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방선거 승리 후 '윤핵관 vs 이준석' 내전?

권성동 "혁신위 발족, 성급하고 앞뒤 바뀌어"…정진석 "李, 우크라이나는 왜 갔나"

6.1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집권 여당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갈등의 소재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혁신위원회 발족과 그의 돌연한 우크라이나 방문 등이지만, 차기 전당대회 및 총선을 염두에 둔 '윤핵관' 그룹과 현직 당 대표 간의 신경전이 그 본질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이 대표가 주도해 출범시킨 '최재형 혁신위'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권 원내대표는 "정당이든 어느 조직이든 끊임없이 자기 혁신, 자기 개혁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혁신위를 발족하려면 많은 준비를 한 다음에 하는 것이 옳았다고 저는 생각한다. 성급했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위를 발족하려면 혁신위의 구성부터 어떤 인물로 할 것인지 숙고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또 "아이템, 어떤 부분을 논의할 것인가를 먼저 정하고 발족하는 게 맞았다"며 "혁신위 출범부터 먼저 발표하고 인적 구성이나 논의 대상, 소위 아이템에 대해 나중에 결정하겠다는 것은 순서가 앞뒤 바뀌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혁신위 출범 전 이 대표와 이런 의견을 공유한 바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런 얘기가 오간 건 사실"이라며 "조금 전에 말씀드린 바와 같디 '시기가 빠르다'(든지), 구성이나 그런 부분에 대해 제 의견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적 구성을 좀더 다양하게 제대로 하고, 혁신 아이템은 의견을 수렴해 논의하는 것이 맞다"며 "논의 내용이 과연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고 당원들의 뜻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나중에 최고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혁신위 결정을 당 의견으로 채택하느냐 마느냐는 최고위의 권한"이라고 그는 재강조했다. 혁신위에 전권을 실어줄 수 없다고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혁신위 구성과 관련해서는 "최고위원들이 한 명씩 추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전했다.

정진석 국회부의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지방선거가 끝난 지 불과 일주일이다. 지방선거,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라며 "당의 내실을 다져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이 대표의 최근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정 부의장은 "우크라이나 방문하겠다, 혁신위원회 설치하겠다, 2024년 총선에서 공천 혁명하겠다(라고 이 대표가 주장한다)"면서 "혁신 개혁 변화도 중요하겠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차분하게 우리 당의 현재와 미래를 토론하는 연찬회부터 개최하는 게 순서"라는 것이다.

정 부의장은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게 큰 빚을 졌다. 전국 선거 4연패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정권교체의 미래를 꿈조차 꾸지 못할 때 윤석열이 나타났고 정권교체 숙원을 이뤘다. 국민의 힘은 기사회생했다"라며 "국민의 힘이 그 빚을 갚는 길은 여당으로서 굳건하게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 대표를 겨냥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현역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의 횡포가 적지 않았고, 사천(私薦)과 짬짬이 공천을 막기 위한 중앙당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 와중에 이 대표가 제대로 중심을 잡았느냐?"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또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고도 했다. 경기 성남분당을, 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에 정미경 최고위원과 허은아 수석대변인이 내정된 일을 꼬집은 것이다.

정 부의장이나 권 원내대표는 모두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윤 대통령 측근 인사다. 정 부의장은 윤 대통령이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충청 대망론 등을 내세우며 윤 대통령을 적극 지원했고,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 어릴 적 친구 사이다. 이들이 이 대표의 '혁신위' 카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서 눈길을 끈다.

이 대표는 지방선거 직후인 2일 최고위에서 최재형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 출범을 관철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에 대해 △성성납 의혹 논란 돌파 △민주당과의 혁신 경쟁 구도 형성 △안철수 의원 견제 등과 함께 △차기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둔 '친윤(親윤석열)' 그룹 견제 등을 노린 다목적 정치적 포석이 아니겠냐는 말이 나왔다.

한편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 행보도 도마에 올랐다. 정 부의장은 "주변 분들이 제게 조심스럽게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에는 도대체 왜 간 겁니까?', '좀 뜬금없지 않습니까?'(라고) 묻는다"라며 "정부와 청와대의 외교안보 핵심 관계자들은 대부분 난색이었다고 한다. 보름 전쯤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행을 고집해 하는 수 없이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여당 대표의 초청장을 받아준 모양"이라고 폭로했다.

정 부의장은 "정부가 내심 탐탁지 않아 하는 외교분야 일이라면 적어도 여당 정치인은 그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며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 정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 역시 이날 간담회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와의 연대는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우크라이나 방문 시기나 형식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는 것을 잘 안다"고 에둘러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권 원내대표는 "앞으로 좀 더 긴밀한 당정협의, 특히 외교안보·국방에 관련된 사안에 대해 긴밀한 당정협의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지방선거 당일인 지난 1일 저녁 개표방송을 시청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우크라이나 방문 중에도 SNS에 글을 올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즉각 반격했다.

이 대표는 "어차피 기차는 간다"는 짦은 글을 이날 올렸다. 자신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한 비판과 함께, 혁신위 출범에 대한 반발 여론을 싸잡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또 지난 4월말 정 의장이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등의 예방을 받고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을 찾아내 공유하며 "부의장님과 함께 저도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응원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당 차원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꾸준히 노력했으면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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