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당신의 안전과, 우리 모두를 위한 파업입니다 "

[인터뷰] 공공운수노조 현정희 위원장

물류가 막히고 급식도 나오지 않고, 지하철마저 멈췄다. 공공서비스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것이다. 몇몇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일을 하는 노동자들도 파업을 하면 임금이 안 나와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다. 이들은 시민들에게는 욕을 먹고, 돈을 벌지도 못하면서 도대체 왜 파업을 하는 것일까.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만나보면, 눈 앞에 닥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곡기를 끊는 사람은 없었다. 이들은 짠 것처럼 '내 자식이 일하게 될 미래마저 이렇다면...'이라는 이유를 들곤 했다. 나 하나만이 부당 대우를 당하는 것은 참았지만, 내 동료, 나보다 한참 어린 후배가 나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 것을 보고 자신의 자식까지 생각이 이어진다고 했다.

이들이 일하는 곳은 제각각 이지만, 정부를 향한 요구는 같았다. '안전'을 중시하라는 것. 이 투쟁을 이끄는 중심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있다. 공공운수 노조는 지난 23일부터 '당신의 안전,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운수노조 대정부 공동파업-총력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지난 1일 용산의 한 카페에서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현 위원장은 막 도착한 기자에게 핫팩을 보여주며 "어제 길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이 핫팩을 주었다.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고 투쟁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물론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계시고 그 분들께는 정말 죄송한 마음"이라고 입을 열었다.

▲공공운수노조 현정희 위원장이 <프레시안>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프레시안(박정연)

이태원 참사 이후로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의 안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참사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시민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공공기관의 안전업무를 이윤과 연결되지 않는 다는 이유로 삭감, 축소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편적인 공공서비스 제공이 아닌 이윤창출을 공공기관의 목표로 삼는 순간, 이윤과 연결되지 않는 안전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난다"며 "공공운수노조는 공공기관-운수-사회서비스 등 국민안전과 직결된 노동자로 구성된 노조니까, 이런 위험 상황 보고 국가의 책임을 위해 우리라도 나서서 싸워야 겠다는 결심이 섰다"고 파업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기관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한 뒤, 7월 29일 기재부는 조직과 인력의 효율화를 골자로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정부는 잇따른 안전사고로 인해 필수 안전 인력은 감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했으나, 취재결과 정작 정부는 필수 인력을 감축 대상에 포함시켜 인력 감축을 검토했다. (관련기사 : [단독] 정부 "안전인력 감축 없다"더니…코레일 안전인력 784명 감축 검토)

현 위원장은 "예산을 줄이면, 곧바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고, 인력 감축은 다시 안전 위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안전운임제 폐지를 언급하는 정부를 향해 "화물노동자는 극한의 노동환경에서도 그냥 일만 하라는 것"이라며 "위헌적인 업무개시명령을 가지고 불법적으로 화물노동자들을 때려잡는 독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 위원장은 이런 정부의 흐름이 윤 대통령의 "정부는 기업"이라는 국정 철학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노동자들을 기업의 이윤창출의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 그리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로 바라본다"며 "윤 대통령도 각종 공식 자리에서 '정부는 기업'이라고 하지 않는가. 국가의 역할을 기업의 하수인이라고 규정하고, 그런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공공운수노조는 교섭의 장을 언제나 열어두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결자해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 현정희 위원장이 <프레시안>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프레시안(박정연)

아래는 현 위원장과 나눈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프레시안 : 지금, 공동파업을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현정희 : 신당역 참사, 오봉역 참사부터 이태원 참사까지 우리가 우려했고 예상했던 사고들이 계속 터지고 있는데, 정부가 책임지지 않고 원인 규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심각성을 느꼈다. 이걸 국가나 정부만 믿고 있다가는 안되겠다는 절박함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국가가 뭔가를 책임진다는 국민적 기대에 정부가 완전히 등을 돌리는상황을 보니,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공운수노조는 공공기관-운수-사회서비스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된 노동자로 구성된 노조니까, 이런 위험 상황 보고 국가의 책임을 위해 우리라도 나서서 싸워야 겠다는 결심이 섰다. 지난 10월 12일 정부를 상대로 '공공성-노동권 확대를 위한 노정 교섭'을 공개 요구했지만 정부는 끝내 노조의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공공운수노조의 실질적 사용자인 정부가 국가 책임을 포기한 상황에서, 헌법이 보장한 쟁의권 행사를 통해 나설 수밖에 없었다.

프레시안 : 이번 파업을 통해 안전을 강조하는데,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계획에 따라 공공기관 인력과 예산을 줄이고 있다. 그 대상이 안전인력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현정희 : 지난 7월 29일 기재부에서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민영화와 인력감축 그리고 자산매각이다. 이 가이드라인 때문에 안전인력들이 강제적으로 감축되고 있다. 인력을 더 요구하고 있지만, 요구하는 인력도 주지 않고 오히려 공공기관을 통틀어 약 7천 명의 인원을 감축하라고 하는 것이다.

사실 오봉역에서 코레일 직원이 사망한 사고도 3인 1조가 되어서 긴 열차를 연결하고, 빼고 해야 하는데 사람이 부족해서 2인 1조로 일을 하지 않았다. 병원은 코로나 기간 동안 임시직 인력만을 투입하고 정규직 인력은 늘리지 않았다. 특히 돌봄 노동의 경우 99%가 민간에 위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 돌봄의 기준이 될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공공 돌봄 예산을 윤석열 정부나 오세훈 시장은 반 이상 줄여버렸다. 민간기관에서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에 돌보지 않아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 어린이, 장애인들은 공공 돌봄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인력과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의 공공성을 지탱하고 있는 공공사업에 재정을 끊어버림으로써 이 사업을 주저 앉히려는 것이다. 보편적인 공공서비스 제공이 아닌 이윤창출을 공공기관의 목표로 삼는 순간, 이윤과 연결되지 않는 안전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참석해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안전 인력의 경우,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비정규직-정규직 전환의 중점 대상이 되었던 인력이다. 정부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많은 일자리가 위협을 받게 된다면 실제 일하는 사람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현정희 : 당연히 그렇다. 안전 인력은 더욱 그렇게 대하면 안된다.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인데, 꼭 해야 하는 일이 외주화가 많이 된다. 그리고 외주화를 할 때도 반대가 심하니, 제일 힘들고 하기 싫은 일부터 외주화 하자고 했을 때 내부의 저항이 적으니 그렇게 된다.

사실 민주당 정부도 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정부가 사회 공공영역을 넓히고 개혁하겠다는 의지는 있었지만, 제대로 하지 않았다. 공공기관의 정규직화도 결국 자회사를 통해 이뤄냈고, 자회사는 용역회사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예를 들어 지역난방은 공사인데, 뜨거운 온수관을 관리하는 업무는 '지역난방안전'이라는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의 자회사 형식으로 전환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지 안전의 외주화가 가능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또 하나는 정규직화는 결국 차별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회사로 전환하고나서도 근로조건의 차별은 존재하고 오히려 시중 노임 단가를 인정받지 못해 용역회사일 때보다 근로조건이 더 후퇴하는 경우도 있다.

프레시안 : 승차장 안전문을 홀로 정비하다 사망한 '구의역 김군'이 계기가 되어 안전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촉발된 역사가 있다. 이태원 참사, 오봉역 사고 등 시민들은 안전을 더 중요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됐음에도 정부가 오히려 이를 역행 하는 것 같다.

현정희 : 그렇다. 이번 파업의 슬로건이 '당신의 안전, 모두의 삶을 지키는'인데, 혹자는 왜 그런 당연한 이야기를 하면서 파업까지 해야 하냐고 한다. 너무 당연한 얘기고, 국가의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지금 윤석열 정부는 '작은 정부'를 표방하면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외면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을 때도, 위험하다는 신고가 여러 번 들어갔는데도 정부의 역할은 없었고 또 주체가 있는 행사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정부 관료까지. 정부가 아무 역할을 안 해서 벌어진 참사라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데, 정부는 우리 책임 아니라고 얘기하는 아주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게 맞는 것이고, 저희라도 총력 투쟁을 통해서 국민 안전과 노동자의 안전을 쟁점화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국민들이 이번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다고 생각되나.

현정희 : 그동안 우리는 정부에게 안전에 대한 요구를 전하며 교섭을 하자고 몇 차례 얘기했지만,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대다수 보수 언론은 우리의 목소리를 보도해주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하는 파업으로 인식될 수 있었을 것이다. '화물연대도 6월에 했는데 왜 또 해', '학교 급식을 왜 갑자기 중단해', '지하철을 갑자기 왜 멈춰'라고 의아한 국민들이 많으셨을 거다. 그런데 오봉역 사고, 이태원 참사 등을 통해 형성된 안전을 중요시 하는 분위기로 인해 우리의 요구를 한 번 살펴봐주시는 국민들이 많아진 것 같다. 어제는 한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이 핫팩을 주었다.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 한 시민이 "이번 정부가 막 가니까 꼭 이겨야 한다"며 자신이 쓰고 있던 핫팩을 건넸다. 완전히 달라진 양상이다. 이제는 공공기관이 안전해야 한다는 개념이 자리 잡은 것 같다.

프레시안 : 불편을 호소하며 노조의 파업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국민들도 있다.

현정희 : 이번 파업으로 불편함을 겪으실 시민들께는 죄송한 마음이다. 또 '법을 지켜야지'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법을 어기고 있다. 국회에서도 국회법보다 여야 합의를 가장 우선시 하는 것처럼, 노사도 근로기준법보다 노사단체협약을 우선시 해야 한다. 즉, 근로기준법보다 우선시해서 협약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 단체협약이 기재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지침으로 불이행 된다. 정부가 먼저 법을 어겼다. 업무개시명령도 그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이윤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 고려해서 고집을 꺾고 빠르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시민께서도 힘을 모아 주십사 부탁드리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기 위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정부에서는 노조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노총을 '민노총'이라고 부르며 "진정한 약자들과 비교해 더 나은 근로 여건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는데.

현정희 : 노동자를 폄훼하고, 국민 대다수인 노동자들을 갈라 치고, 분열 시키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부터 정부 관료들까지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방식이 이렇다. 기업의 이윤 창출의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 그리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로 바라본다. 노동자들이 기업 때문에 사는 건데 무슨 요구가 그렇게 많냐는 식이다. 평등한 주권을 가진 국민, 함께 잘 살아야 할 국민으로 바라보질 않는다. 윤 대통령도 각종 공식 자리에서 "정부는 기업"이라고 하지 않는가. 국가의 역할을 기업의 하수인이라고 규정하고, 그런 철학을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자본과 노동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에서 정부의 역할은 대화와 타협으로 각자의 입장을 조율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과 제도, 정책으로 중심을 잡아주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윤석열 정부는 전혀 그 역할을 하지 않는다. 기업에게 불리하면 노동자의 쪽박까지 깨버린다. 심지어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태도를 버리라"고도 한다. 대통령이 이미 지침을 내렸는데, 정부 어느 관료나 부처가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겠나. 화물 파업도 똑같다. 국토부 장관 이하 국토부는 아무것도 못하고,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하는 집배원 역할을 할 뿐이다.

프레시안 : 정부의 업무개시명령도 이와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여진다. 16년 만에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이다.

현정희 : 애초부터 화물 파업을 겨냥해 입법된 이 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많은 법률가들이 우려를 표한 법이다.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우리 헌법 제12조 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7조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커다란 지장', '상당한 이유' 등 자의적인 요건 규정으로 정부의 입맛에 따라 임의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형사법의 절대 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권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지 않았고 사문화된 법이었다. 죽은 법도 꺼내서 화물 노동자들을 때려잡는데 쓰고 있다. 한마디로 한다면 위헌적인 업무개시명령을 가지고 불법적으로 화물 노동자들을 때려잡는 독재라고 생각한다. '너 먹고 사는 건 모르겠고, 그냥 일해'라는 게 정부의 태도다.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고 계속 투쟁을 해야 한다. 버티고, 싸우고 연대하고 더 큰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노렸던 고립시키고, 탄압하고 갈라치는 방식이 안 먹힌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프레시안 :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에서 "안전운임제 폐지"까지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현정희 : 안전운임제 폐지는 도로 안전과 화물 노동자들의 생존을 갖다 버리겠다는 거다. 시멘트 화물 운임료는 고유가, 고물가 속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저가로 경쟁을 하다보니, 과적이 일상화되고 하루 16~18시간 장시간 운전으로 인해 도로 안전도 위협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화물노동자는 극한의 노동환경에서도 그냥 일만 하라는 것. 이 정부에서는 '국가가 곧 기업'이라는 철학 아래 일관된 행동을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정부는 3년 연장안을 내놓고 있고 품목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국회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지 않나.

현정희 : 지난 6월 8일 간 파업을 통해서 저희가 약속받은 게 두 개다. 정부여당과는 안전운임제를 지속하고, 품목 확대를 논의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민주당과 한 약속인데, 국회가 개원하면 안전운임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루겠다고 했다. 정부여당과 민주당 모두 약속을 안 지키고 있다. 정부여당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가진 당으로서 무책임하고 무능하다. 박홍근 원내대표를 직접 만나서 기자회견도 했다. 여야는 이 문제를 단 한 차례밖에 다루지 않았고, 가장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민주당도 화물노동자들의 뒷통수를 친 거고,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민주당이 정부여당과 우리가 싸우면서 얻는 반사이익을 노리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우리의 투쟁을 정쟁의 싸움으로 쓰는 것 같은 의구심이 든다.

▲화물연대 파업 엿새째인 29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인근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서 열린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에서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이 삭발한 뒤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이번 파업에 어떤 지부들이 참여하고 있나.

현정희 : 12월 1일 현재 총 12개 단위의 10만3909명의 조합원이 이번 공동파업에 함께 하고 있다. 공공기관 중에서는 서울교통공사노조와 의료연대본부, 용인경전철지부, 메트로9호선 노조가 파업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이다. 운수 부분에서는 화물연대본부가 파업에 돌입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에서는 교육공무직본부와 철도자회사,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지역난방안전지부, 4대강 물환경연구소 관련 4개 지회-분회가 파업에 동참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와 다산콜센터지부 등 사회서비스 및 지자체 관련 단위들도 함께 파업을 진행했다.

프레시안 : 특히 관심과 설명이 필요한 파업 현장이 있나.

현정희 : 이번 정부는 인수위 당시 국정과제를 이야기 할 때 부터 지금까지 1천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단 한번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도로 뺏고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하는 곳은 가장 힘들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어려운 일을 하는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백석동에서 노후된 온수관이 파열된 사고를 기억하시는가. 그 온수관을 관리하는 지역난방공사에서 이를 관리하는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이 아니라, '지역난방안전'이라는 주식회사를 만들어 그 곳에서 온수관을 관리하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온수관은 땅 속 깊이 묻혀있고 노후했기 때문에 용접 부위마다 점검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드문드문 점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 점검을 하지 않은 곳은 사고의 위험이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기재부는 혁신가이드라인을 이유로 인력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난방안전 지부도 파업에 돌입했다. 예산을 줄이면, 곧바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고 인력 감축은 다시 안전 위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교섭이 결렬되면서, 파업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는 현장도 있을 것 같다. 당장 화물연대가 그런 상황인데, 계획은 어떻게 되나.

현정희 : 화물과 비정규직 투쟁은 항상 정부의 노동탄압이 가장 심하게 들어오는 현장이다. 열악한 조건에서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일정한 월급을 받고, 미래 계획을 세우며 살 수 있지만 비정규직 혹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은 하루 벌어 하루를, 한 달 벌어 한 달을 살며 빚지는 인생을 산다. 파업은 하는 노동자가 가장 불안하고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지금까지 파업에 든 비용이 35억 정도다. 없는 사람들끼리 돈 모아서, 빚내서 하는 투쟁이다. 화물노동자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눈물이 난다. (눈물) 그들은 자신들이 안전운임제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오늘도 일하고 살아서 돌아오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화물노동자들은 평생을 운전하면서 살게 된다. 힘들게 일하지만, 가족 먹여 살리고 경제에 이바지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16시간~18시간 운전대를 잡는다. 그런 노동자들한테 정부는 오로지 이윤의 대상으로만 보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비인간적인 삶을 강요하기 때문에 그렇게는 못 산다는 발악을 하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는 교섭의 장을 언제나 열어두고 있다.정부가 지금이라도 '이윤보다 시민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인식만 가진다면, 원만하게 풀릴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결자해지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함께 싸우는 공동파업인 만큼, 설사 장기화되더라도 외롭지 않은 파업이 되도록 노조 차원의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오는 12월 7일에는 공동파업 이후 미해결 사업장 지원과 투쟁 지속을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공공운수노조 현정희 위원장이 <프레시안>의 질문에 답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프레시안(박정연)

프레시안 : 파업을 지켜보는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나.

현정희 : 저희가 병원, 화물, 학교, 지하철 등 공공운수사회서비스 영역의 파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시민에게 핫팩을 받아본 게 처음이다.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불편을 같이 참아내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함께 견뎌내주신 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저 노동자는 나의 가족일 수 있다는 마음과, 계속되는 참사를 보면서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 대한 경각심이 모인 것 같다. 당신의 안전과 우리 모두의 삶을 위한 파업이다.

파업을 하면 불편을 겪는 시민들도 힘드시지만, 노동자 자신이 제일 힘들다. 파업을 하는 만큼 임금이 나오지 않는다. 하루 밥값만 모여 몇 억이 든다. 우리들의 피해도 감수하고 싸우는 이유는, 우리의 노동권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전할 수 있도록 우리 청년들이 좋은 사회에서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모인 것. 어느 하나의 이유만으로는 파업을 해내기 힘들다. 누가 시킨다고 파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이번 공공운수노조가 '당신의 안전, 우리 모두의 삶을 위한 국민 안전 파업'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시고 응원과 연대 부탁드린다.

▲29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포항철강산업단지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포항지역본부 조합원들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촉구하며 걸어놓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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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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