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기관사들이 운전대 대신 피켓을 든 이유

"철도사고, 시스템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데…시스템 개선은 않고 기관사 처벌만"

철도 기관사 1200여 명이 운전대 대신 피켓을 들고 국토교통부 앞을 찾았다. 이들은 현행 철도안전법이 사고·장애 발생 시 종사자인 기관사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운영사와 정부의 책임은 묻지 않는다며 개정을 촉구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철도기관사들은 18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총력결의대회를 열어 "현실과 동떨어진 불합리한 철도안전법 개정을 요구하고, 사고 책임을 기관사에게만 전가하고 정부와 운영사는 면피하려는 문제를 규탄"했다. 

연단에 선 서울기관차 승무지부 이승용 지부장은 "국토부와 철도경찰은 이제 과태료 남발도 모자라 형사처벌까지 하려한다. 사고 당사자는 회사징계에 형사처벌까지 이중삼중의 처벌을 받는다. 우린는 사고 예방이 아니라 엄벌주의로 나가는 현실을 규탄한다. 진정한 철도 안전을 위해 위해 끝까지 투쟁 할 것이다."라며 국토부와 철도경찰을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현행 철도안전법이 기관사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철도안전법 78조는 '사람이 탑승하여 운행 중인 철도차량에 불을 놓아 소훼한 사람(1항의 1호)', '철도시설 또는 철도차량을 파손하여 철도차량 운행에 위험을 발생하게 한 사람(2항)' 등에게 1000만 원 이하의 벌금부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철도안전법은 '사람이 탑승하여 운행 중인 철도차량을 탈선 또는 충돌하게 하거나 파괴한 사람(1항의 2호)'도 처벌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철도안전법의 취지는 철도차량의 안정적 운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한 사람을 처벌하자는 것이지만, 기관차를 운행하다 과실로 인해 승객에게 피해를 준 기관사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 해석 과잉'이 일어나게 됐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조합원들이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철도안전법 개정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현행 철도안전법은 사고·장애 발생 시 종사자인 기관사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정부는 책임을 면피하고 있다며 개정을 촉구했다 ⓒ전국철도노조 서울기관차 승무지부

이들은 "철도는 관제, 선로, 신호, 차량, 기관사 등 업무 결합으로 운영되기에 인적 오류로만 일어나는 사고는 없다"며 "사고는 시스템과 실패의 결합이고, 시스템과 기관사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철도안전법이 특별히 기관사를 처벌하는 조항을 가지고 있어 기관사만이 사고 책임을 지고 처벌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관련기사 : 국토부의 행태가 철도 현장을 파괴하고 있다)

이들은 반면 그간 철도안전법 처벌 사례를 보면 "모두 종사자의 과실에 집중하고 시스템 오류나 관리 부실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며 "결국 철도안전을 처벌주의에 의존해서 달성하겠다는 국회나 정부의 태도"는 시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행 처벌주의로 인해 철도노동자들이 "시스템 개선을 요구할 때는 예산, 인력 문제를 탓하다가 방치했던 관리자의 책임은 묻지 않고, (기관사의) 작은 실수만 크게 처벌"하는 것은 문제라고 이들은 강조했다. 

이들은 "기관사 처벌을 중단하고 철도안전법을 개정해 철도안전 시스템 투자를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며 "기존 정치인들과 공무원이나 관리자들이 원인규명과 시스템 개선, 그리고 인적 물적 투자를 통한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춰 안전 패러다임의 전환을 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조합원들이 18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철도안전법 개정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현행 철도안전법은 사고·장애 발생 시 종사자인 기관사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정부는 책임을 면피하고 있다며 개정을 촉구했다 ⓒ전국철도노조 서울기관차 승무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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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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