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애 낳을 곳 없어... 출산장려금 외 추가 대책 필요

관내 산모들 30분에서 1시간 원정 출산

경북 경산시에 9개의 산부인과 병의원이 있지만, 분만이 가능한 곳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산시에 거주하는 임산부는 진료와 출산을 위해 다른 지역까지 '원정'을 떠나는 불편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경산시는 지난 9월 내년 주민참여예산 수립을 위해 주민제안 공모사업 38건에 대한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개최했다.

주민제안 중에는 '분만전문 산부인과 유치'도 있었다. 상당수 주민참여예산 위원들은 28만 인구의 경산에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했다.

이러한 주민 제안에 경산시는 검토 결과 '추진이 어려움 사업'으로 '실행불가'라며 실효성 있는 대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의안 자료에 따르면 "대구와 생활권을 공유하는 지역으로, 관내 분만 산부인과의 분만 이용률이 저조한 편에 해당함"이라며 "보건복지부 기준 분만 취약지에 해당하지 않아 분만 산부인과 설치 지원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분만취약지 확대 요청 건의 등을 통해 시민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방안은 없었다.

그러면서 경산시는 "관내 분만 시설을 유지 중인 산부인과에서도 분만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라며 "관내 병원에 문의한 결과 분만실 운영 재개가 어렵다는 의견을 회신받았다. 산모들의 의료기관 이용 편의를 위해 분만실 운영 재개를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주민참여예산위원 중 일부는 "사회적 약자의 반려동물 병원비 지원사업에는 75백만 원을 배정하는데, 사람 문제가 먼저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경산시에 자료에 따르면 산부인과 병의원은 총 9개로 2020년 4월 마미안여성병원과 경산산부인과의원 중 경산산부인과의원이 분만을 중단했고, 지난 3월 마미안여성병원도 분만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이들 병원에 분만 재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내 분만 산부인과 이용자 수 현황에 따르면 마미안여성병원에 2021년 입원환자수는 2016년 5688명에서 2021년 2118명으로 5년 새 62.8%가 감소했다.

경산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김 모씨는 "분만이 불가능한 산부인과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또 경산이 분만 가능한 곳이 없다는 사실에 걱정이 많다"라며 "야간 근무 등으로 산모가 혼자 집에 있을 때 30분이 넘게 차를 타고 대구로 나가야 한다는 것에 두려움이 생긴다"고 말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출산 인프라 붕괴는 저출산 악순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만 인프라 붕괴는 해당 지역 산모와 신생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 이진용 서울대 의대 교수팀이 2019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분만취약지역의 평균 유산율은 4.55%로 비(非)분만취약지역(3.56%)보다 약 1%포인트 높다고 알려졌다.

경산시가 '인구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상적인 자녀 수를 묻는 말에 61%의 높은 비율로 0~1명을 꼽았는데 이는 저출생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풀이됐다.

이러한 출산 인프라 붕괴 문제는 경산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국 250개 시·군·구 가운데 산부인과가 아예 없거나 산부인과가 있어도 분만이 어려운 지역이 63곳에 이른다. 4곳의 시·군·구 중 한 곳(25.2%)꼴로 '분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민선 8기 조현일 시장은 '출산장려금 및 출생아 건강보험료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지난 8월 5일부터 출생아부터 출산장려금을 확대 지원하고 있다.

지원 내용은 ▷첫째 자녀 출생 시 50만 원→매월 10만 원씩 총 120만 원 ▷둘째 자녀 출생 시 매월 10만 원씩 12회 지원 120만 →20만 원씩 12회 지원 240만 원 ▷셋째 자녀는 매월 30만 원씩 12회 총 360만 원 ▷넷째 자녀 이상은 50만 원씩 24회 총 1천200만 원이다.

또 신생아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은 출산축하금을 신설해 신생아 1명당 50만 원 1회 지원한다. 

지역민들은 경산시가 지속적인 인구증가를 꾀한다면 분만 사각지대에 벗어날 수 있도록 직간접적인 지원책도 추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지난 9월 기준으로 경산시 총인구는 27만 9천303명으로 집계됐다. 2012년 말 기준 25만 2천818명에서 10%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경북지역은 2백69만 8천353명에서 2백60만 5천66명으로 3.4% 감소해 대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조현일 경산시장은 지난 7월 27일 보건소 모자보건실에서 열린 저출산 극복을 위한 현장소통 간담회에 참석했다. ⓒ 경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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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현

대구경북취재본부 권용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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