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 국정원의 민주노총 압수수색…"대대적인 공안탄압 시작"

"수구언론 중심으로 '간첩단' 운운, 본 의도 뭐냐"

민주노총이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시도한 압수수색에 대해 18일 "국가정보원의 도를 넘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그림 그리기"라며 "공안통치 부활과 퇴행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국정원이 공안사건 수사를 빌미로 민주노총 본부 압수수색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노총 사무실 주변을 철통같이 에워싸고 심지어 에어매트리스까지 등장시키며 이를 수구언론을 중심으로 '간첩단' 운운 실시간으로 중계해 대는 국정원의 의도는 무엇인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정원과 경찰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과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간부 등 4명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민주노총은 압수수색 진행 상황과 관련해 국정원과 경찰이 민주노총 간부 1명 외에 보건의료노조 간부 1명, 금속노조 간부 1명, 제주도의 세월호 관련 활동가 1명 등 총 4명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거나 하고 있다고 밝혔다.

▲18일 오전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압수수색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은 국정원의 압수수색을 "공안통치의 부활"로 규정했다. 이어 이번 압수수색이 "노동조합과 민주노총을 음해하고 고립시키려는 윤석열 정권의 폭거"라며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때를 만난 듯 준동하는 국정원을 포함한 수구공안세력의 의도를 폭로하고, 여전히 구시대의 낡은 사고에 사로잡혀 사람의 생각과 자유를 억압하는 희대의 악법 국가보안법 철폐와 함께 노동자와 시민의 피와 땀으로 일군 민주주의 사수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민주노총은 밝혔다.

민주노총은 국정원의 압수수색이 설을 앞두고 여권에 비판적인 여론을 돌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이들은 "노조 때리기로 지지율의 일시적 반등이 다시 꺾이는 상황에서 UAE 방문 시 이란을 UAE의 주적으로 표현해 빚어진 외교 참사, 10.29 참사 국정조사가 여당인 국민의힘의 방해로 인해 제대로 된 성과도 내지 못하고 야당만 참여해 채택한 국정조사 보고서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 여당 당대표 선출을 둘러싼 대통령의 개입에 대한 내홍 등 오늘과 내일 언론에 가득할 모든 사안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노동운동에 대한 정권의 대대적인 공안탄압이 시작됐다"며 "변호사 입회 하에 압수수색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수십명의 기관원과 경찰을 동원한 상태에서 위압감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구시대 유물인 국가보안법을 다시 불러와 국정원을 동원해 노조 활동을 탄압하면서 대대적으로 여론 몰이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권의 기획된 공안 몰이에 결코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18일 오전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압수수색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진 대변인도 이날 민주노총 본부 앞에서 브리핑을 갖고 "통상적으로 국보법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며 "(영장 집행을) 막거나 거부할 일이 없는데 (본부 밖에)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수백여명의 경찰이 배치된 것은 잘 짜여진 그림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조사중인 사건이 '간첩단' 사건이라고 보도가 되는 것에 대해서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판단되고 있긴 하지만, 법적 판단이 끝나지도 않은 부분에 굳이 '간첩단'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과도하고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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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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