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아파트 거주와 우울증, 상관관계 있다"

[기고] 지배적인 그러나 불안한 주거 형태로서의 아파트

“서울의 한강변은 정말 아름답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강변 모두 콘크리트 토치카가 지어져 있어 놀랐다. 그리고 그것들이 아파트 단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한번 놀랐다.”

독일에서 오랫동안 유학생활을 한 후배가 서울에 여행 온 독일인 지인으로부터 들었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은 아파트가 많기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나라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도시국가를 제외하고 한국처럼 이렇게 아파트 비율이 높은 나라는 없다.

“고층 아파트 거주와 우울증, 상관관계 있다”

1970년대부터 일련의 건축가들은 높은 층의 건물이 인간을 광적으로 만드는(crazy) 매우 많은 증거들이 있다고 우려해왔다. 거주지와 정신 건강의 상관 관계에 대한 포괄적 연구 중 하나로 평가되는 논문은 미국 코넬대학 교수 Evans 등 4명이 공동 저자인 <주택과 정신 건강: 증거와 방법론 및 개념적 비판에 대한 재검토(Housing and mental health: A review of the evidence and a methodological and conceptual critique. J. Soc. Issues 2003)이다. 이 논문은 8개의 관련된 연구 중 6개의 연구에서 높은 층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낮은 층 거주자보다 좋지 않은 정신 건강을 보고하고 있다고 기술하면서 고층에 사는 가족들이 보다 많은 정신 질환의 문제를 경험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스코틀랜드의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964명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5층 이상의 아파트에 사는 거주자들이 저층 및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두 배 이상의 정신질환 증상을 경험했다는 점을 보고한 바 있었다(DL Larcombe, High-Rise Apartments and Urban Mental Health—Historical and Contemporary Views. 2019).

지배적인 그러나 불안한 주거 형태로서의 아파트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가 주류로 자리잡게 된 것은 협소한 주거 공간이라는 불가피한 요인의 측면이 존재한다. 게다가 아파트가 명실상부한 최고의 자산가치가 되고 있음으로 하여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광주의 어이없는 붕괴 사고에서 드러났듯, 잇따르는 아파트 부실공사는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있다. 더구나 그 부실공사가 한국 굴지의 건설업체에 의한 공사였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이 컸다. 아파트들이 다량의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함유된 ‘산업폐기물 쓰레기 시멘트’로 지어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계속되고 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층간소음 역시 아파트라는 지배적 주거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로서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이다.

아파트와 우울증 상관성, 국내에서도 연구조사와 대책 마련되어야

우리나라의 우울증 유병률이 OECD 국가 중 1위일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우울증은 갈수록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근본적으로 극도의 경쟁 사회가 초래하는 바 크다고 분석될 수 있다.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외국에서는 이미 고층아파트와 정신질환의 연관성이라는 주제에 대한 연구조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이와 관련된 연구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가 절대 주류로 자리잡고 있고 특히 4,50층의 고층 아파트 건설이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이러한 분야에 대한 활발한 연구 조사가 반드시 진행되어야만 한다. 그리하여 국가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이 조속히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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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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