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던 독일 내에서 '원전 수명 연장' 논의가 다시 점화됐다. 독일 교통부 장관은 "전기차 충전에 사용되는 전력이 화석 연료로 만들어진다면 전기차는 기후 보호에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원전 수명 연장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독일 녹색당과 사회민주당은 비판 성명을 통해 더 이상의 원전 수명 연장은 없다고 반박했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독일은 올해 4월 마지막 원전 3곳 폐쇄를 앞두고 있다.
2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과 독일 언론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에 따르면 독일 자유민주당 소속 폴커 비싱 교통부 장관은 올해 4월 중단될 것으로 예정된 원자력발전소 3곳에 대한 수명 연장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싱 장관은 "원전 수명에 관해서 금기 사항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독립적인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수명 연장 논의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폴커 비싱 장관은 더 많은 전기차 보급만이 법정 기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전력사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화석 연료로 생산한 전기로 충당한다면 전기차가 기후위기 대응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연방정부는 2030년까지 교통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1990년 대비 42% 감축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전기차 보급 대수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해 2022년에는 신규 등록 자동차의 14.6%가 전기차였다.
연방정부는 2030년까지 1500만 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전기차 보급 수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비싱 장관은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늘어나는 전기차 충전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원전 수명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싱 장관의 발언은 작년 말 수명 임시 연장으로 일단락되던 탈원전 논란을 재점화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독일은 2022년까지 가동 원전을 모두 중단할 계획이었으나 러시아발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 남은 원전 3곳을 올해 4월까지 예비전력망으로 사용할 계획을 밝혔었다.
이 과정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녹색당은 원전 2곳의 제한적인 수명 연장, 1곳 가동 중단을 주장했으나 올라프 숄츠 총리는 겨울철 전력 수요 대비 목적으로 2023년 4월까지 원전 3곳의 일시적인 수명 연장을 허가했다.
다시 원전 수명 연장 목소리가 나오자 녹색당은 곧바로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독일 연방하원의장인 베르벨 바스 의원(사회민주당) 또한 비싱 장관 발언을 두고 "(원전 수명 연장이 이루어지면) 오래된 원전이 20년 동안 계속 가동될 수 있다"라며 노후 원전 가동으로 인한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올해 4월까지 마지막 연장을 유지하고 이 논쟁을 끝내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논의가 실제로 원전 수명 연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작년 일시적인 원전 수명 연장을 내리면서도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 또한 "탈원전은 고수할 것"이라며 "원자력은 지금도 앞으로도 고위험기술이며, 방사성 폐기물은 수십 년간 미래세대에 부담을 준다"라고 말했다.
독일은 현재 33곳의 원전 중 30곳을 폐쇄한 상황이며 남은 3곳은 예비전력원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독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47%로, 2030년까지 사용 전력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최소 8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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