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 파손된 보도에 다쳐도 '보상 불가'… 시민 보험 '헛바퀴'

경산시 영조물배상책임보험 등 실효성 논란

경북 경산에서 파손된 보도블록에 인명사고가 발생했지만, 피해 학생은 경산시가 시민의 생명·신체를 보상하고자 가입한 '보험'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에서는 매년 혈세 수억을 들여 가입한 보험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보장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산시 시민대상 '보험' 실효성 떨어져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월 22일 늦은 밤 고3 수험생 A 군이 하굣길 이 빠진 보도블록에 넘어져 치아가 부서지는 사고를 겪었다.

A군의 가족은 경산시에 배상을 의뢰했다. 하지만 경산시는 '도심 도로가 영조물배상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국가배상 절차를 거쳐 판결이 나와야만 배상이 가능하다'고 답변해 울며 겨자 먹기로 자비를 들여 치료를 했다.

이처럼 경산시는 매년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영조물배상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정작 피해가 많은 주요 '도로(인도)'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도로 파손으로 인한 책임을 시민들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산시에 따르면 시는 한국지방재정공제회에 매년 약 2억 원을 들여 영조물배상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영조물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의 목적으로 제공하는 물적·인적 시설을 말한다. 국가배상법 제5조(공공시설 등의 하자로 인한 책임)에는 공공영조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보도블록이나 파인 도로, 청사, 공원 등에서 다치거나 차량 등이 고장났을 경우 지자체가 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영조물배상보험이 가입돼 있지 않을 경우에는 거주지 고등검찰청 지구배상심의위원회에 국가배상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신청부터 배상금 지급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돼 피해액이 큰 경우 피해자의 부담이 크다. 

반면 영조물 보험은 처리 기간이 7일~14일 정도로 국가배상과 비교해 피해자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A 군의 가족은 "고3 수험생이 다친 것도 억울하고, 치료 등으로 수능시험에도 피해를 봤다. 보상은 고사하고 치료비 배상받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라고 지적했다.

경산시 도로관리 관계자는 "주요 도로에 대해서 영조물 보험 추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검토 중이라 상세한 상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 시 회계과 관계자는 "경북의 경우 상주와 울진군의 주요 도로가 영조물 보험에 들어갔는데, 보험료가 약 3천만 원 정도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모든 도로를 영조물 보험에 넣기에는 예산상의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법원도 최근 지자체의 관리 부실에 따른 배상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은 지자체의 관리 책임 부실 외에 피해자의 행위 등 다른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상의 하자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 지난 6월 늦은 밤 하교길 수험생이 경산 옥산동 일대 파손된 보도블럭에 넘어져 치아가 부서지는 사고를 겪었다. ⓒ 독자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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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현

대구경북취재본부 권용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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