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국가들이 노사 합의로 근로시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참고해 우리의 근로시간 제도를 합리적으로 균형 잡힌 방식으로 바꿔나갈 수 있도록 개혁을 추진하겠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주한 유럽 기업인들에게 한국의 노동시장 개혁방향을 소개하며 유럽 주요국가의 근로시간 제도를 노동시장 개혁 모델로 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유연근로제를 추진하면서 말이 되는 소리냐"며 반발했다.
이 장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새 정부는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노동시장을 위해 현장 실정에 맞지 않는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며 "기업이 노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인사 노무 시스템을 갖춰 현장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에서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간담회에서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이 실시 중인 노동시간제도를 소개했다.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 같은 '주 단위' 방식이 아니라 더 긴 기간을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노사가 합의를 통해 유연하게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의 방식이 지난달 6월 24일 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유사하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해당 개혁안은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노동시간을 노사합의로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게 그 골자인데, 최대 주 92시간까지 장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는 논란이 일며 노동계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 장관의 발언은 유럽의 여러 노동 조건 중 노동시간 기준이 '주 단위'가 아닌 더 긴 기간 이라는 것만을 따로 떼 롤모델로 삼겠다는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일례로 유럽 여러 나라의 주당 노동시간을 보면 프랑스는 주 44시간, 영국은 주 48시간 등 주 52시간제인 우리나라에 비해 노동시간이 짧다. 아울러 이들 나라의 노조 조직률도 한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유럽 주요 국가와 연간 노동시간을 비교해보면 우리 나라가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음은 자명하다"며 "또한 유럽은 노조 조직률이 평균 40% 이상이기 때문에 노사 합의로 노동 시간 기준을 변경할 수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그나마 있는 노조도 패싱하고 무력화하면서 유럽을 롤모델 삼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결국 노동시간 유연화의 타깃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가 대상이 될 것"이라며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유연 근로제를 사회적 분위기로 만들려는 발언이고, 앞으로 고용노동부가 무엇을 할 건지 입장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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