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쿼크와 양성자 구조를 탐구한다

[최준석의 과학자 열전] 김현철 인하대 물리학과교수

<프레시안>이 독자들과 '과학 이야기'를 나누고자 '최준석의 과학자 열전'을 연재합니다.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는 '문과' 출신으로 최근 수년간 '과학책 읽기'에 푹 빠진 중견 언론인입니다.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저자인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는 한국의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며, 한국의 과학자와 과학의 최신 트렌드에 대해 독자들과 알기 쉬운 언어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프레시안에서 흥미로운 '과학 컨텐츠'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편집자

한 물리학자가 그런 말을 한 걸 기억한다. 언론사에 글을 써서 보냈더니, '쿼크'라는 말을 뺄 수 없겠느냐고 해왔다. 일반 독자가 쿼크를 잘 모르니, 양성자까지만 써달라고 했단다. 양성자는 알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쿼크까지는 한국인이 모를 거라고 그 언론사 기자는 생각했나 보다. 그걸 들으니 '양성자와 쿼크 사이' 어디가 한국인 물리학 지식의 경계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쿼크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 중 하나다. 양성자와 중성자에 3개씩 들어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고, <강력의 탄생>과 같은 교양과학책에서 우리가 접하는 내용이다. 지난 10월 14일 인하대학교에서 만난 김현철 교수는 쿼크 5개로 구성된 입자인 '펜타 쿼크' 이야기를 꺼냈다.

▲김현철 인하대 물리학과교수 ⓒ최준석

펜타쿼크 이야기

김현철 교수가 인하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유학할 때다. 1997년 당시 그는 독일 보훔대학교 제2이론물리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보쿰 대학교에 러시아 물리학자 세 명이 '펜타쿼크' 관련 논문을 독일 물리학 학술지(Zeitschrift für Physik A)에 내놨다. 드리트리 디아코노프(Dmitri Diakonov, 1942-2012) 빅토르 페트로프, 막심 폴랴코프가 '세타 플러스'(Theta plus)라는 펜타쿼크가 계산을 해보니,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세파 플러스는 u쿼크 두 개, d쿼크 두 개, s쿼크의 반입자 해서 모두 다섯 쿼크로 이뤄졌다. 질량은 1530 MeV/c²이고, 다른 입자로 붕괴하는 데 붕괴 폭이 1 MeV/c²보다 작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내가 나중에 연구해 보니, 붕괴 폭이 0.5 MeV/c²도 채 안 된다. 붕괴 폭이 작으면 실험에서 발견하기 힘들다. 에너지를 아주 촘촘하게 잘라 나가면서 봐야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구 러시아가 1991년에 붕괴한 이후 러시아의 천재 물리학자들이 독일에 많이 와 있었다. 내가 만났던 세 사람은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었다."라고 말했다.

펜타쿼크는 러시아 연구자들 논문에 앞서 근 60년 전 미국에서 처음 개념이 나왔다. 미국 물리학자 머리 겔만(당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교수, 1929-2019)이 이론적으로 제안한 바 있다. 겔만은 1964년 '피직스 레터스'(Physics Letters)라는 물리학 학술지에 두 쪽짜리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중입자와 중간자들의 도식 모형'(schematic model of baryons and mesons)이었고, 이 논문에서 '쿼크'라는 용어가 물리학사에서 처음 등장했다. 겔만은 쿼크라는 입자가 이론적으로는 존재 가능하다고 말했다. 겔만은 이 논문으로 5년후인 1969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 김현철 교수는 "겔만의 이 논문에서 펜타쿼크가 처음 등장한다."라고 내게 말했다. 겔만은 쿼크 4개와 반쿼크(쿼크의 반물질) 한 개로 된 펜타쿼크를 제안했다. 그리고 쿼크 4개로 만든 물질, 즉 테트라쿼크도 수학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테트라쿼크는 쿼크 2개와 반쿼크 2개로 구성될 수 있다고 했다.

보훔대학교에 머물던 러시아 물리학자 3명은 모두 이론물리학자다. 김현철 교수도 이론 물리학자다. 러시아 세 사람 중 최연장자인 디아코노프 박사가 2001년 2월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학회에 갔다. 이곳에서 일본 오사카대학교의 핵물리연구소 소장인 나가노 다카시(中野 貴志) 박사를 만나, "펜타쿼크를 찾아보라."라고 설득했다. 이론물리학자의 아이디어를 전해 들은 나가노 교수는 실험에 착수했고, 디아코노프 박사가 말한 그 질량에서 '펜타쿼크'를 봤다. 질량(1540GeV/c²) 뿐 아니라, 붕괴 폭도 예측과 비슷하게 나왔다. 나가노 교수가 한 실험은 'LEPS실험'이다. 일본 효고현에는 8 GeV 짜리 대형방사광가속기(Super Photon ring-8)가 있고, 광자를 만들어내는 방사광가속기이다.

김현철 교수는 "이게 정확하게 물리학 연구가 정확히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예다. 이론하는 사람은 예측을 해서 실험하는 사람을 가이드하고, 실험 물리학자는 이론가가 말한 입자가 정말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를 찾는 거다."라고 말했다.

논문은 2003년 7월 최상위 물리학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PRL)에 나왔다. 쿼크 두 개짜리, 쿼크 세 개짜리 입자만 있는 줄만 알았으나, 다섯 개 짜리도 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학자 뿐 아니라, 일반인도 큰 관심을 보였다. 신문마다 떠들썩하게 보도했다고 김 교수는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에 입자가속기 연구소가 세 개 있는데, 토머스 제퍼슨 가속기 연구소가 그중 하나다. 흔히 제퍼슨 랩이라고 불리며, 미국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에 있다. 제퍼슨 랩에는 전자 가속기가 있고, 이 가속기가 가속한 전자는 고정되어 있는 원자핵 물질에 충돌한다. 그곳에서 나오는 물질을 보기 위해 입자검출기가 설치되어 있고, 이 검출기 이름이 CLAS검출기이다. CLAS검출기는 1989년에서 2012년에 가동되었고, 그걸 갖고 하는 실험 이름은 CLAS실험이다. CLAS실험은 일본발 펜타쿼크 검출 소식을 듣고 같은 실험을 했고, 세타 플러스 입자를 발견했다고 2003년에 발표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제퍼슨 랩 CLAS실험의 연구 결과를 2003년 미국 핵물리학계의 중요한 발견 중 하나로 선정했다. 제퍼슨 랩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12개 실험이 우리도 세파 플러스 입자를 봤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펜타쿼크 죽다

제퍼슨 랩 CLAS실험은 이후 데이터를 더 많이 받아 세타 플러스 입자의 물리적인 특징을 더 정밀하게 알아내고자 했다. 그런데 입자가 확인되지 않았다.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결국 2006년 제퍼슨랩 CLAS실험은 세타 플러스가 오간데 없다는 발표를 해야 했다. 김현철 교수는 "자신의 앞선 발표를 부정하는 결과였으니, 자살골이었다."라고 말했다. 일본 LEPS실험은 미국 제퍼슨랩에서 세타 플러스를 보지 못하였다는 연구 결과를 접하고, 이를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세타 플러스는 여전히 있는 걸로 나왔다. 러시아에서는 자신들의 과거 실험 데이터를 다시 분석했다. 중간자(쿼크+반쿼크)를 제논 원자핵에 때린 실험 자료를 분석했는데, 세타 플러스가 있는 걸 물론이고 '붕괴 폭'까지 정확히 확인했다. 김현철 교수는 "이 상황은 내가 나중에 학회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세타 플러스는 일본과 러시아에서만 국소적으로 존재한다라고."라며 웃었다.

미국의 영향이 학계에서 강해서인지 펜타쿼크는 제퍼슨 랩이 "없다"라고 발표한 이후 학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일본 연구자들은 말을 아꼈다. 극도로 조심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Spring-8에서 광자로 한 실험 결과는 아무도 안 믿을 거야라고 생각한다"라고 김 교수는 일본 분위기를 설명했다. 2008년에 이 분야의 공식기록인 '입자물리학 리뷰'(Review of Particle Physics')는 "'(펜타쿼크) 발견 그 자체와, 그 이후에 이론가 및 현상론자들의 논문이 파도처럼 쏟아졌고, 그리고 '비 발견'이라는 결론이 내려진 이 전체 이야기는 과학사에서 기묘한 에피소드다."라고 표현했다. 김현철 교수는 "물리학자 90%는 펜타쿼크가 죽었다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12곳 실험이 펜타쿼크를 봤다고 했는데, 그러면 이들의 실험 결과는 어떻게 되는 건가? 김현철 교수는 "솔직히 스캔들이다. 12군데 실험에서 봤는데, 그 입자가 사라졌다면 어떻게 된 것인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지 않겠는가? 과학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펜타쿼크 스캔들' 이야기를 책으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상황은 올바르지 않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가령, 김 교수는 2012년에 펜타쿼크 관련 논문을 써서, 물리학자들이 논문을 올리는 웹사이트인 아카이브에 올렸다. 그랬더니 스페인 물리학자가 이메일을 보내, 김 교수를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했다. 아직도 펜타쿼크 연구를 하느냐는 거였다. 김 교수는 "나는 과학자로서 집요하게 매달릴 건 매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있던지 없던지 최종 결론이 난 게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중국 장가계에서 2007년인가에 열린 강입자 핵물리학 학회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한국과 일본, 중국 학자가 참가했다. 부산대학교에서 일하던 김현철 교수와 일본 오사카대학의 아츠시 호사카(保坂 淳) 교수가 이 학회를 2003년에 시작했다. 중국 장가계 학회에서 중국 학자 한 사람이 광자를 고정 표적에 때렸을 때 나온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데이터를 설명하기 위해 '들뜬 양성자'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가 보니 '들뜬 양성자'는 다름 아닌 펜타쿼크였다. u쿼크 두 개와 d쿼크 한 개, s쿼크, s쿼크의 반입자해서 모두 5개 쿼크를 갖고 있었다. "펜타쿼크 아닙니까?"라고 질문했더니 중국 연구자는 "아니다, 아냐"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김 교수는 "펜타쿼크는 소설 <해리 포터>에 나오는 사악의 존재인 '볼드모트'와 같이 되어 버렸다. 그가 누군지 알지만 그의 이름을 감히 얘기할 수 없는 존재가 볼드모트다."라고 말했다.

▲김현철 인하대 물리학과교수 ⓒ최준석

무거운 펜타쿼크의 발견

2015년에 반전이 있었다.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LHCb실험이 무거운 펜타쿼크'를 발견했다고 그해 6월에 발표했다. 무거운 펜타쿼크는 질량이 무거운 쿼크인 c쿼크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무거운 펜타쿼크는 c자를 사용해서 Pc라고 불린다. 신문들이 또 떠들썩했다. 펜타쿼크 발견을 대서 특필했다. 2019년에는 무거운 펜타쿼크가 추가로 발견됐다.

무거운 펜타쿼크가 발견되자, 사람들이 좀 누그러졌다. 제퍼슨랩이 '가벼운 펜타쿼크'가 없다고 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8년간 물리학자들이 신경질적이었다. 펜타쿼크와 관련해서는 얘기도 못 꺼내게 했다. 김 교수는 "무거운 펜타쿼크가 발견됐으니, 가벼운 펜타쿼크에도 다시 관심을 가질 때다."라고 내게 말했다. 무거운 펜타쿼크는 얼마나 무겁고, 가벼운 펜타쿼크는 얼마나 가벼울까? 김 교수는 가벼운 펜타쿼크를 이루는 u쿼크는 질량이 10MeV/c²정도이고, s쿼크의 반입자는 100MeV/c²이라고 했다. 하지만 무거운 펜타쿼크에 들어있는 c쿼크는 1.2GeV/c²로 질량이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김 교수는 가벼운 펜타쿼크의 질량과 붕괴폭을 정교하게 계산한 논문을 2010년에 썼다. 논문은 학계 분위기를 반영하듯 2년간 줄줄이 게재가 거부되다가, 일본 물리학회가 발행하는 PTP(Progress of Theorectical Physics)에 겨우 발표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일본은 펜타쿼크와 관련해서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도카이에 있는 국립고에너지 연구소인 J-PARC에서 실험하면 가장 확실하다고 했다. 제퍼슨 랩은 전자로 실험했으나, J-PACR은 케이중간자(u쿼크반물질+s쿼크)로 실험을 할 수 있고, 만약에 펜타쿼크가 존재한다면, 산란단면적에서 딱 볼 수 있기에 별다른 해석이 필요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2020년 논문에서는 J-PARC에서 실험을 한다면 발견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연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고려대학교의 실험을 하는 강입자물리학자인 안정근 교수를 설득했다. 안정근 교수는 현재 J-PARC에서 진행되는 실험(H-DiBaryon)을 이끄는 리더(spokesperson)다. H-DiBaryon실험은 쿼크 여섯 개로 된 입자(헥사쿼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이다. 김 교수는 "안 교수가 바빠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실험을 해보자는 제안서(Letter of Intent)를 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시인의 꿈을 꾸었다

펜타쿼크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잘 들었다. 그의 다른 큰 연구 주제는 양성자 구조 이야기다. 그는 "물리학자들이 양성자와 중성자는 물질에 가장 기본이 되는 입자들인데, 입자 구조를 아직 잘 모른다. 정확히 알아내려면 멀었다."라고 말했다. 물리학자들이 양성자와 중성자의 내부 구조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연구 이야기를 길게 들으니, 머리가 아프다. 이야기 방향을 바꿨다. 그가 연구자로 걸어온 길을 물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시에 빠졌다."라고 말했다. 공부를 하지 않고, 시만 썼다. 어머니도 편찮으셨다. 고교는 서울 상문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떨어지면 가는 학교가 과거에는 '특목고'였다. 상문고는 당시 '특목고'에서 일반고가 되고 2년밖에 안 된 학교였다. 선생님들도 매우 거칠었다.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2004년 영화가 있었다. 김현철 교수는 '말죽거리 잔혹사' 영화를 보다가 울었다고 했다. 옛날 생각이 나서다. 김현철 교수는 "현실이 영화를 능가했다. 나는 학교 다닐 때 상처를 많이 입었다."라고 말했다. 시를 써서 상도 받았다. 문예창작과에 진학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문예창작과 가려면 성적이 좋아야했다. TV드라마 '조선왕조 오백년'의 작가 신봉승(1933-2016년) 선생이 그의 외삼촌이다. 그는 "외삼촌도 시인으로 등단하셨다"라고 말했다. 그가 지난 6월에 내놓은 공동저서인 <그렇게 물리학자가 되었다>를 보여줬다. 이 책에도 써놓은 내용이라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고3 8월 상문고등학교의 빈 교정에 갔다. 교실 복도에 햇살이 비치고 먼지들이 빛을 받아 반짝반짝하는 걸 보았다. 그래서 '8월은 유리창에 비친 태양의 그늘'이라는 한 줄 시를 쓰고는, 더 이상 시는 나가지 않았으나, 대학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입 공부를 석달 했다. 성적이 나쁘니 갈 대학이 많았다. 성적이 좋으면 갈 대학이 좁혀지지만. 물리는 중학교 때 관심이 많았다. 과학을 잘 했다. 물리학과를 택하니, 인천 인하대학교가 떠올랐다. 여덟 번째로 지원서를 냈다. 정원 미달이어서, 무조건 합격했다. 인하대 물리학과 82학번이 되었다. 아버지가 공군 장교여서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당시 인하대는 그런 장학 제도가 있었다. 대학 2학 년 말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시를 쓴다고 했는데, 시인의 꿈을 포기했다. 곽재구의 '사평역에서'와 장정일의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읽고는 기가 질렸다. 이런 시는 못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하대학교 물리학과에 새로 온 젊은 교수가 있었다. 핵물리학자인 차동우 교수다. 차 교수의 지도를 받아 공부했다. 물리학과를 1등으로 졸업했다. 대학원 석사 과정에 들어갔다. 미국으로 박사 공부를 떠나려고 했으나, 독일로 가게 되었다. 독일 아헨 근처 율리히 연구센터가 있고, 율리히 연구센터 안에 핵물리연구소가 있다. 그곳의 요제프 슈펫 소장이 차동우 교수를 만나러 인하대학교를 찾아왔다. 차 교수는 율리히 연구센터에서 근무한 바 있다. 우수한 학생 있으면 보내달라는 말을 듣고 차동우 교수가 김현철 학생에게 "독일 안 갈래?"라고 물어왔다. 장학금을 준다는 말에 1990년 독일 유학을 갔다. 독일이 통일되던 해다. 지도교수는 카를 홀린데였다. 그는 본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기도 했다. 김현철 학생은 본 대학교에 적을 두고, 율리히 연구센터에서 연구했다. 핵물리연구소(IKP)에는 COSY라는 양성자 가속기가 있었다. 그는 본 대학에서 1993년 4월 박사학위를 받았다. 탄광으로 유명한 독일 중북부 루르 지방의 도시 보훔으로 갔다. 보훔루르대학교의 제2이론물리연구소에서 1998년 3월까지 5년간 연구했다. 이곳 소장은 클라우스 괴케(Klaus Goekeee)였다. 부드러운 성격이고 음악을 좋아했다. 무뚝뚝한 독일 병정이었던 박사 지도교수와는 딴판이었다. 김 교수는 "내게 학문적인 아버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클라우스 괴케라고 말할 것이다."라고 했다.

연구는 주로 러시아 사람들과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핵물리학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보훔에 와서 장기간 머무르며 연구했다. 말이 '방문'이지 살다시피 했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에서의 삶은 피폐했다. '펜타쿼크'를 이론적으로 제안한 러시아 물리학자 3인이 있다고 앞에서 말한 바 있다. 이들을 이곳에서 만났다. 이중 막심 폴랴코프(사망)와는 의형제가 되었다. 파벨 포빌리차라는 김 교수와 동갑내기 물리학자도 있었다. 파벨 포빌리차는 천재였다. 너무 똑똑해서 차원이 다르게 보였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모르는 걸 물었고, 그 과정을 통해 배웠다. 이들과 논문을 많이 썼다. 1996년에는 논문을 한해 11편 쓰기도 했다. 1997년 말 부산대학교 물리학과가 이론물리학자를 뽑는다는 공고를 냈다. 한국에 와서 교수들 앞에서 '세미나'를 했다. 합격했다. 17편의 논문을 그간 발표한 실적도 있었고, 특히 '세미나'를 알아듣기 쉽게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미나 발표 제목을 물었다. 그가 보훔에서 뭘 연구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손지기(chirality) 쿼크 솔리톤 모델'이라고 했다. 양성자를 솔리톤(soliton), 쿼크로 이뤄진 솔리톤으로 본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묻지도 않았다.

그는 어떤 물리학자인가? 핵물리학자인가? 입자물리학자인가? 김 교수는 "나는 핵을 다뤄본 적이 없다. 입자를 두 개 이상 다뤄본 적이 없다. 무늬만 핵물리학자이나, 실제로는 입자물리학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강입자 물리학'을 연구한다."라고 말했다.

강입자물리학이 핵물리학, 입자물리학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김 교수는 "강입자 물리학은 양성자와 중성자 구조를 주로 연구한다. 핵물리학은 물질은 어디에서 왔나 하는 '물질의 기원'을 연구하며, 그중에서도 '고에너지 핵물리학'은 QGP(쿼크 글루온 플라즈마)를 연구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입자물리학은 입자물리학과 핵물리학의 경계에 있는 학문이고, 어떻게 보면 핵물리학으로 들어가는 포탈 같은 학문이다. 강입자물리학에서는 입자들의 구조와 생성 메커니즘을 연구한다."라고 했다.

▲김현철 인하대 물리학과교수 ⓒ최준석

양성자 구조 연구

김 교수는 "현재의 강입자물리학은 1970년대 입자물리학자들이 한 작업을 훨씬 더 정교하게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했다. 옛날에 한 걸 왜 하냐 하는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그때는 강입자물리학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고, 요즘 우리가 훨씬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강입자물리학도 입자가속기에서 일어나는 일을 갖고 연구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미국 제퍼슨 연구소에는 12GeV 전자가속기가 있다. 새로운 입자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양성자 구조를 연구하기도 한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에는 브룩헤이븐국립가속기연구소도 있다.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브룩헤이븐에 있다. 2030년대 중반에는 새로운 전자가속기가 브룩헤이븐에서 가동된다. 가속기 이름은 전자이온충돌기(EIC, Electron Ion Collider)다. EIC는 핵물리학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EIC의 미션은 △양성자의 질량이 어디에서 왔는지, △양성자의 스핀(spin)은 왜 1/2인지, △차가운 핵물질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내고자 한다."

김 교수가 말하는 내용이 모두 낯설다. 질량과 스핀은 용어는 알아듣겠으나, 양성자 스핀이 1/2인 이유를 모른다니, 그런 건 또 무슨 말일까? 김 교수는 "쿼크의 스핀에 양성자 스핀이 기여하는 부분이 35% 정도 밖에 안 된다. 나머지 65%는 어디에서 오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양성자 구조 연구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면 이글을 읽는 사람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 이야기를 여기에서 멈추기로 한다.

참고문헌 1. 김현철, 펜타쿼크 이야기, 2021년 2월 16일.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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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뒤늦게 '과학책'에 빠져 8년 이상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문과 출신의 중견 언론인. <주간조선>에 '과학 연구의 최전선'을 연재했고, 유튜브 채널 '최준석과학'을 운영한다.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저자이며, 조선일보 인도 뉴델리 특파원의 경험을 살려 <인도 싫어하거나 좋아하거나> 등 다수의 책을 썼고, <떠오르는 인도>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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