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 앞둔 이재명 "증거? 검찰이 쓰면 죄의 증거 돼"

민주당 비명계 '기소시 대표직 사퇴' 공개 요구…친명계는 총력 방어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하루 앞두고 호남을 찾아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대응과 관련해 연일 단일대오를 주문하고 있지만 당 일각에선 기소시 사퇴 요구까지 공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이 대표는 안팎으로 위기에 몰렸다.

이 대표는 27일 오후 전라북도 군산 공설시장에서 연설을 통해 "유신 군사 독재 시절에도 누군가를 감옥에 보내고 누군가를 처벌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고, 증거를 만들려고 고문해서 가짜 자술서라도 만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증거가 필요 없다. '카더라'도 필요 없다. 그냥 검찰이 쓰면 죄의 증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목숨 바쳐 피 흘려서 만들어온 민주주의가 지금 후퇴하고 있다"며 "헌정 질서가 무너지고 민주주의 파괴되고 국민이 주인이 아니라 소수 권력자들이 이나라 주인 행세를 하는 비정상 상태, 바로 독재 시대가 왔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전북 군산시 공설시장을 찾아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익산시청에서 열린 전북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출석에 맞춰 검찰 발(發)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면서 "출석도 하기 전에 오락가락한 진술과 왜곡된 일방의 주장만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는 정치 검찰의 속셈은 뻔하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사상 유례 없는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서 먼지털이식 강압 수사를 해도 명확한 증거 하나 제시하지 못하자 억지 기소를 통한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을 겨냥하는 것"이라면서 "군사 독재시대에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검찰권의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 대표를 대상으로 한 전방위 수사와 재판을 통해서 정권의 무능과 실정, 치부를 덮고 총선을 위한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한 명백한 정치 기획 수사"라면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향한 윤석열 검찰공화국의 부당하고 무도한 탄압을 국민과 함께 단결된 힘으로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뿐 아니라 정청래·박찬대·장경태 등 최고위원들은 연일 언론 인터뷰, 본인 SNS 등을 통해 당의 단결을 촉구하고 있다. 나아가 정 최고위원은 "변호사 한 분 대동하고 가서 당당하게 맞서겠다(18일 서울 망원시장 연설)"는 이 대표의 만류에도 "나오지 말란다고 진짜 안 나가냐(26일 전주 국민보고대회)"라고 하는 등 지지자들에게 이 대표의 검찰 출두길 동행을 독려했다.

그러나 비(非)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 또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당이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형국이다. 특히 '기소시 당직 사퇴'를 규정한 당헌 80조를 근거로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공개 요구까지 나왔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지난 25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당헌 제80조에 기소되면 당직자들은 원칙적으로 당직을 물러나도록 돼 있다"며 "개인적 생각은 이 대표도 그 원칙을 지켜 기소가 되면 당 대표를 일단 물러나서 무고함을 밝히는 데 전력을 다하고 무고함이 밝혀지면 복귀하도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 탄압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당무위원회 의결을 통해 그렇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해서 당 대표를 유지하면 국민적 시각이 매우 냉정하고 별로 곱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를 경우 전망이 밝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는 의원들이 상당수"라면서 "그게 저희들이 고민하고 걱정하는 접점"이라고 했다.

친(親)이재명에서는 적극 방어전에 나섰다. 김남국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27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에 출연해 "결국 (당헌) 80조를 적용해서 직무정지를 시키려면 부패 범죄와 관련된 것들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며 "검찰 수사 자체가 이 대표뿐 아니라 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한 정치 탄압의 성격이 있어서 바로 적용하긴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너 혼자 알아서 싸워라'라고 이야기하는 게 과연 같이 함께 정당을 하는 정당인으로서 맞는 바람직한 자세인지, 저는 아니라고 저는 생각이 된다"면서 "정치 탄압의 성격이 있다라고 많은 의원님들께서 말씀하시고, 심지어는 이상민 의원도 그렇게 보고 계시기 때문에 이것은 저희가 함께 맞서 싸워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 이 대표를 옹호하는 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국민 눈초리는 곱지 않다. 엠브레인퍼블릭·YTN이 지난 22일과 23일 조사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검찰 기소시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은 63.8%였다. 반면 '기소시에도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27.9%였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으로 대상을 한정했을 경우엔, '사퇴' 응답이 33.4%, '대표직 유지' 응답이 60.7%였다.(유‧무선전화 임의걸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19%포인트. 상세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는 오는 2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당시 민간 사업자들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고 보고 있으며, 조사에서 당시 이 대표의 사업 승인 여부, 대장동 일당과의 관계 등을 캐물을 계획이다. 검찰은 이번 조사를 위해 백여 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조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성남 FC 후원금 의혹 때와 마찬가지로 서면 진술서를 제출해 자신의 입장을 소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입구에 이 대표 출석을 위한 포토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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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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