 국제정세에서 북한의 행동을 제지할 수 있는 행위자가 없어진 상황적 요인과 함께, 한미 양국이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시키는 등 위협 수위를 높여가는 것이 북한의 군사 행동 고도화에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8일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한 자리에서 "4월 현재 제작 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준비를 다그쳐 끝내며 앞으로 연속적으로 수개의 정찰위성을 다각 배치하여 위성에 의한 정찰정보수집능력을 튼튼히 구축할 데 대한 전투적과업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기상관측위성, 지구관측위성, 통신위성보유를 선점고지로 정하여 재해성기후에 철저히 대비하고 나라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이용하며 인민경제의 과학적 발전을 강력히 추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급히 마련하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통신은 김 위원장이 "각급 교육 및 과학연구부문이 실용적인 각이한 용도의 위성개발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체계를 세우고 국가적 투자를 늘여 우주과학기술분야의 발전을 도모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위성개발이 가속화되는데 맞게 표준화된 믿음성 높은 운반로케트(로켓) 생산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며 우주강국건설의 이상과 포부가 반영된 위성발사장들을 훌륭히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정찰위성 확보는 지난 2021년 8차 당 대회 때 제시했던 군사 관련 과업 중 하나다. 당시 북한은 고체형 ICBM, 핵잠수함,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무인정찰기와 함께 군 정찰위성을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 역시 이날 현지지도에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는 국방력발전 5대 중점목표에 적대세력들의 군사적기도와 움직임을 상시장악하기 위한 우주정찰능력의 보유를 우리 국가의 방위력건설의 가장 중차대한 선결적과업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19일 통신은 '국가우주개발국 정찰위성개발을 위한 중요시험 진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날인 18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개발을 위한 최종단계의 중요시험을 진행하였다"며 "국가우주개발국은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하였다"고 밝혀 위성 발사를 예고한 바 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군사정찰 위성 발사를 위한 최종 준비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위원장은 이날도 딸인 김주애(이름 추정, 김 위원장 오른쪽 옆)를 등장시켰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위성 발사 이유로 한미 양국의 군사 행동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여러 번 언급했다.

그는 군사 정찰 위성에 대해 "미제가 핵항공모함과 핵전략 폭격기를 비롯한 각이하고도 방대한 전략장비들을 조선반도(한반도)와 주변지역에 상시배치수준으로 전개하면서 남조선(남한)을 침략의 전초기지로, 전쟁화약고로 전변시키고있는 현 실태와 연합준비태세의 구실밑에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과 영토완정을 위협하는 미국과 남조선의 군사행동이 보다 노골화될수 있는 전망적 우려로부터 출발"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남조선이 올해에 들어와 가장 적대적인 수사적 표현을 내뱉으며 명백한 행동으로 보여준 바와 같이 앞으로도 '확장억제력제공'과 '한미동맹강화'의 명목 밑에 반공화국군사태세를 더욱 강화하려고 획책하는 상황에서 우리 국가가 현재와 미래의 우려스러운 안보환경에 상응한 군사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사정찰 위성보유가 계단식으로 확장되고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군사적 위협과 도전으로부터 국가의 안전환경과 영토완정을 수호하고 인민의 안녕과 발전 이익을 고수하며 상황에 따라 선제적인 군사력을 사용하기 위한 자위적국방력강화에서 노는 역할과 전략적 가치와 의의"를 강조했다.

현재 국제정세에서 북한의 이같은 행동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상황적 요인도 연이은 군사 행동을 불러오는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군사 행동을 제대로 제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보리는 지난해부터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그 어떤 공통된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높은 수준의 대응조치인 '결의안'(Resolution)은 커녕 중간 단계 수준인 '의장 성명(Presidential statement)'도, 가장 낮은 수준인 '언론 성명(Press Statement)'도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안보리는 17일(현지시각) 뉴욕 유엔 본부에서 지난 13일 북한이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과 관련한 조치를 논의했으나, 북한의 행위를 규탄한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과 달리 중국과 러시아 등은 미국의 군사 행동이 북한의 행위를 불러왔다고 주장해 결국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한편 북한의 위성 발사 시점을 두고 당초에는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을 예상하기도 했으나, 북한이 이날 보도에서 최종 준비를 다그쳐야 한다고 밝힌 만큼 이르면 이달 말, 지연될 경우 5월 이후로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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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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