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는 왜 총파업에 돌입했을까?

안전운임제 제도화·품목 확대 요구…정부는 강경대응 선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24일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차종·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10시 전국 16개 지역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안전운임제 개악 저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과 차량·품목 확대를 위해 모든 물류 운송을 거부하는 총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안전운임제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최저임금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화물 노동자들에게 일종의 최저임금의 역할을 한다. 낮은 운임으로 과로·과적 운행이 일상화된 화물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운임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가 공표하는 운임이다.

화물연대의 주된 요구는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다. 2018년 국회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 개정을 하며 도입한 안전운임제는 올해 12월 31일이 지나면 자동 소멸(일몰)된다. 화물연대는 자동 소멸되는 안전운임제의 연장 및 제도적 정착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현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시멘트 두 가지 품목과 차종에만 적용되고 있는데 이를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으로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24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포항철강산업단지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포항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정부와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지속'조치와 함께 품목 확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지난 22일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2개 품목에 한해서만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 총파업 요구사항이었던 일몰제 폐지나 품목확대는 논의되지 않았다.

더구나 화물연대에 따르면 '대기업 화주'의 책임을 삭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화주의 책임'을 삭제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 법률안'(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을 발의한 바 있다. 화물연대 측은 안전운임제의 책임 단위인 대기업 화주의 책임이 삭제되면, 안전운임제 제도 자체가 무력화된다고 우려한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화물차 사고로 1년에 700명 가까이 사망하고 있다"며 "한달 내내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하고 겨우 생활비를 가져가는 화물노동자는 더는 죽음과 고통을 연료 삼아 화물차를 움직일 수 없다. 안전운임제만이 화물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법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정은 화물차주의 소득 수준이 낮지 않고 물류비 증가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를 안전운임제 확대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은 자본과 한 몸이 돼 화물노동자를 우롱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 주장대로라면 화물노동자는 죽을 때까지 자본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이날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정부 "운송개시명령 국무회의 상정하겠다" 엄포...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

정부의 태도는 단호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 기지에서 개최한 현장 상황회의에서 "운송거부가 계속되면 국민이 부여한 의무이자 권한인 운송개시명령을 국무회의에 상정할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 주 화요일 국무회의 또는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서라도 주어진 의무를 망설이지 않고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운송 사업자나 종사자가 화물 운송을 집단 거부해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업무 개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운송 사업자나 종사자들에게 운송개시명령을 내린 적은 없었다.

원 장관은 또 화물연대의 파업을 두고"화물연대가 안전을 내세워 자신의 소득을 일방적으로 올리려 한다"며 "우리 기업들을 담보로 해서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집단적인 이기주의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불법에 대해 일체 용납 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화물연대 전체 조합원(2만2000여명 추정) 가운데 43%에 해당하는 약 9600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긴급현장상황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울산신항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울산지역본부의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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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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