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보고된 이재명 체포동의안, 민주당 내 분위기는?

지도부 '압도적 부결' 장담…비명계 '3대 시나리오'는? '부결 뒤 사퇴', '자진출두', '가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4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면서 '체포동의안 정국'이 본격 열렸다. 민주당이 '압도적 부결'로 총의를 모으면서 오는 27일 이뤄질 표결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여전히 당 내에는 부정적 기류도 흐르고 있다.

국회는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국장으로부터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가 접수됐음을 보고받았다. 국회는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에 대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제안 설명을 듣고 바로 표결을 실시할 전망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보고에 앞서 열린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정치 영장은 검사독재 정권의 폭정으로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매우 부당한 구속영장 청구라고 이미 총의를 모은 우리 민주당은 의연하고 단호하게 표결까지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열린 의원총회를 열고 자율 투표를 하되, '압도적 부결'을 하기로 총의를 모았다고 박 원내대표가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비(非)이재명계로 꼽히는 설훈, 전재수 의원 등이 '부결' 의지를 내비치면서 당 지도부는 더욱 힘을 얻었다.

조응천 의원은 그러나 지난 23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비명계 의원들이 체포동의안 부결 주장을 한 배경에 대해 "그게 보면 어떤 전제가 있다. '대동단결해서 무조건 부결시키자' 하고 끝낸 게 아니고 '그러면 대표가 어떤 행동을 할 거다'(라는) 맥락이 있다"고 했다.

조 의원은 "이번에 부결을 시키되 당 대표한테 결단을 요구하자는 그룹이 하나 있고, 또 어떤 그룹은 '검찰 영장이 이렇게 허접하니 아예 법원은 기각할 거다. 당당하게, 표결하지 말고 먼저 나가시라' 이런 그룹이 또 있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이 말한 전자 그룹의 대표 인물이 설 의원과 전 의원으로, 이같은 주장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시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한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 대표 면전에서 사퇴를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지난주 이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억울한 건 이해하지만 부결 후 적절한 시점에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계속 버티고 있으면 총선에서 망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저쪽은 칼자루를 잡고 있는데 안 죽겠다고 잡아봐야 칼날"이라며 "아직은 이 대표가 스스로 내려놓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이 언급한, '표결하지 말고 먼저 나가시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는 대표적 인물은 박용진 의원이다. 박 의원은 최근 이 대표와에게 "변칙적으로 (대응) 하시는 '묘수'를 쓰시는 게 좋겠다"고 따로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외에서는 원로 정치인인 권노갑·유인태 전 의원이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관련기사 : 권노갑, 이재명 면전서 "다음엔 당당하게 솔선수범해야" 충고 / 유인태 "이재명, 영장심사 받지…모험 없이 거저먹으려 하나")

다른 한편에선 '표결에 임하되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망가는 이재명'이 아니라 '당당한 이재명'이 돼 달라"면서 "정녕 이 대표께서 끝까지 부결을 고집한다면 민주당을 살릴 방법은 민주당 의원들의 결심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 대표께서 생각을 바꾸도록 의원 한 명 한 명의 가결 투표 성명을 올리는 방법도 생각해달라"며 "단결의 목표는 민주당을 살리고 국민을 지키는 것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응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 세 가지 주장의 출발점은 같다. '당과 대표를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에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대표의 직무정지 가능성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계 의원이 대거 속해있는 토론 모임 '민주당의 길'은 최근 비공개 회동을 통해 '기소시 당직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도 싸늘한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9.5%)에서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49%가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답했다. '구속수사해선 안 된다'는 41%로, 찬성 의견이 8%포인트 더 높았다. '모름·응답거절'은 11%였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임오경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 당에서는 지금 이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를 검사 독재 정권의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법치를 빙자한 사법 사냥에 대해 국회는 국회대로 법에 대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론에 구애 받지 않고 체포동의안 정국을 풀어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양곡법 처리 27일로 미뤄…여야 극한대립 예고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여야 간 쟁점 사안인 양곡법은 처리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양곡 수급을 조절하고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취지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상정 및 처리 일정을 다음 본회의로 미루기로 이날 최고위·의원총회를 거쳐 결정했다. 27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이어 양곡관리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국민의힘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된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안 중 주요 부분을 수용하고 이를 27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오늘 본회의 처리도 가능하나,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건 정부·여당에 숙고하고 고려할 시간을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가 재정을 투입해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건 엄청난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양곡관리법 개정안처럼) 저렇게 힘으로 밀어 붙여서 실패로 끝난 임대차 3법, 선거법, 공수처법처럼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양곡관리법을 처리할 시 국민의힘이 앞서 공공연히 언급해왔던 '대통령 거부권 건의'를 실행에 옮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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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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