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尹 담화 겨냥 "용인에 日소부장 기업? 어느 나라 정책이냐"

민주당, 尹 '23분 국무회의' 발언에 "앞뒤 다 뗀 역사관" 맹폭…국정조사·청문회 추진도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21일 국무회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각을 세웠다. 특히 대일 문제와 관련해 "앞뒤 다 뗀 역사관"이라고 질타하며, 최근 한일 정상회담의 책임을 묻기 위한 청문회와 국정조사 추진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며 "과연 어느 나라 경제 산업 정책인지 묻고 싶다"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일본 수출 규제 행보에 맞선 우리 기술 독립, 소부장 자립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낸 대표적 사례였다"면서 "100대 소부장 핵심 전략 기술 중 대일 의존도가 33% 감소할 정도로 대한민국 소부장이 일본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 들어서 소부장 독립은 사실상 중단됐다. 소부장 특례보증에 대한 정부 예산이 전액 삭감됐고 다른 소부장 관련 예산들도 대폭 줄어들었다"면서 "국내 기업들은 피해를 보고 일본 기업은 혜택 보는 일에 정부가 나서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특정 국가에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 다변화를 모색하고 국내 자체 생산 역량을 키우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정부는 즉시 우리 소부장 기업 지원을 원상복구하고 기술 독립정책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한일 관계의 개선은 우선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뛰어난 제조기술과 일본 기업의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이 연계되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며 "양국 기업 간 공급망 협력이 가시화되면, 용인에 조성될 예정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의 기술력 있는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을 대거 유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역사관을 집중 질타했다. 그는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반성과 사과를 표한바 있다'. 이는 미래세대에게 사죄를 계속할 숙명을 지워선 안 된다며 더 이상의 사과를 거부했던 아베 전 총리의 담화가 아니다. 식민 지배에 대해 더 이상 사죄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자민당 우익 의원의 발언도 아니다"라며 "바로 대한민국 국민 앞에서 생중계된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독일과 프랑스가 양차 세계대전에서 적으로 맞서다 전후 가장 가깝게 협력하는 이웃이 됐다는 앞뒤 다 뗀 역사관도 기가 막히다"면서 "역대 우리 정부 어느 대통령도 일본의 반성과 사과도 없이 대놓고 퍼주기 외교를 했던 전례가 없었다. 위안부 합의로 지탄받던 박근혜 정부조차 일본의 사죄와 반성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피해 당사자들의 거부도 무시하고 국민 반대를 무릅쓰며 일본으로부터 사과 등 그 어떤 것도 받아내지 못한 대통령을 우리 국민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 비정상 회담을 둘러싼 의혹과 책임 규명을 위해 국회 차원의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관 상임위가 참여하는 합동 청문회를 국정조사와 함께 빠른 시일 안에 실시할 것을 각 정당에 제안하며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를 거부할 경우 다른 야당들과 신속히 추진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에 이어 대일굴종외교 규탄 태극기달기 운동 행사에서도 정부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일본이 과거의 침략 그리고 인권침해에 대해 반성도 사죄도 제대로 하지 않는 상태서 일본에 저자세로 조공 바치듯이 한일 정상회담을 해온 것에 대해 국민께서 참 허탈하고 모욕감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전날 "주당 60시간 이상의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주당 60시간은 무리'라고 하는 언급을 대통령실이 '개인 의견'이라고 폄하한 바 있다. 대통령실이 또 (어제 국무회의 발언을) '대통령 개인 의견'이라고 말할지 궁금하다"면서 "대통령과 대통령실조차 손발 안 맞을 정도로 졸속 노동개악을 추진하고 있다는 자기 고백"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국민을 과로사로 내모는 노동개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면서 "국민에게 공짜노동, 공짜야근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불합리한 임금 제도를 손보겠다. 주당 52시간제 정착을 넘어서서 이제 주 4.5일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다음주 중으로 주 4.5일제 추진을 위한 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일본 퍼주기, 노동자 쥐어짜기가 아니고 다급한 민생경제를 지키는데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면서 실리콘벨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막기 위한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을 촉구했다.

그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선제적이고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민주당은 현재 5000만 원인 예금자 보호 한도액을 1억 원으로 대폭 상향하고 대출금리 부담을 보다 완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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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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