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40년 지기'가 장악한 민주평통…'평화파 찍어내기' 논란 미주지역까지 번지나?

민주평통, 미국 의원들도 참석한 행사 주관 및 참여한 자문위원들 상대로 '경위 조사' 벌여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자문위원들에 대한 이른바 '물갈이' 시도로 논란을 불러온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가 이번에는 한반도 평화 관련 컨퍼런스를 개최한 미주 지역 자문위원들을 상대로 경위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민주평통 사무처가 주도하는 것으로, 사무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친구'이자 캠프 핵심 멤버 출신이다.

현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는 행사를 주도한 인사들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선 셈인데, 민주평통의 정권 편향성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민주평통 최광철 미주부의장은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지난 11월14일~16일 워싱턴 D.C에서 미주 한인 최대 유권자 평화시민단체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주최로 열린 '2022 KOREA PEACE CONFERENCE' 행사를 주관한 미주부의장과 여기에 참여한 미주지역 자문위원들을 대상으로 진상조사를 한다며 21일(현지 시각) 미주지역 자문위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이메일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미주지역 각 지역협의회의 많은 자문위원들은 민주평통 사무처로부터 '미주부의장 민원 접수 및 경위조사 착수  제목의 이메일을 받았다. 민주평통 사무처의 명의가 적힌 이 문서에는 "최근 미주 부의장 주도 하에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한반도 평화컨퍼런스 2022 행사'와 관련하여 다수의 민원이 제기되어 당 사무처에서 관련 자문위원에 대해서 경위조사에 착수하였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최 부의장은 사무처의 이같은 행위에 대해 "개별적 진상조사 이메일을 선택적으로 보냄으로서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에 대한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사고 있다"며 "민주평통 사무처는 이같은 불법 부당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공식적인 사과를 발표하길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23일 민주평통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되어 조사를 진행했고, 자문위원을 해촉하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안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이같은 경위조사의 경우 이전에도 시행됐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민주평통 측이 자문위원 교체와 이번 조사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지난달 14일 취임식에서 현 정부 기조와 맞는 인물들로 자문위원을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실제 몇몇 분과위원장들이 물러난 바 있어, 이번 사건을 미주지역 자문위원 교체를 위한 명분으로 사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석동현 사무처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로 40년 지기다.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 검사 출신이고 윤석열 캠프에서 상임대외협력특보를 맡았다. 

▲ 민주평통이 21일(현지 시각) 미주지역 자문위원 일부에게 보낸 경위조사서 ⓒ최광철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22.10.14 ⓒ연합뉴스

민주평통, 정권 나팔수 아냐 

문제가 됐던 '한반도 평화 컨퍼런스 2022행사'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동포 사회에 평화 운동을 확산시키고 미 의회에 '한반도 평화법안'(HR 3446) 추진을 독려하려는 목적으로 개최됐다.

행사에 참가한 뒤 민주평통 사무처로부터 경위조사 이메일을 받은 박동규 미주지역 민주평통 자문위원은 <프레시안>과 서면 인터뷰에서 "컨퍼런스에는 미주 전역의 한인 커뮤니티 리더 300여 명과 브래드 셔먼, 앤디 김, 메릴린 스트릭랜드등 미 연방의원 12명, 김경협·임종성·김민철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등 대한민국 국회의원 3명 등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박 자문위원은 "컨퍼런스의 목적이자 중요한 성과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미주 동포들의 열망을 미 의회에 전하고 동포사회에 평화통일 운동을 확산시키는 것"이었다며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시민권자, 유권자, 납세자로서 '한반도 평화법안' (HR 3446)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고 보다 많은 상하원 의원들에게 공동 발의를 촉구하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박 자문위원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1)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2) 한반도 영구 평화를 위한 로드맵 작성 (3) 미국과 북한에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4) 이산가족 상봉 추진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국 내 정치적 입장에 따라 방법적 측면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큰 틀에서는 일정 부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사항들이다.

그는 "이러한 '한반도 평화법안'을 지지하고 미 의회의 통과를 위해 일하는 것은 오히려 민주평통 사무처가 격려하고 응원해야 마땅한 일이 아닌가? 이 행사를 주관한 평통 위원들을 조사하고 퇴출시키려 한다면 과연 민주평통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박 자문위원은 또한 민주평통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제2조에 따라 통일에 대한 국내외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며 범민족적 의지와 역량을 결집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상명하달식으로 일방적으로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정권의 나팔수나, 일부 국민이나 특정 집단의 의견만을 반영하는 편향된 단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석동현 사무처장의 주장대로 '물갈이'가 되면 구체적으로 종전협정과 평화협정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일차적인 대체 대상이 된다. 이는 대한민국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해외동포들을 편가르기하며, 전 세계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애호하는 국가들과 시민들을 실망시키고 분노하게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자문위원은 "김관용 수석부의장은 지난달 11일 취임식에서 '해불양수'(海不讓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민주평통은 국내외 각계각층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만들어나가는 대양이 되어야 하니, 자문위원 한 분 한 분이 남남갈등을 해소하는 소통 통로가 되어달라고 당부했다"며 석 사무처장의 자문위원 교체는 이러한 입장에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 정부가 후세의 역사가들에 의해 반 민주, 반 평화, 반 통일 정권으로 기록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서 민주평통은 그 이름 그대로, 그리고 헌법 정신을 따라서 민주,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기관으로 다시 한 번 자신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분명히 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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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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