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 선관위 '김장호 구미시장, 공직선거법 위법 여부' 조사 안하나 못하나

"인터뷰만 보면 문제없어" vs "명백한 직무유기"

김장호 구미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구미선관위가 꿈적도 하지 않고 있다.

구미선관위는 조사에 착수하기는커녕 그럴 의지나 계획조차 없어, 권력 눈치보기식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구미선관위, 김장호 시장 의혹에 대해 업무처리 절차 미준수 논란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난해 11월 11일 경북도 기조실장으로 근무 당시 공무출장 중 모 언론사 방송에 출연했다. 

그는 방송에서 "구미시장으로 출마하고자 한다"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공직선거법, 공무원의 선거관여 등 금지' 법규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프레시안>은 지난달 29일 구미선관위 지도계에 해당 건을 제보했다.

당시 구미선관위 지도계는 "인터뷰는 당연히 가능하다"면서도 "선거운동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되기 때문에 단순하게 몇 마디 갖고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몇일이 지나자 구미선관위의 입장은 180도 달라졌다.

구미선관위 관계자는 지난 12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상급위원회(경북선관위)하고 '검토' 했는데, '(인터뷰)내용' 부분에서 위반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라면서도, "따로 조사하지는 않았다"며 검토는 했지만 조사할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밝혔다.

구미선관위는 '일반인이 (인터뷰 방송을) 볼 때는 선거운동처럼 볼 수 있지만, 선관위가 봤을 때는 '선거운동'이 아니다'라고 선거운동 판단 기준은 일반인 관점이 아닌, 선관위 관점임을 안내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2018.4.19., 2017도 14322)는 구미시 입장과 완전히 달랐다.

대법원은 "선거운동은 국가기관이나 법률전문가의 관점에서 사후적·회고적인 방법이 아니라 일반인, 특히 선거인의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선거인의 관점에서 특정선거에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를 쉽게 추단(미루어 판단함)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 경우도 인정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선거운동은 '일반인(선거인)'이 쉽게 미루어 판단할 수 있었다면 해당 인터뷰는 '선거운동'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풀이로 해석된다.

<프레시안>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김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구미선관위와 함께 검토한 경북선관위의 입장도 확인했다.

경북선관위 관계자는 "구미선관위와 위법 여부를 상의한 문서는 없다. 구미선관위에서 내부 메신저로 물어봤다"라며, (인터뷰) 영상에 김장호 발언만을 한정해 그 내용이 선거 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담당자의 의견을 회신한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중앙선관위 '선거범죄 조사사무편람'에 따르면, '언론에 취재·보도되거나 될 것이 예상되는 중요 사안'은 정황보고 대상이다. 보고시 별도의 서식에 의해 보고해야 한다.

구미선관위의 직무유기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경북선관위 관계자는 "그 얘기를 듣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구미선관위에서 최종 판단하는 것이다"라며 구미선관위의 결정(선거운동이 아님)이 경북선관위와 무관함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 판례를((1999.4.9 선고 98도 1432) 제시하며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단순히 그 행위의 명목(겉으로 내세우는 구실)뿐만 아니라 태양(모습이나 형태), 즉 그 행위가 행하여지는 시기·장소·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여 (…)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고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 '선거범죄 조사사무편람'(이하 사무편람)에도 '선거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를 "선거정황, 신고 시기·방법·내용, 실현 가능성, 선거범죄 관련 징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구미선관위가 '인터뷰 내용'만 한정해 '선거운동' 여부를 판단한 것이 적합한 것인지 의문이 이는 부분이다.

이뿐 아니라 구미선관위는 <프레시안>의 제보를 업무절차에 따른 기록으로 남겨 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관위 사무편람에는 "문서·전화 등으로 위법행위를 신고·제보받은 경우에 정해진 상황부에 기록·관리함"이라고 명기돼 있고, "직무유기를 한다는 항의 또는 이의제기를 방지하기 위해 '조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는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록·관리함'"으로 나와 있다.

사무편람에 따라 <프레시안> 기자가 구미선관위에 제보한 사안이 '상황부'에 기록됐는지 확인 요청하자, 해당 건은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함구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제보·신고 당사자에게는 기록 여부를 당연히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편 감사원은 선관위가 대선 당시 코로나19 격리자 투표를 진행하며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을 빚은 데 대해 감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 감찰은 헌법 위반"이라며 협조하지 않고 있다.

반면 김장호 구미시장의 블로그에는 당선 직후인 지난 7월 8일 구미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한 사진이 게시돼 있어 지역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 지난 7월 8일 구미시 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한 김장호 구미시장 ⓒ 독자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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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현

대구경북취재본부 권용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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