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대응하겠다며 발사한 미사일, 아군 기지로 떨어져

폭발음과 섬광에 놀란 강릉 주민들…군 당국은 아침에야 "주민들에게 유감"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군 당국이 발사한 '현무-2' 탄도 미사일이 표적을 타격하지 못하고 기지 내로 낙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미사일 시험 발사 자체가 보도 유예(엠바고) 사항으로 설정돼있어 사고 전후로 인근 주민들에게는 어떠한 통지도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오전 7시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응해 군과 주한미군이 동해상에서 연합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각각 2발씩 모두 4발을 발사해 가상표적을 정밀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날 새벽 1시경 실시한 연합 대응 사격에서 군은 '현무-2' 탄도미사일도 발사했지만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을 하며 기지 내로 낙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사일 발사가 군사 보안에 해당되는 사안으로 보도 유예가 설정돼있어 사고 당시 언론의 어떠한 발표도 없었고, 발사 장소에 거주하는 강릉 주민들에게도 관련 소식이 전혀 통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 등에는 발사가 시작된 4일 오후 11시경부터 낙탄 사고가 발생한 5일 오전 1시 30분 사이 큰 섬광과 함께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는데도 정부의 공지나 언론의 기사가 없다면서 불안하다는 주민들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 4일 밤부터 5일 새벽까지 한미 군 당국은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이 와중에 현무-2 탄도미사일이 기지로 낙하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영문을 모르던 주민들은 불안함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은 미사일 시험 발사 당시 강릉 주택가에서 관찰된 섬광의 사진 및 영상을 찍어 SNS 상에서 상황을 공유했다. ⓒ트위터 갈무리

당시 강릉 소방당국은 공군부대에서 폭발 소리가 나고 비행기가 추락한 것 같다는 주민들의 신고를 접수한 뒤 현장으로 출동했으나, 군으로부터 훈련 중이라는 설명을 듣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합참 관계자는 5일 오전 "야간 탄도미사일 실사격 과정에서 비정상 비행에 따른 낙탄 사고로 놀란 지역 주민들에게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무 미사일이 발사 직후 기지 내로 떨어졌다"며 "기지 내 인명 피해나 민간의 피해는 현재까지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미사일에 대응한 군 당국의 발사는 이전에도 실시됐다. 지난 2017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직후에는 동해상에서 현무-2A가 발사되기도 했다. 이번처럼 미사일이 표적을 맞추지 못하고 기지 내에 낙탄한 것은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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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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