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압수수색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지키기'?

시민사회단체 "국정원의 정치개입 시작…공안몰이 칼춤 당장 중단하라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대대적인 민주노총 압수수색에 대해 시민사회·노동·종교단체가 19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을 활용한 공안몰이 칼춤을 당장 중단하라"며 규탄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이 내년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해야하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지키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231개 시민사회·노동·종교단체는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국가정보원의 민주노총 압수수색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을 부풀리려는 의도가 분명한 공안탄압 '쇼'를 치밀하게 준비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번 압수수색이 "과거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등 부정한 독재 권력이 정권의 위기 때마다 써먹던 빨갱이 좌경 간첩 놀음 등 색깔 씌우기로 몰아가던 악행을 떠오르게 한다"며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공안탄압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시대를 역행하는 국정원과 국가보안법의 망령을 되살려 다시 한국사회를 지배하려 하는 의도를 명확히 하고 있다"며 현 정부가 "국정원의 시행령을 개정해 신원조사센터 설치와 경제 방첩단, 경제 협력단 설치 등을 통해 국내 정치개입과 민간 사찰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와 국정농단의 끝은 5개월 여간의 1700만 촛불이라는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켰으며, 결국 대통령을 끌어내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국민적 경고를 무시하고 반인권 반민주 공안탄압을 자행한다면 다시 거대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 압수수색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지키기'?

국정원은 전날 오전 9시께 민주노총 13층 사무실에 진입해 국보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노총 간부 A씨의 책상과 캐비닛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나섰다. 또한 해당 간부를 사실상 미행해 서대문역 인근에서 소지품 등을 압수하고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 700여명 가까이가 출동해 민주노총이 위치한 경향신문 건물을 봉쇄했다. 소방 당국도 소방용 사다리차와 에어매트리스까지 설치해 건물의 출입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과도한 보여주기식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통상 일출과 일몰시간 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마쳐야 하지만, 민주노총 사무실 압수수색은 일몰 이후에도 계속됐다. 오전 9시에 시작된 압수수색은 이날 오후 8시까지 11시간 넘게 이뤄졌다. 이 같은 압수수색이 서울과 경기, 광주, 전남,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10곳 안팎의 주거지와 차량, 사무실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국정원은 이들 압수수색 대상에게 '국보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고, 보수매체는 피의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하며 '간첩단' 이름을 붙였다. 영장에는 수색 대상 4명이 2017년께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과 접선해 지령을 받아 국가보안법을 어겼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이 대공 수사권 유지를 위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개혁과제 중 하나다. 국정원이 공안범죄 수사 명목으로 국내 정치에 개입할 여지를 차단하자는 취지의 방안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2020년 12월 국정원법이 개정되면서 내년부터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 대공사건 수사권한이 경찰로 넘어간다.

▲국가정보원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물이 든 상자를 들고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기획적 접근과 유사"

때맞춰 여권 주요 인사들은 국정원 수사권 존치를 공식화할 수 있음을 잇따라 시사하고 있다. 지난 12일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간첩은 국정원이 잡는 게 맞는다"며 "내년 1월부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도록 한 방침이 철회돼야 한다"고 대공수사권의 국정원 존치를 공식 언급했다.

차기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도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되찾아 주고 전문 사이버 방첩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대통령실도 국정원이 간첩 혐의 수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경찰과 '상설 합동수사단'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전날 성명을 내고 "민주노총에 대한 보여주기식 압수수색과 언론 플레이를 통해 국정원 개혁의 핵심인 대공 수사권 이관을 되돌리려는 '기획'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장동엽 참여연대 선임감사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압수수색은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공안관련 기관들과 함께 접근했던 기획적인 접근과 유사하다"며 " 비밀정보기관인 국정원 직원이 '국가정보원'이라고 적혀있는 패딩을 입고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박스를 나르는 모습은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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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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