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못말린 공화당 강경파...15번 투표 끝에 하원의장 선출

2번 이상 투표 100년 만, 역대 5번째로 많은 투표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가 15번의 투표 끝에 하원의장으로 선출됐다. 공화당 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경파의 반대로 나흘만에 하원의장이 결정됐다.

6일(이하 현지 시각) 미 하원은 본회의를 열고 제118대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다. 이후 자정을 넘긴 7일 15번째 투표에서 공화당 원내대표인 매카시 의원이 216표를 얻어 212표를 얻은 민주당 하원의장 후보 하킴 제프리사 원내대표를 제치고 당선됐다.

미 하원의장은 의석 435석 중 과반인 218명 이상의 찬성을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 따라서 하원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정당의 원내대표가 하원의장을 맡은 경우가 많았다.

현재 미 하원의 경우 지난해 11월 치러진 중간선거 결과 공화당이 222석, 민주당이 212석을 차지해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에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가 하원의장에 선출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의회가 개원하기 전부터 공화당 소속 5명의 의원이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매카시 원내대표의 하원의장 선출에 노란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이후 의회 개원일인 지난 3일 첫 투표를 진행했고 매카시 원내대표는 203표를 얻어 212표를 얻은 민주당의 제프리스 원내대표보다도 득표수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공화당 내 강경파들이 다른 의원들에게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공화당 내에서 매카시 원내대표의 하원의장 선출을 반대하고 있는 20명의 의원들은 당 내 강경 보수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이다. 이들은 예전 공화당 보수 강경파인 '티 파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들이 매카시 원내대표를 반대하는 이유는 민주당에 협조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2015년에도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을 제출해 사퇴시킨 적이 있는데, 베이너 의장이 당시 오바마 행정부와 싸우지 않고 협조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프리덤 코커스의 핵심 강경파들이 매카시 원내대표에 표를 주지 않은 가운데, 15번째 투표에서 어떤 후보도 선택하지 않는다는 '재석'(present)을 택한 공화당 의원이 6명으로 늘어났고, 이에 과반이 216표로 낮아지면서 매카시 원내대표는 가까스로 하원의장에 당선됐다.

▲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가 15번째 투표만에 7일(현지 시각) 미 의회 하원의장으로 선출됐다. 사진은 선출 직후 의사봉을 들고 있는 매카시 의장. ⓒUPI=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SNS를 통한 입장 발표 뿐만 아니라 직접 의원들과 통화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매카시 원내대표 반대 세력의 핵심 인물인 맷 게이츠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게이츠 의원의 선택에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미 방송 <CNN>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앤디 빅스 의원에게 전화를 했고 그 이후 빅스 의원이 찬성도 반대도 아닌 '재석'을 택하면서 매카시 원내대표의 하원의장 선출이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매카시 하원의장이 우여곡절 끝에 하원의장으로 선출됐지만 공화당 내 강경파의 반대가 확인된 만큼, 하원 및 공화당의 분열 속에 향후 의견 조율에 적잖은 난관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매카시 의장이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 제출 기준을 의원 1명이 제출해도 가능한 것으로 완하하는 등 강경파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하원의장의 권한과 역할이 상당 부분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직전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원은 의장의 권한 축소가 굉장히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하원의장 선거가 이번처럼 10번 이상의 투표로 선출된 것은 지난 1859년 이후 처음이다. 두 번 이상의 투표가 진행된 것은 지난 1923년 9차 투표 이후 100년 만에 처음이며 15번 투표는 역대 5번째로 많은 투표 횟수였다.

매카시 의장은 7일 선출 이후 가진 첫 연설에서 "미국의 오래된 문제인 채무와 중국 공산당의 부상을 해결할 것"이라며 "의회는 이 두 사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해 중국에 대한 강경노선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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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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