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 사망'에 침통한 이재명 "검찰 용서 못 해"

"압박 수사 때문이지, 이재명 때문이냐" 격분…회의 중 말 못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거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검찰의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격분했다.

이 대표는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이냐. 수사 당하는 게 제 잘못이냐"면서 이같이 토로했다.

경기 성남수정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전 씨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전 씨가 쓴 노트 6쪽 분량의 유서가 발견된 점 등을 미루어 보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주변 인물이 사망한 사례는 이번 사건을 포함하면 다섯 건에 이른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전 씨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등 침통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믿을 수 없는 부고"라며 "제가 만난 공직자 중 가장 청렴하고 가장 성실하고 가장 헌신적이고 가장 유능했던 한 공직자"라고 했다.

그는 "자랑스러웠던 공직 성과가 검찰의 조작 앞에 부정당하고, 지속적 압박 수사로 얼마나 힘들었겠느냐"면서 "저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저와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이 수사 대상이 되고 있고 그야말로 본인뿐 아니라 주변까지 2차, 3차로 먼지 털듯이 탈탈 털리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 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 후 기소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언급하며 "'허위 사실이라도 조작해서 불어야 하는 모양'이라며 자해했다"면서 "검찰 특수부 수사의 대상이 되면, 사냥의 대상이 되면 죽거나, 조작에 의해 감옥에 간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 특수부에 수사 대상이 된 사람들이 왜 자꾸 극단적 선택하겠느냐"면서 "없는 사실을 조작을 해가지고 자꾸 증거를 만들어서 들이대니, 빠져나갈 길은 없고 억울하니 결국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분도 검찰은 '수사한 일은 없다' 이렇게 오리발을 내고 있지만, 제 구속영장에 여러 차례 언급되고 있는 분"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아무리 비정한 정치라고 하지만, 이 억울한 죽음들을 두고 정치도구로 활용하지 말라"면서 "주변을 먼지 털듯이 털어서 주변에 주변에 주변까지 털어대니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견뎌내나. 그야말로 광기다. 광기"라고 분개심을 드러냈다.

전 씨 유족에 따르면, 전 씨는 최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한 차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지난 1월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서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쌍방울 전 비서실장 A씨는 "2019년 5월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이 김성태 회장 모친상에 조문을 왔다"고 증언했다.

전 씨는 유서에서 '나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이름도 언급돼 있다고 하나 자세한 사항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편 이 대표는 대선 1주년을 맞이해 "누구보다 국민 행복과 국가의 발전을 바랐고, 이를 위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대했다"면서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부분이 전례 없는 퇴행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검사 독재의 칼날에 훼손됐고 민생과 경제는 언제 제2의 IMF가 터질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이라면서 "평화는 훼손됐고 굴욕적 강제징용 배상안으로 국민 자존심이 훼손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날 최고위 회의가 경기도청이 아닌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배경에 대해 "지금 도청에는 (검찰이) 이재명을 잡겠다고 2월 22일부터 지금까지 아예 사무실을 점거해서 2주 넘도록 상주 압수수색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하루도 아니고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도 아니고 2주 넘도록 상주해서 아예 사무실을 내고 압수수색색하는 사례를 본 일이 있나. 세계에 내놓아도 결코 갱신될 수 없는 최대 신기록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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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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