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역 사망사고의 배경에 교대 근무의 인력 부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요구한 안전인력 증원 요청을 정부가 대거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존 3조 2교대에서 4조 2교대로 전환하며 1865명의 인력 충원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단 한 명도 증원 승인을 해주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프레시안>이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코레일은 '철도안전강화'를 위해 최근 2년간 861명의 안전인력 증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약 14%인 125명의 인력만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증원 요청 인력 중 736명을 삭감한 것이다.
코레일은 2020년 197명의 '철도안전강화' 인력을 국토부와 기재부에 요청했으나, 정부는 이 중 17명의 증원을 승인했다.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력이다. 코레일은 "철도안전 확보 등을 위해 대내외적으로 긴밀한 협력을 위한 전담조직 신설과 안전인력 증원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듬해인 2021년 코레일은 664명의 '철도안전강화' 인력을 요청했으나 이 중 108명만 증원을 받았다. 코레일은 "철도사고 발생에 따른 국민우려와 중대재해법 제정 등으로 철도안전 강화의 필요성 증대", "철도안전 확보 등을 위해 대내외적으로 긴밀한 협력을 위한 전담조직 신설과 현장 안전인력 확충"등을 이유로 들었으나 정부는 이들의 인력 요구를 삭감했다.
이는 철도노조가 이번 사고를 전후해 "인력 증원 요청을 정부에 꾸준히 했으나 정부가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한 내용을 뒷받침한다. 작업 현장 사고 원인을 정부가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지난 5일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서 열차 차량을 이동시키고 연결·분리하는 '입환작업'을 하던 수송원 A씨가 열차에 치여 숨졌다. 오봉역은 전체 화물량의 36%를 차지할 정도로 물동량이 많고 규모가 큰 역이지만, 2인 1조로 작업할 시 선로 위를 뛰어다녀야 할 정도로 작업 인력 대비 입환량이 많은 곳으로 꼽힌다.
오봉역에서 사망한 노동자와 같은 수송 업무를 담당해 온 수송원 성낙권 씨는 전날 철도노조 기자간담회에서 "인력이 많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게 확보가 안 되어서… 망인(亡人)의 죽음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동안 사측에 입환 업무를 하는 수송원 인력을 늘려달라고 요구했고 열차 입환 방식도 지금처럼 후진 방향이 아닌 직진 방향으로 하는 '견인' 방법으로 바꿔달라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전혀 변화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 이동 통로 없어 선로 위 걷는 오봉역 수송원들…"개선 요청했지만 정부는 묵살")
한편 코레일은 지난 2019년 업무 방식 전환에 따른 별도의 추가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해당 인력 증원은 단 한 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2019년 코레일은 4조 2교대 전환에 따른 필요인력을 산출하기 위해 삼일 회계법인과 함께 8개월에 걸쳐 직무진단을 실시했다. 기존 3조 2교대에서 4조 2교대로 개편한만큼 1조가 늘고 근무주기가 바뀌었으니, 1865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단 한 명도 증원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은 박상혁 의원실을 통해 공식 확인됐다. 이번 사고 원인에 3조 2교대에서 4조 2교대로 전환 후 그에 필요한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2인 작업조가 운영돼 위험에 취약했다는 점, 관련 인원 충원을 정부에 요구했으나 정부가 이를 묵살했다는 점은 그간 철도노조를 통해 제기돼 왔다. 관련 사실이 문서로 공식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선욱 철도노조 정책기획실장은 "현장은 인력 부족이 심각하고, 매년 국토부에 안전인력 충원을 요구하지만 국토부와 기재부를 거쳐 인력 충원 요구에 칼질을 당하면 필요 인력의 10% 남짓 충원 될 뿐"이라며 "사고대책이란 게 매번 직원들 기강잡기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인력충원과 시설 개선 등은 예산문제로 번번히 벽에 부딪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처럼 필요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철도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는 또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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