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왜 에어컨 설치해달라는 노동자를 해고했을까

[우리는 싸운다 – 쿠팡을 바꾸기 위한 쿠팡물류센터노동자 투쟁이야기] ②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쿠팡

사람이 아닌 물건만을 위해 설계된 쿠팡물류센터에는 냉난방 설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습니다. 마땅한 휴게시간도, 휴게공간도 없이 로켓배송을 위해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어다녀야 하는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등에는 날마다 소금꽃이 한가마니씩 피어납니다.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쓰러져 죽어간 노동자만 2020년 이래 10명.

이렇게는 못살겠다고, 노동조합을 만들고, 쿠팡에 노동자를 존중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쿠팡은 묵묵부답. 그리고 돌아온 것은 조합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간부들에 대한 잇다른 해고였습니다. 결국 쿠팡 대표이사를 직접 만나기 위해 노동자들은 본사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폭염에 맞선 '에어컨 설치투쟁'을 하기까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쿠팡물류센터 노동조합이 출범한 2021년 6월부터 노동조합은 꾸준히 노동자를 위한 요구를 해 왔다. 센터별 요구부터 교섭까지, 하지만 쿠팡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요구를 일관적으로 무시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노동조합을 할 권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노동조합은 여름과 겨울에 대비한 냉난방장치 설치 요구를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노동조합 간부에 대한 계약만료 통보, 사실상 해고였다. 이런 쿠팡의 행태에 분노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의 요구에는 무시로 일관하고 그 요구를 하는 사람에게는 해고 통보를 하다니, 이게 노동조합을 대하는 쿠팡의 태도다. '쿠팡이 유명한 대형 로펌의 누구를 영입했네', '그 사람은 노조를 몇 개 파괴했네' 이런 말도 떠돌았다. 그 사람이 우리를 무시하고 해고하라고 시킨 걸까?

교섭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을 만들기에 앞서, 노동조합은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었다. 설문조사 문항을 만들고 검토하는데 이런 설문조사를 만들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문조사 내용이 너무 기본적인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휴게시설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현장이 얼마나 안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회사가 충분한 폭염기/혹한기 대비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까?'……. 내가 일했던 곳이기 때문에 쿠팡에 휴게시설이 충분하지 않고, 현장이 안전하지도 않으며, 충분한 폭염기/혹한기 대비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설문조사를 하는 이유는 우리의 상황이 이렇게 열악하다, "이거 바꿔야 한다"고 말 하고 싶어서다.

▲지난해인 2021년 8월 5일(목) 오후 3시 쿠팡고양물류센터에 방문한 안경덕 고용노동부장관과 피켓팅 중인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들. 안 장관은 쿠팡이 폭염 대책 마련에 대해 보여주기식 대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방문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에도 현장을 그닥 달라진게 없었다.ⓒ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설문 문항이 많았음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설문조사에 응해주었다. 노동조건 중에서 '쿠팡물류센터에서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답이 달렸던 것은 단연 '적절한 휴게시간과 휴게공간 보장'과 '냉난방시설 확충'이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는 5가지 핵심 요구사항을 만들었다. △ 유급 휴게시간과 제대로 된 휴게공간 △ 노동자들의 의견과 권리가 존중받는 일터 △ 냉난방 장치가 설치된 건강한 일터 △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는 일터 △ 노동자가 살맛이 나는 임금 보장이 바로 그것이다.

쿠팡과 노동조합은 2021년 8월부터 본교섭 8차례, 실무교섭 7차례를 진행했다. 우리는 현장의 의견을 모으고, 피같은 연차를 써가며 매일같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여 2022년 임금-단체협약 요구안을 제출했고 이에대한 회사측의 의견 및 임금-단체협약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쿠팡은 노동조합의 임금-단체협약안에 대한 의견과 수정안 제출 의사가 없다며 논의를 거절했고 이는 매번 반복되었다. 결국 우리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고, 쿠팡은 그마저도 거부해서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노동조합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쳤고, 쿠팡에 교섭해태하지 말라고 면담을 요구하며 로비 농성을 시작했다.

▲2021년 8월 26일, 노동조합과 쿠팡풀필먼트 회사측이 처음 만난 자리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그런데 쿠팡은 언론에 성실히 교섭을 진행했다고, 노동조합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뻔뻔한 말을 할 수 있을까? 사측 교섭안을 가지고 나오지도 않으면서 구색 맞추기 식으로 교섭 자리에 나오기만 하면 성실하다는 건가? 이렇게 노동조합을 존중하지 않는 회사에 노동조합을 할 권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휴게시간을 달라, 적정인력을 확보해 달라, 존중받는 일터를 만들어 달라,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 달라, 쪼개기 계약 말고 고용을 보장 해 달라, 노동자가 생활이 가능한 임금을 달라, 우리가 하는 요구가 그렇게 무리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인간답게 일하고 싶어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그런데 이렇게 노동조합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쿠팡의 모습을 보니, 더 열심히 노동조합 활동을 해서 쿠팡이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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