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서열 1위 박정천 해임 이유가 김정은 허락 없이 무인기 날려서?

북한, 남한 위협 및 핵무기 강화…"강대국 갈등 통한 활로 모색 우려"

북한 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비서가 해임된 것을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 없이 무인기를 남한으로 보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일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가 공동 주최한 '2023년 북한 신년 메시지 분석과 정세 전망'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이정철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박정천 부위원장의 해임이 무인기 사건과 관련돼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이 교수는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하한 것이 지난해 12월) 26일인데 이 날은 북한이 전원회의를 시작하는 날"이라며 "위험을 감수하고 드론 작전을 편 것인데 '이게 상식적인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북한은 원래 이런 도발을 할 때 자기들은 타격 받으면 안되기 때문에 뒤로 숨는다"며 "그런데 김정은의 허락을 받고 했다면 우리 킬체인 능력을 완전히 무시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허락을 받지 않고 했다면 그게 박정천이 이번에 해임된 이유로 해석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이도저도 아니면 김정은의 비합리성이 높아졌다고 해석되는데 이러면 매우 위험한 것"이라며 박 부위원장의 단독 행동이 해임의 이유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김 위원장이) 허락은 했고 치고 빠지는 식으로 전술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평양에 전원회의가 소집된 상태에서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 북한의 의사결정을 볼 수 있는 평가 지점"이라고 말해 김 위원장이 기존과 다른 방식의 대남 군사 활동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북한군 서열 1위였던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비서가 해임됐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엿새간 진행된 당 전원회의에서 논의한 '조직문제'(인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박정천 동지를 소환하고 리영길 동지를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보선하였다"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회의에서 발언하는 박정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례적인 전원회의, 강대국 갈등 속 입지 다지는 북한

토론회에서는 이번 북한의 전원회의 및 메시지 발표 방식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전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론회에서 정치‧군사 부문 발표를 맡은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6일이라는 전원회의 최장기간 진행 △회의 중 정치국 회의 개최하여 전원회의 결정서 회부‧검토 △전원회의와 초대형 방사포 발사 연계 △방사포 공개 및 남한에 대한 위협 등이 이전 전원회의와 달라진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은 현재 국제 정세가 한중일 대 북중러의 냉전적 구조로 바뀌고 있고, 이 구조에 적극적으로 편승하여 북중 및 북러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력을 충분히 극복해 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과거에는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의도적으로 고조시켜서 협상 국면으로 전환해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고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최근은 오히려 냉전적인 갈등 구조에 편승해서 그 안에서 활로를 모색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 걱정스러운 점"이라고 우려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현재 국면에서 북한이 견딜 수 있다, 혹은 그럭저럭 갈 수 있다고 판단하면 현재의 긴장 국면이 한동안 더 갈 수밖에 없다. 또 과거에는 핵 개발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면 이제는 핵 운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핵무기를 사용한 위협이 더 잦아지고 수위는 점점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그는 올해 초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실시될 경우 그에 따른 북한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과거에는 훈련 기간 내에 군사적 행동을 자제했으나 최근에는 훈련 기간 내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위협의 수위는 높이겠지만 실제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라며 "북한이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른바 '회색지대 분쟁'이라고 할 수 있는 군사적인 수단과 비군사적인 수단의 중간점 혹은 여러 가지가 섞여 있는 하이브리드 분쟁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라고 전망했다.

이날 대외 환경 부문 발표를 맡은 신종호 한양대학교 ERICA 중국학과 교수는 "올해 10월 미 국무부의 군축 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미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군축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물론 국무부가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미 협상 가능성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결국 한미 군사훈련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한미 간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는데 이 부분이 실질적으로 올해 어떤 방식으로 협의되고 재가동될지에 따라 북한의 전략적 도발 또는 한반도 위기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2022년의 마지막 날과 2023년의 첫날에 각각 초대형방사포 3발과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군수경제 총괄기관인 제2경제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당 중앙에 증정하는 초대형방사포의 성능검열을 위한 검수사격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2023년에는 외부 교류 나설까 

2022년 각종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안보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인 북한이 2023년에는 외부와 교류 협력에도 어느 정도 관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최대석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명예교수는 "북한도 위기의식이 있다.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을 추진한 지 10년인데 경제를 포기하고 핵무기만 개발하기는 어렵다"며 "올해 또는 가까운 시일 내에 핵무력 완성이라는 측면을 놓고 보면 북한 주민에 대한 경제 정책 추진 등으로 전환을 해야 하는데 그에 따라 갖게 되는 북한의 딜레마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하기 위해서 중국과 교역이 중요한데, 중국이 최근 이른바 '위드 코로나'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어 이 부분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토론회에서 남북 교류협력 현황과 전망을 발표한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북한도 지난 4월 이후로 거의 위드 코로나 상황이 됐다. 그동안 북한은 개방하려고 하는데 중국이 막고 있었다"며 중국이 개방하게 되면 북중 간 교류나 교역은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중국 내 코로나 확산 속도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홍상영 사무총장은 "중국에서 코로나가 확대되고 있어서 이 부분이 정리가 되면 북한 내 대남 담당자들을 포함해서 관계자들이 중국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저희도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면 3년 만에 민간 차원에서 만남 테이블이 만들어질 수 있고 여기서 조금 더 구체적인 협력 이야기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이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엄주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사무처장은 "북은 중국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고 국경을 개방하여 외부인의 방북을 수행하는 것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진다"고 예상했다.

엄주현 사무처장은 "이번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도 당 조직과 활동이 강화되었다고 하면서도 남의 기술에 대한 의존을 털어버리지 않고 자력의 원칙을 흥정하려는 낡고 그릇된 사상 전체를 청산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 얘기하고 있다"며 "이러한 내부 단속은 2025년까지 지속될 것이고 이는 2019년 12월 당 중앙위원회의 자력갱생 결정의 최대 목표인 장기적 버티기 전략을 성공하기 위해서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을 외부로 끌어내기 위한 유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홍상영 사무총장은 "북한 내부에서 남북관계 개선이나 협력의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는 공간을 외부에서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명분도 좀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통일부는 남북 관계를 푸는 데 집중하면서 민간 교류 협력을 내세워 정부 의지를 북측에 간접적으로 계속 표명하면서 정부와 민간의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엄주현 사무처장은 "현 정부의 대북 정책상 교류 협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민간단체 등이 이전 정부 때 수행했던 사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비위 수색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3년 남한의 교류 협력 민간단체들은 남북 교류 협력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평화운동이자 전쟁 반대 운동이 되는 듯 하다"라며 "남한의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국제사회 연대를 강화해서 남북 당국 모두에게 평화와 전쟁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용환 책임연구위원은 "상황을 바꾸려는 우리의 정책적이고 의지적인 노력이 상황 변화와 무관하게 계속돼야 한다"며 "담대한 구상에 북한이 적극적으로 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남북관계가 명분, 신뢰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측면에서는 지속적으로 가지고 가야 될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있다"며 "냉전 시대하고 달리 지금은 한중 간, 한러 간 수교가 돼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우리를 적대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들을 굳이 적대시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최대석 명예교수는 "요즘 한반도가 6.25 전쟁 이후에 가장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과거에도 이런 일들이 많았었다는 것도 우리가 생각할 여지는 있는 것 같다"며 "오늘 참석자들이 아직까지 북한이 협상의 여지를 두고 있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위기 관리, 평화 관리가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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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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