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오는 4일로 예정된 '윤석열 검사독재 정권 규탄대회'를 앞두고 총동원령을 내렸지만 비(非)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대응 방식을 놓고 이어져온 친(親)명·비명계 간 갈등이 장외 투쟁을 계기로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의 2차 검찰 소환 조사 이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장외 투쟁 방침을 세웠다. 검찰의 정치 탄압 성격 수사에 대한 규탄과 아울러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에 대한 특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추진을 위한 여론전으로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조정식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각 의원실과 시·도당에 공문을 보내고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의 정치탄압과 무능·무책임·무방비 국정 운영을 규탄하는 국민보고대회에 각 시·도당의 적극적인 참석을 요청한다"며 동원령을 내렸다. 같은 날 이 대표도 자신의 트위터에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의 공포정치를 막아내고, 국민의 삶을 지켜내겠다"며 "민주주의 파란 물결, 동참해주십시오"라며 참여를 독려했다.
당 지도부가 사실상 엄명을 내리자, 당 내 주류 세력인 친명계 의원들은 국회 농성단을 조직하는 등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박범계 의원과 박찬대 최고위원이 이끄는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1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고, 초선 강경 의원 모임인 '처럼회'가 주축이 된 '행동하는 의원 모임'도 같은 장소에서 김건희 특검 등을 촉구하는 밤샘 토론 형식의 농성을 벌였다. 여기에는 박주민·김용민·김승원·황운하·민병덕·양이원영·유정주·양경숙·이학영·강민정·윤영덕 민주당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 의원 등이 참석했다.
당 지도부는 이를 격려하는 분위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일 오전 밤샘 농성장을 방문해 "저도 로텐더홀에서 노숙 농성하면서 국민과 함께 그 뜻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며 "뜻 있는 의원님들이 어제 오늘 많은 수고를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2월 임시국회서 어떤 식으로든 매듭지어야 한다"면서 김건희 특별법, 이상민 장관 탄핵 추진 의지를 밝혔다.
'행동하는 의원 모임'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무엇이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것인지 야당다운 야당, 선명한 야당이 어때야 하는지, 유능한 민주당과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당이 어때야 하는지 (밤샘 농성을 통해)이야기 나눴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여 투쟁 방식에 우려 목소리도 나와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여 투쟁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 내 대표적 비주류 인사로 꼽히는 조응천 의원은 이 대표 수사와 김건희 특검, 이 장관 탄핵을 동시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날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정점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김 여사 특검과 이 장관 탄핵을 추진한다면 맞불로 보일 것"이라며 "적어도 체포동의안 국면이 지난 다음에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일 예고된 규탄대회 또한 부적절하다며 "국민들이 보기에 결국은 민주당이 맞불을 놓고 똘똘 뭉쳐 방탄하기 위한 것 아닌가로 비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검찰 출석에 혼자 가겠다, 절대 나오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4일 장외 투쟁에는 각 지역별로 인원을 할당하고 체크하는 건 모순"이라고 짚었다.
박용진 의원도 전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말 장외 집회에 대해 "저는 별로"라면서 "의원총회에서 그 논의가 있었으면 저는 반대 의사 우려를 표시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는 민심을 이렇게 산수, 다시 말해서 집회 때 머리 숫자로 확인하려고 하는 것은 별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대선 불복' 역풍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광주방송(KBC) <여의도 초대석>에 출연해 "민주당 집회하고 촛불행동 집회하고 겹친다. 그분들(촛불행동)은 윤석열 정부 퇴진투쟁을 얘기하고 있다"면서 "국민의힘에 의해서 혹은 보수 언론에 의해서 대선불복 프레임으로까지 가게 되는 것이 총선에 도움이 되냐, 안 되냐"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민생 문제를 살뜰하게 챙기고 무능한 윤석열 정부와의 어떤 비교점들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걸 굳이 집회라고 하는 형식을 통해서 또 다른 역공을 당할 수 있는 걸 만들어서 할 필요가 있나 이런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친명계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친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은 1일 오후 YTN 방송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장외 투쟁이 계속될지에 대해 "현재까지는 전혀 그런 계획은 없다"면서 "장외 투쟁이라고 한 번 시작을 하게 되면 또 계속 하게 되는데, 그런 식의 장외 투쟁은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어려우니까 지속적인 장외 투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에 복당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2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싸워야 한다"면서도 "장외 투쟁이 장기화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 장소는 원내이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거의 3분의 2 가까운 의석을 가지고 있다면 원내에서 강력한 투쟁을 해라, 그것이 이상민 탄핵, 김건희 특검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 산회 직후 의원총회를 열고 장외 투쟁 일정과 방향, 이 장관 탄핵, 김 여사 특검 등 현안을 논의하고 당의 공식 입장을 논의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보고대회(규탄대회)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며 "민생 위기 속에서 민주당이 더 깊숙이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야 되지 않겠나 하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의총 분위기에 대해 "진솔하고 심도깊은, 그리고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고 표현했다.
국민의힘 "조국 수호 집회 시즌2" 맹비난
국민의힘은 민주당 장외 투쟁 계획에 대해 "조국 수호 집회 시즌2"라고 꼬집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회를 장악해 무소불위 횡포를 부리는 다수당인 민주당이 왜 소수당의 수단인 장외 투쟁을 선택했나"라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1인의 권력형 부정부패와 함께 역사 뒤안길로 사라질 작정인가"라고 비판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어 지난 2019년에 있었던 '조국 수호 집회'를 언급하며 "그때 '조적조'라는 말이 유행했다. 조국의 적은 조국이라는 말"이라며 "이번 토요일 민주당 장외집회를 보면서 국민들은 아마 '이적이'라고 할 것이다. 오늘 이재명의 적은 과거 이재명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민주당의 여러가지 태도로 봐서 2월 임시국회도 민생국회가 아닌 정쟁국회가 될 가능성이 많이 높아지고 있다"며 "검찰을 장악하고 마구잡이로 수사할 때도 기소하지 못했던 사건을 이제 와서 특검하자고 하는 주장을 국민 누가 믿겠나"라고 물었다.
이어 "어디든지 강경파가 조직 전체를 망친다. 민주당이 연속해서 선거에 패배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아직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며 "강경파가 설치고 법에 맞지 않은 무리한 주장을 하면 할수록 민심이 멀어진다는 사실을 민주당 지도부가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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