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 논란 속 외교부 "중국 내 한국 공장 원활히 가동돼야"

"한미일 안보협력, 중국에 적대적 의미 아냐"

미국이 반도체법을 통해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중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를 금지한 것을 두고 한국을 비롯해 대만, 일본, 유럽 등의 반발이 나오는 가운데 외교부는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은 그대로 가동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해외 언론들과 기자간담회를 가진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현 상황에서 미국, 일본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면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 반도체 공장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 공장은 당연히 원활하게 가동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교역대상국이고 미래에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우리 기업은 중국 내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있고 대기업 반도체 공장 가동되고 있다. 변함없이 잘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은 반도체 공장의 자국 유치를 위해 관련 법안인 소위 '반도체법'을 제정했는데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향후 10년 동안 중국 또는 관련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를 금지했다. 이를 두고 중국에 상당한 생산 공장과 설비를 두고 있는 한국의 삼성전자나 SK 하이닉스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에 정부는 미국과 반도체법 관련한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으로 급파했다. 안 본부장은 미국 측에 한국 기업의 투자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과도한 조건을 요구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중국과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한미일 안보 협력에 대한 문제도 거론됐다. 한미일 안보 협력이 중국에 등을 지겠다는 의미로 봐도 되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한미일 안보협력은 북한의 계속되는 위협으로부터 한반도 안보를 지키는 것이 주 목적"이라며 "중국에 대한 적대적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 충돌 시 한국은 한미일 안보협력 의무 때문에 중국을 적으로 돌릴 것이냐는 질문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에 중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중국과 관계에 대한 의지를 밝혔지만 실제 한중 간 고위급 회담은 지난해 12월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의 회담 이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 역시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것이 마지막이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눈에 보이는 측면에서 중국과 고위급 교류가 적다는 지적은 있을 수 있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교류가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라며 "외교적 상황이 아닌 외적인 상황 때문에 교류가 제한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개선되고 있고 중국의 지도체제가 자리 잡으면 고위급 교류도 조만간 재개되고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그런 것들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중 간 고위급 교류의 주요한 척도인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관련 이 당국자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기대하고 있고 올해 이뤄지면 좋겠지만 한중 간 긴밀히 협의해 추진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대중관계와 관련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에 있어 특정국가의 관계를 배제하는 사안은 절대 없다. 인태전략의 첫 번째 원칙은 포용성"이라며 중국과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뜻을 보였다.

▲ 박진(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해 12월 화상 회담을 가졌다.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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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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