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년 만에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 따른 조치인데, 실제 남북 간 교류가 전무한 상황에서 이같은 경제적 제재가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실효성있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외교부는 14일 "최근 북한이 우리를 대상으로 전술핵 사용을 상정하며 전례 없는 빈도로 일련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을 강력히 규탄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대북 제재 회피에 기여한 북한 개인 15명 및 기관 16개를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제재 대상과 외환거래 또는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 및 한국은행 총재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며, 허가를 받지 않고 거래하는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제재 내용을 설명했다.
외교부는 이번 제재가 외국환거래법에 근거한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의 의무이행을 위한 지급 및 영수허가지침' 및 '공중 등 협박목적 및 대량살상무기확산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외교부는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 대상 추가 지정은 2017년 12월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며 "이번 조치를 통해 북한 해당 기관 및 개인과의 불법자금 거래를 차단하고 이들 대상과의 거래 위험성을 국내 및 국제사회에 환기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밝힌 것처럼 이번 제재는 이들 대상과의 거래 위험성을 국제사회에 '환기'하는 효과외에 실질적으로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조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간 경제적 측면을 포함해 어떠한 교류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제재가 행동에 제약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 역시 제재 대상에 오른 기관이나 단체가 한국 국민들과 거래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제재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는 지적을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당국자는 "국제사회 및 다른 국가들의 조치를 유도하고 연쇄이고 중첩적으로 제재를 쌓아 나간다면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이 당국자는 미국이나 일본, 호주, 유럽연합(EU) 등과 중첩적으로 제재 대상을 지정함으로써 그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들 국가보다는 중국, 러시아 등과 교류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중국, 러시아의 협조가 없으면 제재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철저히 이행할 것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 제재를 하게 된 기준 및 향후 북한이 어떤 행동을 취하면 제재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특정한 계기라기 보다는 북한이 올해 1년 내내 계속해서 도발하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제재 조치가 실효성 확보에 의문이 있음에도 발표된 것을 두고,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대립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제재를 채택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종의 '궁여지책'으로 도출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 출범 이후 지지율이 20~30% 대에 머무르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이를 이용하려는 의도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방식의 조치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래는 제재 대상이다.
<독자제재 추가 지정 대상>
■ 개인 (15명)
강철학(제2자연과학원 심양대표), 양대철(연봉무역총회사 소속), 김성훈(제2자연과학원 심양부대표), 김병찬(연봉무역총회사 소속), 변광철(제2자연과학원 대련부대표), 김경학(연봉무역총회사 소속), 정영남(제2자연과학원 산하기관 성원), 한권우(연봉무역총회사 소속), 정만복(연봉무역총회사 단동대표부), 김호규(연봉무역총회사 소속), 리덕진(연봉무역총회사 소속),박동석(연봉무역총회사 소속), 김만춘(연봉무역총회사 소속), 박광훈(연봉무역총회사 소속), 김성(연봉무역총회사 소속)
■기관 (16개)
로케트공업부, 육해운성, 합장강무역회사, 원유공업국, 조선승리산무역회사, 하나전자합영회사,운천무역회사, 화성선박회사, 로은산무역회사, 구룡선박회사, 고려항공무역회사, 금은산선박회사, GENCO (대외건설지도국 산하 건설회사), 해양산업무역, 국가해사감독국, CK International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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