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기소시 당직정지 → 하급심 유죄시' 결론…"이재명 방탄" 반발 확산

박용진·3선모임 등 "정치적 자충수" 비판…'소득주도성장' 표현 삭제 강령개정안도 논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당내 논란거리였던 당헌 80조 1항 개정을 밀어붙이기로 했다. 해당 조항은 '비리 등 혐의로 검찰 기소시 당직 정지'라는 기존 내용을 '하급심 유죄시 당직정지'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당 대표 후보를 위한 '방탄용' 당헌 개정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다. 그러나 전준위 발표 이후 당내 반발이 수그러들기는커녕 대응 간담회가 개최되는 등 내홍이 더 번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전준위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원래 기소되면 직무 정지가 이뤄지는데,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직무 정지를 받을 수 있게 했다"고 결정했다고 전용기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전 의원은 "당직자가 기소되면 윤리심판원 조사가 이뤄지고,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직무가 정지된다"며 "상급심인 2심·대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니면 징계는 상실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당헌 개정이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 보호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는 지적에 대해 "저희는 누구 하나를 위해 당헌을 개정한 것은 아니"라며 "저희가 야당의 입장에서 많은 의혹과 다양한 사안을 정부 여당에 제기할 텐데 그 과정에서 정치 탄압 등의 이유로 무작위로 기소될 수 있는 위협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본다. 그래서 기소 만으로 당직 정지되는 건 어느 정도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각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반대 의견이 속출했다. 이 후보와 당권 경쟁 중인 박용진 후보와 전해철 의원을 비롯해 6~7명의 의원들이 반대 토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총까지 오면서 이 얘기를 공론화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유감 말씀을 드렸고, 당헌 80조 개정 관련 논의가 괜한 정치적인 자충수가 되고 우리 당의 도덕적 정치적 기준에 대한 논란을 가져오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전해철 의원도 자유발언을 통해 "혁신안이 추진되던 당시에는 당 소속 의원 130명 중 30여 명의 의원이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야당에 대한 편파 수사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었다"면서 "민주당의 도덕성의 근거가 되고, 당헌에 명시된 규정에 대해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면서 전당대회 과정에서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과거로의 회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친이(親이재명) 그룹에 속하는 양이원영 의원은 "도덕주의 정치 그만 좀 하라", "우리가 성직자를 뽑는 게 아니다"라고 의총에서 반대 주장을 맞받아치기도 했다고 기자들과 만나 밝혔다.

80조 개정에 반발하는 의원들은 이날 전준위가 제대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의총이 끝나기도 전에 전준위가 개정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반대 의견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의총까지 해서 의원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전준위에서 수렴해서 진행하는 게 좋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전했다고 이수진 원내대변인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우 위원장은 다만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일각에서 이를 '이재명 지키기'라고 하는데 사실 기소될 가능성이 있는 의원들은 친문 성향 의원이 더 많다"면서 당헌 개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당헌 80조는) 손을 좀 봐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저도 부동산 투기 의혹 대상자로 몰려서 탈당 권유를 받았던 사람 아니냐. 무혐의 (처분을) 받고 나니 되게 억울하더라"라고 말했다.

몇몇 의원의 반대 의견에도 의총에서 전준위안이 받아들여지는 식으로 마무리되자, 3선 의원들은 이날 오후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급조된 자리인 만큼 23명 가운데 7명의 의원들만 참석했다.

3선 모임 간사 역할을 맡고 있는 이원욱 의원은 7명 의원들과 40여 분간의 논의 후 기자들과 만나 "시기적으로 지금 이 논의가 이뤄지는 게 적절치 않다는 데 7분의 공통 의견이었다"고 했다. 이어 "불참 의원들은 한정애 비대위원이 의견을 들어 비대위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헌 80조 개정안 등 이날 전준위에서 결정된 사항들은 다음날 비대위와 당무위원회를 거쳐 28일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최종 보고 후 결심 절차를 거친다. 여전히 당 내 반발이 큰 사안이지만, 우 위원장이 찬성 입장을 밝힌 만큼 이날 전준위안 대로 정리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3선 의원뿐 아니라 다른 단위의 의원 모임에서도 집단 반발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우상호 "'소주성', 원래 강령 들어가선 안 돼...비대위에서 심도 깊게 논의"

전준위는 이날 당헌 80조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소득주도성장'과 '1가구 1주택' 표현을 변경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소득주도성장'을 '포용성장'으로, '1가구 1주택자'는 '실거주·실수요자'로 바꾸자는 것이다. 당 내에서는 논의 대상에 오른 두 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라는 점에서 당내 일각에서는 '문재인 지우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용기 의원은 "문구가 빠졌다기보다 문구의 의미를 생각해서 개정된 사안은 있다"며 "비대위 의결이 나게 되면 전체 공개될 것으로 전체 문구를 가지고 하는 것이 확실할 것"이라고 했다.

우 위원장은 이날 방송에서 이 사안에 대해서도 "(소득주도성장 등은) 원래 강령에 들어가서는 안 될 것들"이라며 "강령에는 추상적인 가치, 비전을 넣지 구체적 정책들을 넣지는 않지 않냐"라고 말했다. 또 "(강령에 이를 반영할) 당시에도 저는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것을 정비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에서 심도 깊게 의원들과 잘 논의해서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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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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