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어렸을 때 매우 덜렁대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집에서 부르는 별명도 ‘덜렁이’였다. 사실은 원래부터 덜렁대는 성격이 아닌데, 위의 형이 워낙 꼼꼼하다 보니 필자가 상대적으로 덜렁대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이른바 상대적으로 덜렁거리는 것으로 보일 뿐이지 원래 덜렁이는 아니었다는 것이 필자의 변명(?)이다. 실제로 태눙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지나치게 꼼꼼하다고 하여 옆에 있는 교사가 면도칼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적도 있다. 그러나 이건 좀 그 친구가 과장해서 표현한 것이고, 본인의 일에는 철저하지만 나머지 일은 대충 넘어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약속 시간은 정확하게 지키고 정해는 날짜에 정확하게 하는 것이 습성이라 실수하는 일은 적다. 그러나 옷을 입을 때는 검은 색은 겨울에 입는 옷이고 흰색 계열의 옷은 여름에 입는 옷인 줄 알았다. 겨울에 얇은 검정옷을 입은 적도 몇 번 있다. 옷 입는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라 사람들에게 꾸중(?)을 많이 듣기도 한다. 그런 것이 귀찮아서 한동안 개량 한복만 고집하고 다닌 적도 있다. 이상하게 필자가 옷만 입으면 “아래 위 색이 안 맞는다.”, “줄무늬에 또 줄무늬 옷을 입으면 어떻게 하느냐?” 등의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면 꼭 나오는 말이
칠칠하게 옷이 그게 뭐냐?
칠칠치 못하게 뭔 옷을 그렇게 입었냐?
칠칠맞게 그렇게 입으면 되나?
등의 말이다. 항상 사람들은 뭔가 부족한 듯하거나 모자라 보이면 ‘칠칠하다’ 혹은 ‘칠칠하지 못하다’라고 하면서 어느 말이 맞는지 헷갈리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 거의 대부분이 이 단어에 대해서는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필자는 글을 쓸 때 “~~인 것 같다”는 표현은 즐겨 쓰지 않는데, 이 ‘칠칠하다’라는 단어를 쓰는 언중들에게는 이렇게 쓸 수밖에 없다.) 어찌하여 칠칠한 것과 칠칠하지 못한 것이 헷갈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은 그 말의 참뜻을 알아보고 앞으로는 바르게 쓰기를 소망하면서 정리해 본다. 우선 ‘칠칠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보자.
1.야무지고 반듯하다
2.차림새가 단정하고 깨끗하다
3.잘 자라서 길고 보기 좋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칠칠하다’는 상당히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 단어는 대부분이 ‘못하다’, ‘않다’와 함께 쓰여서 부정적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칠칠하지 못하다’의 의미를 ‘칠칠맞다’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필자가 덜렁대거나 옷을 제대로 입지 못했을 때 “칠칠맞게 그게 뭐니?”라고 하며 핀잔을 준다. ‘칠칠맞다’는 ‘칠칠하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 나타나 있다. 그러니까 원래는 ‘칠칠하지 못하다’라고 써야 하고, 이를 ‘칠칠맞다’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이 알고 있는 것처럼 ‘칠칠하다’의 의미는 ‘야무지고 반듯’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로 쓰는 사람들이 많다. 언중들이 모두 그렇게 알고 그렇게 쓰고 있으므로 현재는 “칠칠맞다 = 차람새가 단정하고 깨끗한 느낌이 없다”로 인식하고 있다. ‘칠칠맞다’는 원래 ‘칠칠하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의미가 더 강했던 말이었는데, ‘않다, 못하다, 맞다’ 등과 어울리며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흔히 “내가 그렇게 칠칠맞게 보여?”라고 하면 단정하지 못한 것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젊은 처녀가 왜 그래? 칠칠맞지 못하게……”와 같이 쓰이기도 한다. ‘칠칠맞다’의 부정적인 의미에 ‘못하다’는 부정어를 섞어서 쓰기도 한다.
마무리로 정리하면 ‘칠칠하다 = 야무지고 반듯하다’, ‘칠칠맞다 = 야무지고 반듯한 데가 없다’로 쓰면 적당하다. 그런데 “태호는 참 칠칠해!”라고 하면 듣는 태호의 기분이 좀 이상하기는 하다. 언어는 항상 변하는 것이니까 그렇겠지만 아직은 좋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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