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 '업무태만' 논란...감사원 "부적격 업체와 119억 계약, 관련법 위반"

생활소비재 융복합산업 기반구축사업, 국비 86억 반납 위기 및 사업 장기 지연 논란

경북 경산시 공무원들의 업무태만으로 총사업비 345억의 경북 미래 먹거리 신산업 타이타늄 관련 '기술지원센터' 추진이 장기간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 위법·특혜 시비가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지난 4월 김주령 부시장이 직접 나서 '적법'하다고 해명한 사실이 있어 지역사회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2일 감사원에 따르면 경산시는 지난 2020년 고부가가치 소재 기능성 타이타늄 소재에 대한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보급하기 위해 '생활소비재 융복합산업 기반구축사업'(2020~2024년, 345억)을 수립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경산시가 연구장비의 구매‧설치업체 선정 과정에 부적격 업체를 선정해 관련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경산시가 업체선정 시 '제안서 내 실적증명서 및 세금계산서 진위 등'의 적정 여부를 제대로 검토·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26개 실적증명 중 11개는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고, 발급기관 날인이 없는 15개의 실적과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 없는 증명서를 제출했다. 그런데도 경산시 담당 직원들의 업무태만으로 부적격 업체가 선정됐다.

결국 이후 업체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장비를 납품하지 않아, 경산시는 지난 7월 18일 계약을 해지했다.

당시 업무 관련 팀장 A는 '인사평정을 잘 받지 못해 일할 의욕과 동기를 상실하였다'는 사유로 실무자 검토 결과를 그대로 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 담당자 B는 업체가 제출한 실적 증명서에 발급기관 날인이 없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보완요구는 하지 않고, 세금계산서가 첨부됐다는 이유로 실적에 만점을 부여했다.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단장 C는 소규모 업체가 큰 사업을 맡을 역량이 있는지 검증하도록 지시한 바 있으나, 이에 대한 추가 보고가 없는데도 별다른 검토 없이 최종 결재했다.

관련 담당자 누구하나만 적정하게 업무를 수행했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라는 비난이 커지는 부분이다.

이뿐 아니다. 지역사회와  경산시의회 지적에 대해 경산시가 '적법'이라고 공언한 바 있어 더욱 논란이다.

지난 4월 양재영 의원은 제235회 경산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을 통해 "연구장비 입찰 시 납품 업체로 선정된 C업체가 연간 매출 3억 원, 종업원 3인 이하의 소규모 업체로 중국과 경남지역의 다른 업체들에게 하청을 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여부를 확인해 달라"라며 확인을 요청했다.

당시 경산시 김주령 부시장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대구지방조달청을 통해 계약했다"라며 "물품구매계약의 경우 제3자로부터 구매, 납품하는 것은 가능하다. 앞으로 우리시에서는 규정대로 납품이 될 수 있도록 지도, 감독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시정에 관한 질문에 답했다.

이와 관련해 계약을 체결한 업체는 감사원에 중국업체(컨소시움 공급자)의 납품 실적을 제출하는 등 소명했지만, 감사원은 단독으로 입찰해 이루어진 계약으로 타사 실적은 평가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편 경산시는 현재 민원 제기 등에 따라 기술센터와 관련해 현재 연구장비 규모를 축소 변경할 것을 계획하고 있는데, 산업부가 장비 관련 국비 86억 원을 반납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그 귀추가 주목 받고 있다.

▲ 지난 4월 경산시 양재영 의원이 제235회 경산시의회 임시회 첫날 시정질문을 통해 "연구장비 납품업체 낙찰자 선정과 관련해 초영세기업인 C업체에서 중국의 W업체에 하청을 주고, 이를 다시 경남의 N업체에 재하청을 해 설비를 설치한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 경산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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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현

대구경북취재본부 권용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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