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얇은 얼음 위 있다"…2030년까지 탄소 절반 감축, 온난화 '마지막 기회'

IPCC 6차 평가보고서 "2040년까지 지구온도 1.5도 상승"…"가장 적게 오염 배출한 나라가 큰 피해" 기후 정의 요구도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40년까지 지표 온도가 1.5도 상승할 수 있다고 제시함에 따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각 국에 '넷제로'(Net Zero·온실가스 순배출량 0) 달성 목표 시기를 10년 가량 앞당기기를 주문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20일(현지시각) 이날 발표된 IPCC 6차 보고서 관련 기자회견에서 "인류가 빠르게 녹고 있는 얇은 얼음 위에 있다"고 경고하며 각 국에 넷제로 달성 목표 시기를 앞당기라고 촉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선진국은 2040년까지, 개발도상국은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주요국의 기존 목표보다 10년 이상 이른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넷제로 달성 목표 시기를 2050년, 중국은 2060년, 인도는 2070년으로 잡고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2030년까지, 다른 나라들은 2040년까지 석탄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IPCC 보고서는 "인류의 생존 가이드"라고 강조했다.

이날 제시된 IPCC 보고서는 2011~2020년 사이 지표 온도가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에 비해 이미 1.1도나 상승했으며 이는 주로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결과라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지속되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온난화 심화로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2021~2040년까지 지표 온도 변화가 1.5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자는 목표가 설정됐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매우 낮거나 중간 수준으로 제어될 경우에도 2081~2100년 사이 지표 온도 변화가 1.4~2.7도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배출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땐 온도 변화가 4.4도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 환경프로그램(UNEP)이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처하고자 공동으로 설립한 기구인 IPCC는 그 뒤 5~6년 간격으로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이번 보고서는 195개국 대표단의 승인을 받았으며 온난화의 원인·기온 상승이 전 인류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온난화를 멈추기 위한 국가 전략에 대해 가장 포괄적인 시각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고서는 올해 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릴 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도 주요 근거로 사용될 예정이다.

IPCC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2019년 대비 거의 절반(48%) 감축하고 2050년까지 배출을 거의 멈춘다면(99% 감축) 지표온도 변화가 1.5도 이하로 제한될 가능성(50%)을 제시하며 '마지막 기회'를 남겨뒀다. 이회성 IPCC 의장은 "현 계획 및 지금까지 진행한 속도와 규모로는 기후변화 대응에 역부족"이라며 "우리는 전력 질주해야 할 때 걷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주요국은 보고서의 권고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 미국 정부는 알래스카 북서부 대형 유전 개발 사업을 승인했다. 지난달 발간된 핀란드 비정부기구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와 글로벌에너지모니터(GEM)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신규 건설 허가된 석탄화력발전소는 168곳에 달했다.

IPCC는 이번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기후 변화에 가장 적게 기여한 가난한 나라들이 폭염·폭우·가뭄 등 온난화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상위 10% 가구가 34~45%의 소비 기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반면 하위 50%는 13~15%의 소비 기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저자 중 한 명인 아디티 무케르지 박사는 "기후 변화에 가장 적게 기여한 이들이 기후 변화에 불균형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후 정의는 중요하다"며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이 기후 변화에 매우 취약한 지역에 살고 있고 지난 10년 간 홍수·가뭄·폭풍으로 인한 사망이 이 지역에서 15배나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19일 폭우로 침수된 나이지리아 하데자 지역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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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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