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갈등 극복으로 거론된 '전면 인적 쇄신', 李 받을까?

비명계도 李대표 퇴진 요구는 '신중 모드'로…'대안 없다'는 인식 영향?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 이후 리더십 위기를 맞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부 갈등 극복 방안으로 당직 인사 쇄신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 사실상 힘을 실어줬던 민주당 내 의원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가 15일 공식적으로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하면서, 이 대표가 이를 수용하고 당직 개편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내 최대 모임 '더좋은미래' 간담회에 참석해 더미래 소속 28명의 의원과 약 140분에 걸쳐 당 내 통합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더미래 대표인 강훈식 의원은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당의 모습이 절실한 상황에서 전면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달했고. 이 대표에게 결단을 내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와 같은 요구에 대해 "이야기를 잘 듣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무직, 임명직(을 쇄신할지 요구)은 적절치 않다"면서 "대표가 판단할 것"이라고 부연하면서 "더좋은미래는 당 대표와 함께 단결, 힘을 모아 실천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논의된 이야기에 대해선 "큰 틀에서 소통 강화, 공통 분모를 키우자 말씀도 있었고, 지난 번 있었던 표결 결과에 대한 아쉬움들의 원인에 대한 각자의 진단, 그런 대안의 말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이 대표의 연말 퇴진 가능성과 관련해선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좋은미래-당대표 간담회에서 더좋은미래 대표인 강훈식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퇴진 대신 인적 쇄신 요구한 민주당 의원들

더미래는 당 안팎에서 대표직 사퇴 요구가 빗발치던 지난 8일 "이재명 대표가 당의 불신 해소와 혁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입장문을 내 사실상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더미래는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당직 쇄신을 통해서라도 당 내 반발을 가라앉혀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같은 요구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인적 쇄신은 당 내 대표 비(非)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이 지난 7일 라디오 방송에서 처음 언급하면서 공론화됐다. 조 의원은 지난 7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대표가 당 대표직을 물러나는 것도) 해법 중의 하나"라며 "최고위원을 포함해 정무직 당직자들, 사무총장이라든가 하는 당직 개편도 방법"라고 밝힌 바 있다. 비명계에서는 당직 개편이 최선의 방안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과 같은 강성 일변도 기조에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 사퇴 이후 대안이 없다'라는 현실론도 인적 쇄신 방안이 대두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친(親)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지금 이 대표가 사퇴하면 궐위된 당 대표 잔여 임기가 8개월 이상일 경우여서 당헌상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는데, 지금 수석최고위원(정청래)이 당 대표 후보로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면서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친명계에서는 비명계 내에서도 이와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미래보다 상대적으로 비명 색채가 짙은 의원모임 '민주당의 길'도 현재 이 대표 사퇴 문제에 대해선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후 2주 만에 열린 전날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길 의원들은 이 대표 거취 문제를 포함해 당 내 갈등 수습 방안에 대한 구체적 방법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민 의원은 비공개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사퇴 여부에 의견을 교환했느냐'는 질문에 "그건 따로 이야기가 없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민주당의 길에서 이 대표 사퇴 문제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요구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다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그 문제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의원은 다만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안 하고 그냥 '졌지만 잘 싸웠다' 이런 분위기로 계속 당이 가는 것에 대해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대선에서 후보의 책임 문제를 제대로 평가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지금도 이 문제가 제대로 평가도 안 되고 이렇게 가는 것은 국민이 민주당을 윤석열 정부에 대한 대안세력, 신뢰받는 정치 세력으로 보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이 대표를 겨냥한 비판도 내부 토론에서 개진됐다고 전했다. 

친명계는 현실론에 기반한 자신감으로 당 대표 퇴진론을 가라앉히려는 분위기다. 김영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 퇴진론에 대해 "지금 논의하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된다"며 "현재 상황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나갈 것인가 이런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야당이 국민과 민생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명확한 자기의 방향과 지침을 가지고 가는 게 필요하지, 지금 야당 대표의 여러 가지 진로나 이런 것을 가지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약간 제가 보기에는 여의도 정치의 맹점"이라고 했다.

친명 진영의 지지를 바탕으로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지목되고 있는 홍익표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재명 리스크라는 것에 우리 스스로가 거꾸로 안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당 대표 거취 문제가 아니라 민생 문제에 몰두하란 뜻으로, 사실상 비명계를 저격한 발언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가 당 내 다수 의원이 요구하는 전면적 인적 쇄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퇴진 요구는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로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까운 이개호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 대표 퇴진론과 관련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선 어떤 일이든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들었다"면서 "내년도 총선 승리가 정치적 입장, 처신에 있어서 가장 큰 판단의 기준"이라고 강조, 상황에 따라 이 대표 퇴진이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을 간접 시사했다. 

거듭 자세 낮춘 이재명 "절대적으로 소통 부족"...개딸엔 "트럭 시위 도움 안 돼"

전날 자신의 잘못을 거론하며 '반대파 끌어안기'에 나선 이 대표는 이날도 당 내 소통 강화를 약속했다. 그는 더미래 간담회에서 "당대표로 취임한 지가 6개월 남짓 돼가는 것 같은데, 그 사이에 나름 의원들과 대화할 시간을 많이 가져보려고 노력했는데 절대적으로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근에 한 분 한 분 만나 뵙고 의견을 들어본 결과에 의하면 당 지도부와 의원들 사이에 뭔가 실선은 아니지만 점선 같은 것이 쳐져 있다는 그런 느낌, 소통이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이 많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방송에서도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무효, 기권 의원님들의 충정을 이해한다"면서 "모든 분의 의견을 다 수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고,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고 제 부족한 면도 분명 있다"며 낮은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 내 강성 지지층의 배타적 지지 행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간담회 종료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부 공격이 가장 큰 리스크"라면서 일부 지지자들이 강병원·전해철·이원욱·윤영찬 등 비(非)이재명계 의원들의 지역 사무실 앞에서 벌인 전광판 트럭 시위를 비판했다. 강성 지지층의 공격적 행위가 자신의 당내 소통 행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거듭 자제를 촉구한 것이다.

이 대표는 "서로의 적대감만 쌓이고 이를 보고 지나가는 행인들은 이맛살을 찌푸린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거듭 호소드린다. 함께 싸워야 할 우리 편 동지들을 멸칭하고 공격하는 모든 행위를 즉시 중단해달라"고 했다. 전날 유튜브 방송을 통해 "집안에 폭탄 던지는 것과 똑같다", "자해적인 결과"와 같은 격한 표현을 동원해 공격적 지지 행위를 중단하라고 한 데 이어서다.

이날 더미래 간담회를 마친 이 대표는 향후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를 비롯한 당 내 다양한 의견그룹과 접촉면을 늘려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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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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