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이 촉발한 가스 '골드러시'…"기후위기 대응 실패할 것"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 보고서 "신규 가스 발전 배출량 전체 탄소예산 1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선진국의 '가스 발전 확대'가 기후위기 대응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유럽연합(EU)을 포함한 국가들이 발표한 신규 가스 발전이 내뿜는 배출량으로 인해 '1.5도' 목표가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다.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는 10일(현지 시각)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세계가 가스에 '골드러시'를 하고 있다"며 신규 발전되는 가스 발전소로 인해 2050년까지 40기가톤이산화탄소상당량(40GtCO2e)을 더 많이 배출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EU를 포함한 전 세계에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협을 가했다. 특히 전체 가스 사용량의 40%를 공급받고 있던 유럽은 새로운 공급원을 찾아 나섰다. 가스 수입원을 다원화하는 한편, 새로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또한 추진 중이다.

EU 집행위원회는 가스 파이프라인과 액화천연가스(LNG) 개발비 명목으로 120억 유로(약 16조3000억 원)을 배정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 또한 LNG 사업에 공공기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나이지리아, 이집트 등에서는 유럽연합 국가의 가스 수입 증대에 맞춰 가스 생산량을 늘리기도 했다.

▲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는 10일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보고서를 발표하며 신규 발전되는 가스 발전소로 인해 2050년까지 40기가톤이산화탄소상당량(40GtCO2e)을 더 많이 배출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AP=연합뉴스

선진국들이 러시아산 가스가 아닌 다른 가스 수입원을 찾아 나서자 가스 매장량이 많은 아프리카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국제 환경단체연합인 '에너지모니터'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최근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905개의 신규 가스 프로젝트가 예정되어 있으며, 투자 비용만 4000억 달러(약 530조 원)에 달한다. 아프리카 전체 GDP의 15%규모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러한 아프리카 대륙 내 신규 투자가 일반 시민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으로 국제적으로 치솟는 가스 가격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가스 발전에 나서도록 한 계기가 되었다"라면서도 "이러한 아프리카 내 화석연료 사업 투자 확대는 아프리카 시민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고, 다국적 기업에만 이득으로 돌아가고 기후위기를 더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확대되는 가스 발전 투자에 비해 재생에너지 투자는 좀처럼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 또한 비판받고 있다.

블룸버그NEF가 지난 9일 발표한 아프리카 내 재생에너지 투자 현황에 따르면 작년 아프리카 재생에너지 투자 비용은 26억 달러(약 3조4385억 원)로 11년 만에 최하치를 기록했다. 반면 화석연료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환경단체 '파워 시프트 아프리카' 모하메드 아도 국장은 COP27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을 포함한 EU 국가들이 아프리카 국가를 러시아를 대체하는 '가스 충전소'로 확보하려 한다"라며 "에너지 식민주의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 환경단체 '파워 시프트 아프리카' 모하메드 아도 국장은 COP27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을 포함한 EU 국가들이 아프리카 국가를 러시아를 대체하는 '가스 충전소'로 확보하려 한다"라며 "에너지 식민주의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Powershiftafrica

특히 신규 가스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탄소배출은 기후위기 대응 목표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기후행동추적은 각 나라가 발표한 신규 가스 프로젝트가 모두 이행될 경우 2050년까지의 탄소예산 10%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탄소예산이란 극단적 기후위기 상황을 막기 위해서 앞으로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한다. '에너지 안보'를 달성하기 위한 가스 개발 증대가 기후변화 대응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정량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시나리오 내 가스 발전 용량에 비해서도 235%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됐다. 국제에너지기구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새로운 유전과 가스전이 개발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왔지만, 2배가 넘는 가스 시설이 건설되는 것이다. 또한 새롭게 발표된 LNG 수출 및 수입 프로젝트가 그대로 시행된다면 전 세계 LNG 소비는 2030년까지 두 배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가스 발전 확대는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를 보장하는 것을 넘어선 '초과공급'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가스 과잉 공급의 규모가 작년 기준 유럽연합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가스의 약 5배에 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선진국 추진한 가스 발전 확대가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은 가스 공급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기후행동추적 협업기관 기후 에널리틱스(Climate Analytics) 대표 빌 헤어는 10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러시아 가스가 남긴 구멍을 메우려는 시도에 과도하게 도달한 상황"이라며 "몇몇 선진국들은 새롭게 체결한 가스 계약이 단기적이며 신설 가스 시설도 금세 폐쇄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한번 기반시설이 만들어지면 계속 쓰고 싶어하는 유인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고서는 전 세계 국가들이 제출한 목표치를 모두 달성하더라도 2100년에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평균 기온이 2.4도 상승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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