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같은 토요일에 '정치'를 배우는 이유

[노회찬정치학교를 가다] 불평등의 시대에, 믿을 수 있는 동료 만들기

장미가 피는 5월이다. 구름이 제각각의 모양을 하고서 봄 하늘에 흐른다. 기분 좋은 바람을 뒤로한 채 강의장으로 향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노회찬 정치학교'에 대한 홍보물을 보자마자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았다. 강의 배치를 확인하고, 흥미가 생기는 강의의 강사를 인터넷에 검색해보기도 했다. 오호라, 최근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정치 관련 기사와 책을 챙겨보던 참이었다. 나름의 공부에도 어쩔 수 없는 갈증이 있었는데, 이 강의는 그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강의 신청을 망설이게 한 아주 치명적인 빈틈이 있었으니, 바로 강의 일정이었다. 코로나로 인한 제재가 풀리고 일상이 돌아오는 와중에, 야외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5 ~ 6월 토요일 반나절을 강의로 채워야 했다. 고민이 쌓이던 차에 같이 일하는 동료가 정치학교 1기 때 수업을 들었다며 이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무엇보다 같이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과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있다는 말에 이끌려 정치학교에 지원서를 냈다.

▲노회찬 정치학교 기본과정 3기 첫날, 동그랗게 모여 앉은 수강생들. ⓒ노회찬재단 제공

나는 청년세대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에서 활동했었다. 단체의 특성상, 활동할 땐 한 공간에 청년만 있거나, 혹은 40대 이상만 있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5월 7일 '노회찬 정치학교' 첫날 강의실에 들어갔을 때 본 장면은 내게 아주 생경한 것이었다.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자들이 두루두루 앉아 서로를 소개하고 있었다. 각각의 영역에서 일하고 활동하던 사람들이 모인 만큼, 강의를 듣게 된 계기도 다양했다. 이날 입학식에서, 우리들은 '6411 버스'가 그려진 종이에 본인을 소개하는 키워드를 적고 소개를 나눴다.

첫 번째 날 가장 흥미로웠던 시간은 내 짝꿍이 내 소개를 하고 내가 내 짝꿍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보통 자기소개 시간엔 내 소개를 머릿속으로 준비하느라 다른 사람들의 소개를 잘 못 듣게 되는데, 소개를 이런 식으로 하니 적어도 내 짝꿍만큼은 오롯이 기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 참여자들은 짝꿍의 별명을 같이 소개하기도 했다. 서로를 '포뇨'와 '토토로'라 소개한 귀여운 팀이 눈에 띄었다.

노회찬 정치학교는 여태 내가 들어온 수많은 강의들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만을 옹골차게 채워 넣은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고 싶다.

참여자들은 하루에 두 번의 강의를 듣고 한 시간의 팀 프로젝트 시간을 보낸다. 한 강의는 90분의 강의와 강의 내용을 톺아볼 수 있는 팀별 토론, 발표 시간으로 채워진다. 단순히 강의만 듣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과 강의 내용으로 토론하며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말할 수 있다. 스스로의 생각이 정돈되는 이 과정이 즐겁다. 이때 사회자와 발표자를 뽑기로 나누는데, 이 시간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팀별로 모여 앉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수강생들 ⓒ노회찬재단 제공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된 2주차 때, 현실정치를 두고 '현장의 이야기가 어떻게 제도정치화 되었는지'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분열과 혐오로 쌓여진 현재의 정치 상황을 두고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이 무엇일지에 대한 토론을 해나갔다. 3주차는 노회찬 전 대표가 제시한 '제 7공화국론'을 서두로 꺼내면서 불평등이 점점 더 심해지는 작금의 실태를 파악하고,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주제로 토론을 가졌다.

강의에서 확인한 수치로는 지금의 한국 사회가 희망적이라고 진단하기 어렵다. 불평등은 심화되는데, 정치는 거대 양당의 힘으로 끌려 다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려고,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현실을 마주하고 냉철하게 진단할 수 있는 역량을 채우고 있다. 색색의 6411버스를 타고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문제를 꺼내어 토론하고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내게 정치학교를 강력 추천한 동료와 더불어 지난 1기 수강생들이 아직까지도 끈끈하게 지내는 건, 아마 이런 과정과 경험들이 수반되어서일 거라 생각한다. 지금 우리도 그 과정을 거치고 있다. 훌륭한 강의 커리큘럼보다 '동료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 더 끌린 이유 아닐까. 오늘도 장미향을 뒤로한 채 동료들이 모여 있는 강의실로 향한다.

▲노회찬 정치학교 기본과정 3기 수강생들. ⓒ노회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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