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역사 퇴행…조작으로 정적 제거, 정권 유지하려 해"

민주당사 압수수색 8시간 대치 후 긴급 의원총회…검찰, 李 대선자금 겨냥하나

더불어민주당이 사상 초유의 당사 압수수색에 반발하며 연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조작으로 야당을 탄압하고 정적을 제거,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윤석열 정부에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에 대해 "국정감사 중에 야당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런 조작으로 야당을 탄압하고 정적을 제거하고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민생이 어렵고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평화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이 맡긴 권력을 야당 탄압에, 초유의 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소진하고 있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역사가 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제기하고 있는 대선 자금 의혹에는 "진실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남욱이라는 사람이 작년 가을쯤 귀국할 때 '10년 동안 찔렀는데도 씨알 안 먹히더라'라고 인터뷰한 것이 있다"며 "'우리끼리 주고받은 돈 이런 것은 성남시장실이 알게 되면 큰일 난다.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자' 이런 얘기들이 내부 녹취록에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뀌고 검찰이 바뀌니까 말이 바뀌었다"며 "의원 여러분이 함께 힘을 합쳐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퇴행을 막아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대선자금 운운하는데, 불법 자금은 1원 본 일도 쓴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부원장은 오랫동안 믿고 함께했던 사람"이라며 "저는 여전히 그의 결백을 믿는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당사에 한 발자국도 못 들여"

대장동 개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전날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업자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체포하고 근무지인 민주당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당사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박홍근 원내대표의 지시에 따라 국정감사를 전면 중단하고 당사 앞에 집결해 검찰 저지에 나섰다. 검찰은 "법원에서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적법하게 집행하는 것"이라며 설득에 나섰으나, 민주당은 김 부원장이 지난 11일 임명장을 받고 단 세 차례밖에 출근하지 않았다며 민주연구원을 압수수색할 이유가 없다고 막아섰다.

민주당은 대신 청와대 압수수색 방식처럼 자료를 임의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검찰은 이를 거부하며 다음날 압수수색을 다시 시도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민주당 측과 대치한 지 약 8시간 만인 오후 10시 50분경 철수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를 막아내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밤 현장 브리핑에서 "한 발자국도 당사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그간 무혐의 처분된 사건까지 다 끄집어내 온갖 혐의를 갖다 붙여 현직 야당 대표를 옥죄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이 검찰을 앞세워 끝까지 정치 탄압에 올인한다면 민주당은 분연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169명 의원 전원은 오늘부터 비상한 시국에 따른 비상한 각오로 임하겠다"면서 "남은 정기국회에서 민생 입법과 예산 처리를 제외하고 윤석열 정권을 둘러싼 의혹과 정치탄압 규명에 총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들은 규탄 성명서를 통해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국정 지지도를 만회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유일한 정적인 이재명 대표의 정치 생명을 끊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면서 "무도한 정권의 음모에 맞서 우리는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날 의총에서는 압수수색 저지 방안과 더불어 국정감사 보이콧 여부 또한 논의됐다. 비공개 토론 끝에 민주당은 당 차원의 국감 중단은 하지 않기로 정했다. 다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압수수색을 진행한 검찰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이날 국감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의총 종료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감은 민생을 지키는 야당으로서 정부를 견제하고 제대로 일하게끔 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라면서 "정부·여당은 민생을 팽개쳤지만 민주당은 민생을 지키기 위해 국감에 임하는 것이다. 또다른 도발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자고 해서 참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재집행시 방침에 대해선 "이후에도 야당 당사에 대한 침탈이 있으면 다시 의원들에게 연락해 대처할 예정"이라면서 "국감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하면서 빠르게 지침에 따라 함께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상황에 맞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김 부원장의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의원들에게 설명을 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설명한 적은 없다. 다만 대선 전부터 '결백하다'고 분명하게 해서, 오늘도 새삼스럽지 않은 일들이라 길게 말씀을 따로 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이미 예견되고 준비된 표적 수사가 아닌가 이렇게 보고, 이후에도 당 지도부와 함께 대응에 대해서도 논의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檢, 김용이 받은 돈 '이재명 대선자금' 의심 vs 野, 유동규 석방 빌미 회유 의혹

검찰은 김 부원장이 불법 수수한 자금을 대선 자금으로 썼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 부원장의 체포영장에 '남욱 등에게 대선자금 명목으로 20억 원을 요구해 8억 원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검찰은 구속 수사 중이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김 본부장이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개발 관련자들에게 돈을 받았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는 이같은 진술의 출처인 유 전 본부장이 이날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된 것을 두고, 검찰이 석방을 대가로 유 전 본부장을 회유해 진술을 받아낸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수사가 시나리오처럼 각본을 짜놓고 진행하는 게 아니냐 하는 의심을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다"며 "구속돼 있는 유동규 씨를 계속 검사실로 불러 회유하고 협박했다는 정황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고, 또 그 때문에 모종의 수사 관련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유동규 씨가 구속 만료로 석방이 됐고 그러면서 김 부원장은 체포했다. 석방을 대가로 김 부원장 또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진술을 받아낸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갖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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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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