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임계점,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까지?

[기후위기와 신냉전, 그래서 그린 데탕트] (3) 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위기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구촌의 존재론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기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침공의 당사자인 러시아는 원유 및 천연가스 세계 2위의 생산국이고 유럽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은 러시아의 에너지에 의존했었다. 

그런데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하고 원유 및 천연가스 수입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있다. 러시아도 "비우호적 국가"들을 상대로 에너지 수출을 크게 줄이거나 중단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구촌의 에너지 공급망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차원의 에너지 수급 불안과 교란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에는 '퇴행'과 '진전'이 어우러져 있다. 여러 나라들이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석탄 의존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퇴행에 해당된다.

반면 재생에너지 도입이 촉진되고 있는 점은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나라들은 중단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보다 투자 비용과 시간이 덜 드는 석탄 등 화석연료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3월 20일 기후변화에 관한 연설에서 화석연료 회귀 움직임에 대해 "미친 짓"이라며 "이런 단기적 접근은 기후변화에 더 큰 위험을 몰고 온다"고 경고했다. "화석 연료 중독이야말로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석탄은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양이 압도적으로 많다. 단위당 에너지 생산시 석탄은 원유보다 30-40% 가량, 천연가스보다는 2배 정도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2021년 11월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40여개 국가들은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기로 했다. 선진국은 2030년대, 개발도상국은 2040년대까지 석탄 사용을 최종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치면서 석탄 사용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인도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3위의 탄소 배출국이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립을 지켜온 인도는 이중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하나는 석탄 의존을 줄이기로 한 COP26 결정에 동참하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러시아로부터 원유 및 가스 수입을 줄이거나 중단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양립하기 어렵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을 높여 석탄 사용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와 가스 가격이 폭등하고 에너지 공급망이 교란되면서 석탄 비중을 줄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이 더욱 불안해지고 가격이 폭등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들이 화석연료 비중을 크게 높이고 있다. 독일 등 유럽연합 국가들이 천연가스(LNG) 생산·수입·수송 시설을 신규로 짓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럽연합은 5월 중순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 및 화석연료 의존을 낮추기 위해 3000억 유로(약 401조 원)짜리 에너지 정책 계획안인 '리파워EU(REpowerEU)'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약 120억 유로(약 16조 원)를 가스관과 LNG 수입시설에 투입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에너지 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한 "단기적인 조치"라고 밝혔지만, 이러한 단기적인 조치가 지구온난화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시키고 만다.

전쟁 자체가 막대한 탄소를 배출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쟁을 준비하고 대비하기 위해 동원되는 군사력의 운용 과정에서, 그 군사력이 전쟁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과정에서, 화재·파괴와 피난 행렬에서, 전쟁 이후 복구 과정에서 내뿜게 되는 탄소량은 어마어마하다.

일례로 2001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배출한 온실 가스는 12억 톤에 달한다. 이는 2억 5700만 대의 자동차가 1년 동안 배출한 온실 가스와 비슷한 양이다. 또 2003년부터 2007년까지 4년 간 이라크 전쟁 시기에 배출된 탄소량도 1억 4000만 톤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공군력을 대거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다. 그런데 공중에서 내뿜는 탄소는 지상에서 배출되는 것보다 4배 가량 지구 온난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방의 전쟁수행능력을 저하시키기 위해 유류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 전시에 자주 발생하는 연료 탱크 폭발이나 가스 파이프라인 파손에 따른 탄소 배출량도 어마어마하다. 일례로 1991년 걸프전 당시 화재에 휩싸인 쿠웨이트의 유전에서 배출된 탄소량이 당시 전 세계 배출량의 2-3%를 차지했었다.

탄소 배출은 전시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전후 복구 과정에서도 막대한 탄소가 배출된다. 러시아의 무차별적인 공격과 양측의 치열한 교전으로 우크라이나의 수많은 건물과 도로, 공항, 항만 등은 폐허가 되고 있다. 여기서 나온 잔해와 쓰레기를 수습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각종 중장비와 트럭이 투입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시리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알레포와 홈스의 잔해를 치우는 데만 1백만 회 이상의 트럭 운행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파괴 수준은 이들 도시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잔해와 쓰레기를 처리한 다음에는 파괴된 건물과 인프라를 복구해야 한다. 시리아 전쟁의 예를 보면, 전체 주택의 10%가 완전히 파괴되고 25%가 부분 파괴되었다. 파괴된 주택을 다시 짓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은 2200만 톤(Mt)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탄소가 배출되는 주된 원인은 막대한 시멘트가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멘트는 탄산칼슘을 가열해 생산하는데, 탄산칼슘은 이산화탄소를 다량으로 배출한다. 2019년에 전 세계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이 전체 배출량에서 8%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가 배출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에 근거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목도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은 '힘만이 살길'이라며 군비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24년까지 국방비를 GDP 대비 2%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2021년에 비해 0.5%나 높아진 것이다.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국방비 증액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또 미국·스웨덴·스페인·캐나다·노르웨이 등 첨단 무기 생산국들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무기와 장비 생산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렇듯 국방비와 무기·장비가 늘어날수록 배출되는 탄소량도 많아지게 된다.

섭씨 1.5도는 기후변화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이다. 이 임계점을 지나면 기후위기는 돌이킬 수 없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한계선을 넘지 않으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의 탄소 배출량을 절반 정도 줄여야 한다. 하지만 2030년까지 오히려 탄소 배출량이 약 14%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실정이다. 이마저도 작년의 추정치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 여파로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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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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