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 "우크라에 너무 많이 지원한다" 여론 증가

전투기 지원 엇갈리는 서방…한국 살상무기 지원에도 영향 불가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서방 주요 국가들의 입장이 다소 엇갈리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이 지원하고 있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1월 18~24일 미국 성인 5152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6%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로만 놓고 보면 이같은 의견을 다수의 견해로 보기는 어려우나 같은 응답이 지난해 3월 조사에서는 7%, 5월에는 12%, 9월에는 20%로 나타나는 등 증가세에 있어, 향후 미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전체의 20%에 불과하다는 것도 이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3월 42%의 응답자가 지원이 부족하다고 밝힌 것과 비교해보면 반토막난 셈이다.

이렇게 미국의 여론에 변화가 생긴 데에는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인플레이션 등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고, 그에 따른 피로감이 높아진 측면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당장 미국 안보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 점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난 원인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미국에 큰 위협이 되냐는 질문에 지난해 3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0%가 그렇다고 답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전체의 35%만 이에 동의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등장을 기점으로 미국이 세계 질서에 개입하기 보다는 자국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이른바 '고립주의' 흐름이 이러한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지지 정당별로 봤을 때 공화당 지지자들의 40%가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15%만이 이같은 답을 내놨다.

한편 전투기 지원과 관련 미국과 영국, 독일은 선을 긋고 있지만 프랑스는 조건부로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0일 우크라이나가 F-16 전투기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데 여기에 찬성하냐는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답했다.

영국 리시 수낵 총리의 대변인 역시 31일 "전투기인 타이푼과 F-35는 조종법을 배우는 데 수 개월이 걸린다"며 이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전차를 지원한 독일 또한 전투기 지원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29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타게스슈피겔>과 인터뷰에서 전차 지원 이후에 또 다시 중무기 지원 논쟁이 벌어지면 국가에 대한 국민 신뢰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면서 현 시점에서 전투기 지원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런 가운데 3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전투기 지원에 대해 “원칙적으로 배제한 것은 없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먼저 지원 요청을 하고, 이 전투기가 긴장 고조 또는 러시아 영토 공격 등에 사용되지 않고 순수하게 저항하는 것에만 활용돼야 하며 프랑스군의 역량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서양 주요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두고 국민의 여론을 살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한국의 살상무기 지원 역시 현실화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M1 에이브럼스 탱크 31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진은 2020년 9월 5일 리투아니아 모츠카바 기차역에 정렬된 미군 에이브럼스 탱크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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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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