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첫날, 여야 한목소리로 경찰 대응 질타…서울청장 "송구한 마음"

"14번에 걸친 위험 신호, 왜 관심 안 가졌나"…유족들, 조사현장에서 절규하며 진상규명 촉구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활동 종료 18일을 남겨두고 첫 현장 조사에 나섰다. 여야 위원들은 이날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참사 당일 신속한 대처를 하지 않은 이유 등을 추궁했고, 현장을 방문한 유족은 진상 규명을 호소했다.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특위 위원들은 21일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태원파출소, 서울경찰청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특위 위원 7명이 야당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지난 11일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전날 복귀 의사를 밝힘에 따라 특위가 출범 27일 만에야 정상 가동할 수 있게 되면서다. 

특위 위원들은 첫 일정으로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시민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유가족들은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국정조사 진실규명" 구호를 외쳤다. 이어 특위 위원들을 향해 "왜 살려달라고 아우성칠 때 왜 아무도 없었느냐"면서 "지금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다. 진실만 밝혀달라는 것"이라고 말하며 울부짖었다.

사고 현장을 둘러본 우 위원장은 "이렇게 좁은 곳에서 158명의 국민이 희생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이런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제도적 보완에도 힘쓰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우상호 위원장과 특조위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을 찾아 현장조사를 하는 가운데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위 위원들은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진상 규명 작업에 착수했다. 압사 가능성에 대한 제보가 수차례 중복 접수됐음에도 적극 대응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 추궁이 주로 이어졌다.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참사 당시 14번에 걸쳐서 위험 신호가 계속 신고 접수가 됐다. 그래서 '코드 제로(CODE 0. 신고 대응 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가 떨어졌는데 어떻게 상황팀장, 상황관, 서울경찰청장이 모르거나 왜 관심을 안 가졌느냐"고 추궁했다.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도 "112 상황실에서 파악을 하고 거기 현장 지휘관이랑 연락도 하고 현장 지휘관이 서장한테 보고도 하고 흩어져 있는 요소들을 할 수 있는데 아무 것도 안 하신 것"이라고 경찰 측을 질책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코드 제로가 (하루에) 100여 건이나 상황에 따라 200건까지 간다. 코드 제로라고 해서 상황팀장한테 들어간다는 얘기는 시스템적으로 들어간다는 거지, 접수 요원에 대해 '이 건에 대해 살펴보십시오' 하지 않는 한 상황팀장이 자체적으로 검색하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 청장은 이어 "그렇기 때문에 상황팀장, 상황관리관, 이미진 상황팀장까지 보고가 안 됐다. 퇴근 무렵까지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했다. 그는 다만 "서울청의 총괄책임자로서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코드 제로에 대해 어떤 지령을 내렸는지 파악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박규석 112치안종합상황팀장은 "위험 방지에서 질서 유지를 잘 하라는 취지로 (대응이) 됐다"고 답했다. 이에 전 의원은 "'알아서 해라' 이런 거 아니냐"면서 "그러면 그 이후에 어떤 후속 대책이 제대로 되는지, 시스템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 청장은 "그날 근무자들이 좀 더 질서 있게 근무했어야 한다는 부분을 받아들인다"고 인정했다.

전 의원은 거듭 "112에서는 그날 21시에 코드 제로를 내렸는데 왜 서울경찰청에서 아무도 청장에게 이런 걸 보고할 생각을 안 했느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박 실장은 "저희 상황실에서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전혀 의식을 못했다. 나중에 열람을 해보니까 현장 처리되고 끝났다고 하더라. 그래서 심각한 상황을 인식을 못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 직원들이 안타깝게도, 그 내용을 좀 더 깊게 세밀하게 챙겨보고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죄송하기도 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같은 답변에 특위 위원들과 유가족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위험 분석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과 관련된 질의도 나왔다. 김 의원은 김 청장에게 "삭제 지시를 누가 내렸느냐"고 물었고, 김 청장은 "그것은 알 수 없다"면서 "제가 알기로는 3일이 지나면 파기하기로 내부 지침이 있다"고 했다. 의도적인 삭제가 아닐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으로 풀이된다.

이에 김 의원은 "아니다. 삭제 지시를 내렸다. 그래서 용산서 정보계장이 중간에 끼어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자 김 청장은 "(김교흥) 간사님이랑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의원님들이 오셨을 때도 모든 자료를 공개하라고 했고, 그때 규정에 벗어나지 않는 한 자료를 다 공개하라고 한 바 있다. 제가 뭘 숨기거나 한 게 없다"고 해명했다.

특위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 현장조사까지 마친 뒤 오는 23일에는 2차 현장조사를 통해 용산구청과 행전안전부를 찾을 계획이다. 이어 다음 주에는 총리실과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등으로부터 두 차례 기관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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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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