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해변에 영국 코만도 부대가 나타난 이유는?

[정욱식 칼럼] 한반도, 미국 동맹국들의 군사 훈련 연습장 되나

3월 20일부터 시작되어 4월 3일까지 실시될 예정인 '쌍용훈련'은 여러 모로 주목을 끌고 있다. 우선 규모부터가 '역대급'이다. 2018년 이전에는 주로 여단급으로 실시됐으나 5년 만에 다시 실시되고 있는 훈련은 사단급으로 확대됐다.

또 독도함과 '작은 항공모함'으로 불리는 미국의 마킨 아일랜드함을 비롯한 함정 30여척, 각종 헬기와 F-35B 등 항공기 70여대, 그리고 상륙돌격장갑차 등 50여대 등이 동원되고 있다. 입체전력을 총동원해 유사시 북한의 주요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훈련을 통해 입증해보이겠다는 것이다.

영국 해병대의 코만도 1개 중대가 처음으로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이 추구해온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유엔사 활성화 계획, 그리고 영국과 일본이 올해 초에 체결한 '원활화 협정'(RAA)과 논리적인 연결고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 22일 경북 포항시 북구 한 해안에서 영국 해병대 '코만도' 병력이 한국 해병대원과 함께 고무보트(IBS)를 타고 상륙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 미국, 영국 수색부대는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22일부터 23일까지 포항 해안 일대에서 연합 수색 훈련을 실시했다. ⓒ연합뉴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반도 '역외' 작전에 주한미군의 투입 옵션을 강화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이 꾸준히 추구해온 전략이다. 핵심적인 목표는 대만 유사시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주한미군도 동원할 수 있다는 데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미국의 고민거리가 있다.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이 차출되면 한반도에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2021년 5월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의 인준 청문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되었다.

공화당의 한 상원의원이 '주한미군이 대만으로 전개되면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지자 러캐머라는 "한국군과 유엔사가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유엔사 활성화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결고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일본은 오스트레일리아에 이어 영국과도 원활화 협정을 맺었다. 상호간의 군대 파견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이다. 그런데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대표적인 유엔사 전력 공여국들이고 유엔사 후방기지는 일본에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출동을 원활하게 하고, 이들의 공백을 영국 등 유엔사 전력공여국들의 군대 파견으로 메워 대북 군사태세를 유지하는 방식이 강구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이번 쌍용훈련에 영국군이 참여하고 오스트레일리아는 참관단을 파견한 것이 심상치 않게 여겨지는 이유이다.

역대급 쌍용훈련에 고무된 탓인지, 군 당국은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하고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한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강력 반발하면서 '핵 무인 수중공격정'을 선보였다. 유사시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나 연합상륙작전 부대의 접근을 '거대한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안보 딜레마가 격화되고 있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성격을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을 상대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싶어하고 또 차곡차곡 추진해왔다. 미국의 핵심적인 동맹국들인 영국과 일본 등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한국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동참하고 훈련장을 내주면 우리의 운명은 급격히 타자화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이 대만 유사시에 개입하는 순간, 우리도 그 전쟁에 휘말릴 위험이 매우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시급히 강구되어야 할 것은 우리 영토·영해·영공을 발진기지로 삼으려는 미국 군사력에 대한 주권적 통제 방안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주권국가로서의 당연한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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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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