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미사일 보여준 북한, 예년보다 무기 사진은 줄어

무기보다 사람이 더 많아진 열병식…에너지 문제? 사람 중심 행사 기획?

북한이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무기체계를 공개하며 위협 강도를 높였다. 다만 이전보다 무기 관련한 사진 보도를 줄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별도로 연설을 하지 않는 등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수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9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8일 저녁에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식의 주요 장면을 사진으로 보도했다. 여기에는 ICBM인 화성-17형과 함께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등장했다.

새로운 형태의 미사일은 9축 18개의 바퀴로 움직이는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TEL)위의 원형 발사관(캐니스터)에 실려 화성-17형 뒤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미사일은 11축 22개의 바퀴로 구성된 화성-17형의 발사대보다 길이가 짧았다.

2017년 4월 15일 북한이 김일성의 105번째 생일을 맞이한 열병식 때 이번과 마찬가지로 발사관에 실린 ICBM을 공개한 바 있는데, 당시는 8축이었다. 6년 전보다 이번 미사일 길이가 좀 더 길어진 셈이다.

▲북한이 지난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가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와 관련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고체 연료 엔진을 사용하는 ICBM급 신형미사일의 모형(mock-up)"이라며 "화성-17형의 TEL이 11축이고 화성 15형이 9축이라는 점에서 (신형 미사일은) 외형적인 크기로 화성 14~15형 급이고 사거리 등 성능 역시 중거리보다는 궁극적으로 고체연료 엔진을 이용해 장거리(ICBM)급으로 개발하기 위한 모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15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140tf(톤포스·14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 추진력을 가진 대출력고체연료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최단기간 내에 또 다른 신형전략무기의 출현을 기대"한다고 언급한 점을 상기하며 "ICBM을 개발하고 있다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물론 열병식에 공개된 캐니스터 내부가 비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북이 그저 허풍을 떤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최근 북의 신무기 공개방식을 보면 우선 열병식에 모형을 공개하고 이를 실제 개발 시험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단순히 모형장난감이 아니라 실제 개발되고 있는 무기체계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이날 ICBM 뿐만 아니라 장거리 순항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불리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SRBM) KN-23 등 다양한 미사일을 발사대에 탑재해 열병식에 내보냈다.

올해 1월 1일 김 위원장이 딸인 김주애와 함께 미사일이 있는 무기고를 시찰하면서 중거리 탄도 미사일(IRBM) 화성-12형이 다수 포착된 것과 함께 이날도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이 등장하면서 북한이 다종의 미사일 전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이날 열병식 보도에서 언급한 "강위력한 전쟁 억제력, 반격 능력을 과시하며 도도히 굽이쳐가는 전술핵운용부대"와 관련, 해당 부대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KN-23과 초대형 방사포 등을 운용한다는 것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번 열병식에서는 그동안 공개적인 자리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부대와 조직들이 다수 등장했다. 통신은 이날 열병식에 "제191지휘정보려단(여단) 종대를 비롯한 전문병"이 투입됐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정찰위성과 관련한 임무를 담당하는 부대로 추정된다.

또 지난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처음 당장한 '미싸일(미사일)총국' 깃발이 이날 열병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대는 창설 일자가 '2016.4.30.'이라고 적혀 있었다.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북한 군인이 미사일총국 깃발(흰색 원)을 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처럼 다양한 부대가 나타난 것을 두고 김동엽 교수는 "작년 4.25(조선인민군 혁명군 창건일) 열병식 때 이번 열병식과 관련해 <노동신문>에 게재된 사진을 비교해보니 사진 수는 152장과 151장으로 비슷한데 무기 사진이 60장에서 38장으로 확 줄었다"며 무기보다 사람이 더 많이 등장한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단 과거와 비교해 (이번 열병식 때) 가지고 나온 무기의 종류가 적다. 꼭 필요한 핵심적인 것만 가지고 나온 듯 하다"라며 "어쩌면 에너지난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한편으로는 북한의 국군의 날이란 점에서 무기보다 사람 중심의 행사를 기획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행사의 주인공이 군인들"이라며 "추운 겨울 밤에 행사를 하는데 전원회의 등에서 이미 한 이야기를 또 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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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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