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10명 중 9명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에 부정적이라는 양대 노총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으로 집중노동 시간이 늘어나 노동자의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동시간 제도 및 윤석열 정부 정책에 대한 노동자 인식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26일~10월14일 조합원 26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은 연장노동시간 규제 기준을 일주일 단위에서 한 달 이상 단위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준을 한 달로 바꾸면 이 기간 내 연장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해 산술적으로는 주당 최대노동시간이 69시간까지 가능해진다.
노동자들은 정부가 예고한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다수였다. 월 단위 연장노동시간 관리 방안과 관련해 '집중노동'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응답이 89.5%를 차지했다.
'업무량이 많은 주에 집중노동을 했더라도 다른 주에 그만큼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을 것'(86.4%),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의 재량권 더 커질 것'(80.8%) 등 제도 변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창근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업무량이 많은 주에 집중노동을 했더라도, 다른 주에 그만큼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항목에 거의 10명 중 9명이 동의했다는 점은 사용자의 자발적 노동시간 준수에 대한 현장의 신뢰가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하며, 노동시간 유연화가 사용자의 재량권만 키울 우려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장시간 노동에 대한 대안으로 초과 노동시간을 저축해서 유급휴가 등으로 활용하는 노동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노동자 92.4%는 '정작 쉬어야 할 때 또 다른 업무로 저축한 연장근무 시간을 휴가로 사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노동현실과의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차휴가도 소진 못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없음'(89.2%), '휴가권 보장이 전제돼야 함'(76.8%) 등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에 부정적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양대노총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는 유연근무제 확대 등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은 노동자의 자율적 선택권보다는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 재량권을 확대시켜 '유연·장시간노동체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열학한 특수고용노동자…10명 중 5명은 주6일 근무
또한 양대노총은 건설기계 종사자, 택배기사, 온라인·마트 배송 기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특고) 노동자 조합원 672명을 대상으로 노동시간 실태와 인식을 조사한 결과도 발표했다.
특고는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업무위탁계약 등에 의해 노무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 등의 형태로 대가를 받는 사람들을 말한다. 겉으로는 독립 사업자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대부분은 특정 업체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직·간접적 업무 지시와 감독을 받아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특고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된 휴가·휴식권을 누리지 못하고, 연장근무 또는 휴일 근무를 했더라도 대다수는 가산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등 노동조건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고 노동자들의 43.8%는 '주 6일', 36.5%는 '주 5일'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7일' 일한다는 응답은 3.4%다. '주 52시간' 넘게 일한다는 특고 노동자는 55.4%에 달했다. 대다수 특고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특고 노동자 98.3%는 연차 유급휴가를 보장받지 못하고, 87.7%는 업무시간 중 별도의 식사·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양대노총은 "특고의 장시간노동 관행 개선을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규정 적용이 필수적이고, 장시간노동과 소득이 연계되어 있음을 고려하여 안전운임제와 같은 소득 보장제도의 병행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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