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안전운임제 폐기 방침에 노동계가 "일몰된 안전운임제의 개악이 아닌 연장안부터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비판 목소리를 냈다.
쟁의행위 손배소 대응 시민단체 '손잡고'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93개 노동·법률·시민단체로 이뤄진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운동본부)는 16일 논평을 내고 "대기업 화주사 위한 안전운임 개악시도 중단하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정부는 화주에 부과했던 안전운임 준수 의무를 없앤 안전운임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사실상 안전운임제 폐기를 공식화했다. 국민의힘과 국토교통부는 '공정한 시장질서 회복을 위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며 안전운임제의 핵심 기능이었던 화주 처벌조항을 뺐다. (관련기사 : 尹정부, 안전운임제 폐기 방침…화물연대 "주는대로 받으라는 건가")
운동본부는 "이번 정부입법안은 화주책임 면제, 처벌조항 완화, 위원회 구성 변경 등 안전운임제의 도입 취지에 반하는 개악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며 "화물노동자에게 적정운임을 보장함으로써 고질적인 과로, 과속, 과적운행을 근절하겠다는 제도 시행 목표를 완전히 폐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표준운임제 하에서는 공급사슬의 꼭대기에 자리한 대기업 화주가 비용절감을 위해 낮은 운임을 책정하더라도 이를 규제할 강제수단이 없다"며 "원청인 대기업 화주사의 책임을 면제하게 되면, 결국 원청으로부터 지입료를 챙기는 운수사와 화물노동자 사이에 운임을 둘러싼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라고 강조했다.
표준운임제에 따라 화주-운수사의 운송운임 계약에는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권고)이 제시된다. 반면 운수사-차주 간 운임계약에는 강제 조항을 유지한다. 즉, 운송사가 주로 대기업인 화주로부터 얼마에 화물 운송 계약을 하기로 했든 화물차 기사한테는 정부가 정해준 금액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화주(갑)-운송사(을)-운송노동자(병)로 이어지는 계약에서 갑의 의무를 없애고 을-병 의무만 남긴 셈이 되었다.
운동본부는 "화주 책임 없이는 안전운임이건 표준운임이건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다"며 "대기업 원청을 정점으로 1차 하청, 2차 하청 등으로 수직계열화된 한국의 산업구조에서 말단의 하청노동자의 최저임금 보장도 결국 원청사의 책임 없이는 불가능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법 2조 사용자책임 확대가 간접고용, 특수고용 모두의 공동 요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이를 통해서만 최저임금 적정임금 보장이 제대로 작동된다는 점 또한 분명해진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는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위한 노조법 2・3조 개정뿐만 아니라, 일몰된 안전운임제의 개악이 아닌 연장안부터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