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결국은 최저임금 낮추고 싶다는 것…尹 정부 생각 더 해야"

[인터뷰] 2017년 최저임금 제도개선 TF 전문위원 이승협 대구대 교수

'최저임금 차등적용 불가'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 산하 '최저임금 제도개선 TF'(이하 TF)에서 다수 의견으로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경영계는 최저임금 차등적용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고,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을 도입할지 논의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경영계의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은 업종과 지역에 따라 법에서 정한 최저임금보다 '더 낮게' 업종별로 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2017년 노동자·사용자·공익 위원이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 TF는 이같은 경영계의 주장은 "오해"와 "확대해석"으로부터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단독] 최임 차등적용 국가 살펴보니…"최저임금보다 더 주려고"가 '상식')

<프레시안>은 24일 2017년 당시 TF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작성했던 이승협 대구대 교수를 화상으로 인터뷰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인식에 대해 "최저임금에 대한 고민이나 진지한 생각이 없는 상태에서 한 얘기로 보인다"며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하는 이야기처럼 '백수로 집에서 노느니, 나가서 노가다라도 해라'는 식의 아주 단순한 논리"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책을 하는 사람들은 좀 더 생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최저임금의 문제는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인정할 것이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협 대구대 교수와의 화상인터뷰 갈무리 ⓒ프레시안(박정연)

이 교수는 2017년 당시 TF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 '불가'로 의견이 모아졌던 과정에 대해 "첫 회의부터 한국에서 최저임금에 구분 적용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부작용이 많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며 "사용자 추천으로 오신 전문가도 (최저임금 구분적용이 부작용이 많다는 데에) 동의했다. 그래서 팀 만장일치로 '최저임금 구분적용'은 한국에 적용 가능하지 않고, 적용했을 경우 오히려 우려되는 부작용이 크다는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반대했던 근거로 그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가 말 그대로 사회적으로 정한 임금의 최저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 최저선이 어떤 조건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 자체가 최저임금 제도를 부정하는 것"이고 "임금의 수준을 구분 짓는 기준 자체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어떤 경제 수치 지표를 가지고 하느냐에 따라 최저임금의 차이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를 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다르게 설정한다는 것은 임금의 '가치'를 다르게 설정하는 것인데, 낮은 최저임금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갖는 사회적 인식이 특정한 업종에 대한 차별의 문제로도 인식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용자 측이 추천한 전문가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해 '불가'의견을 냈지만, 경영계는 계속해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 결국은 최저임금을 낮추고 싶다는 것"이라며 "일정한 수준 이상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따져보니 '구분적용'을 한다는 명목으로 최저임금 하향의 정당성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불능력'을 이유로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경영계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제도는 노동자의 기본적 인권과 생존권을 고려해서 나온 제도로, 사용자의 입장과 처지를 고려해서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그리고 노동시장에서는 당연히 개별 노동자가 기울어진 노동장의 아래 끝 쪽에 있다. 그 분들은 임금을 기업과 협상할 협상력이 없기 때문에 국가가 강제적으로 임금의 최저선을 정해준다는 취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편의점에서 일하는 것과 공장에서 하는 중 노동의 시간당 임금이 왜 같아야 하냐고 질문을 한다. 편의점 일이 쉽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투여하는 노동력의 지출에 비해 노동의 가치가 동일하게 주어지니까 불만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그 질문을 다르게 던져야 한다. 왜 모든 노동이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냐"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독일의 사례를 들며 "최저임금은 노동력이 부족하거나, 일할 의사가 없을 때 적용되는 제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노동자가 최저임금의 적용대상이 된다"며 "왜 이런 식으로 임금이 결정되는 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래는 이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프레시안 : 2017년 최임 제도개선 TF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다수 의견으로 '불가' 결론을 내렸다. 당시 TF의 분위기는 어땠고 의사 결정 배경은 어떠한가.

이승협 : 당시 최저임금 제도 개선에 대한 문제들이 많이 제기 되었다. 최저임금 제도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갈등이 있었고, 오히려 정부 개입에 의해서 최저임금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람(최저임금 미만률)이 늘어나다 보니 최저임금의 전반적인 제도개선 검토를 전문가에게 의뢰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최저임금 제도에 대한 부분을 6개 의제로 나눠서 그 6개 의제에 대해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 측 전문가를 3명씩 배치 해 주제별로 의견을 정리했다.그렇게 18명의 전문가가 주제를 정리하고 의견을 모으고 투표로 제도에 대한 의견을 결정했다. 그리고 그 다수의 의견으로 투표된 의견, 그리고 팀에서 나온 다른 의견들도 같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전달 했다.

저는 노동자측 추천으로 '최저임금 구분적용'(차등적용은 더 적게 준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서 학술적으로 구분적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편집자 주)에 대한 검토를 맡았다. 저 이외에도 사용자측과 공익위원이 추천한 전문가 두 분이 더 있었고, '최저임금 구분적용'을 논의했던 저희 분과에서는 첫 회의부터 한국에서 최저임금에 구분 적용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부작용이 많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 세 번 정도의 팀 회의를 했는데 모든 회의에서 동일한 입장이었다. 사용자 측의 입장도 나오긴 했으나, 사용자 추천으로 오신 전문가도 (최저임금 구분적용이 부작용이 많다는 데에) 동의했다. 그래서 팀 만장일치로 '최저임금 구분적용'은 한국에 적용 가능하지 않고, 적용했을 경우 오히려 우려되는 부작용이 크다는 결론을 냈다. 다른 전문가들과의 전체회의에서도 거의 만장일치로 '최저임금 구분적용'은 실시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져서 최종 결론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

"구분적용'을 한다는 명목으로 최저임금 하향의 정당성을 찾고자 하는 것 "

프레시안 : '최저임금 구분적용'이 한국에 적용 가능하지 않고, 오히려 우려되는 부작용이 크다는 결론이 도출된 근거는 무엇인가.

이승협 : 먼저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가 말 그대로 사회적으로 정한 임금의 최저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최저선이 어떤 조건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 자체가 최저임금 제도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론적인 측면에서 최저임금 제도의 구분적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두 번째로 어떤 기준으로 최저임금의 차이를 구분할 것인지가 어렵다는 데에 동의를 했다. 임금의 수준을 구분 짓는 기준 자체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어떤 경제 수치 지표를 가지고 하느냐에 따라 최저임금의 차이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를 정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지표를 선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지표를 검증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당장 최저임금 구분적용을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는 최저임금을 다르게 설정한다는 것은 임금의 '가치'를 다르게 설정하는 것인데, 낮은 최저임금을 부여 받은 사람들이 갖는 사회적 인식이 특정한 업종에 대한 차별의 문제로도 인식 될 수 있다. 최저임금 구분적용으로 차별이 발생한다면,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프레시안 : 당시 사용자 측이 추천한 전문가들도 '최저임금 구분적용 불가' 의견에 동의하고 마무리가 되었는데, 경영계가 다시 불을 붙이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승협 : 그 이유는 아주 명확하다. 일단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 TF는 구속력이 있는 결정 단위가 아니었고, 최저임금위원회도 제도 개선에 대한 권한이 없다. 정부나 국회 등 법률 개정을 통해서 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사용자 측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에 대한 논리적인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실리적 목적을 추구하는 데 그것이 결국은 최저임금을 낮추고 싶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없앨 수는 없고, 일정한 수준 이상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따져보니 그런 결론이 나온 것이다. 즉, '최저임금 부분적용'을 통해서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접근하면 최저임금을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된다.

프레시안 : 그러니까 사용자 측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이유가 차등해서 적용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최저임금을 낮추기 위해서라는 것인가.

이승협 : 그렇다. 최저임금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최저임금 구분적용'을 얘기하는 것이고, 유일한 방법이 이것 밖에 없다. 최저임금 수준은 박근혜 정부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을 해서 모든 대선 후보자가 '최저시급 만 원' 공약을 내세웠지 않나. 결국 최저시급이 만 원까지는 가지 못 했지만 일정 수준까지는 올라와 있다. 그러면 그 올라와 있는 수준을 전제로 하고 올리거나 동결할 수밖에 없는데, '구분적용'을 한다는 명목으로 최저임금 하향의 정당성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1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 제도는 국가가 강제적으로 임금의 최저선을 정해준다는 취지"

프레시안 : 과거 사례를 살펴보니, 1988년 최저임금이 처음 도입되었을 첫 해에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1군과 2군으로 나누어 차등적용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딱 한 해만 적용되고 이듬해부터는 적용이 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이승협 : 최저임금법의 규정을 만들 때 업종별로 소위 말하는 '사용자의 지불능력'의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가 받아 들여졌던 것이다. 그래서 1988년 한 해만 차등 적용을 실시해보니 문제가 생겼다. 업종별로 생산성이 높고, '지불능력'이 높다는 업종을 1군으로 생산성과 '지불능력'이 낮은 업종을 2군으로 구분해 놨는데 업종의 구분이 굉장히 자의적이고 업종 내에서도 편차가 심했다. 

예를 들어서 섬유산업이라고 하면 단순 의류를 제작하는 곳은 생산성이 낮다고 볼 수 있지만 소재로 접근하면 생산성이 높다. 이처럼 업종 내 세세한 분류에 따라 편차가 다르고, 같은 분류에 있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개별적 상황에 따라 생산성과 '지불능력'에 차이가 컸다. 객관적인 기준 값을 설정하는 게 어려워서 사업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생겨났다. '왜 우리는 2군이냐', '1군 내에서도 너희는 생산성이 높지만 우리는 낮은데 왜 1군에 포함돼 있냐' 등 갈등이 굉장히 심해졌다. 그래서 1년 차등적용을 해보고 더 이상 못 하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프레시안 : 경영계에서도 '지불능력'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합당한 근거처럼 사용하는데, 개념을 짚고 넘어가면 어떨까 싶다.

이승협 : 이 논쟁에서 '지불능력'은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사실 대기업이 회원사로 있는 전경련(전국경제인협회)이나 경총(경영자총협회)가 '지불능력'을 운운하는 것은 본인들이 할 얘기는 아니다. '지불능력'이 상대적으로 없는 곳은 작은 규모의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영역이다. 그런데 전경련이나 경총에서 기업의 '지불능력'을 언급하는 것은 두 가지 효과가 있다. 하나는 소상공인 그리고 생산성이 낮은 업계에 업혀서 본인들도 최저임금을 낮추고 싶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임금체계를 바꾸고 싶다는 속내가 있다.

프레시안 : 임금체계를 어떻게 바꾸고 싶어서 '지불능력'을 언급한다는 것인가.

이승협 : 전경련이나 경총 회원사로 들어 가있는 민간 기업들의 대부분은 기본급이 낮게 설정된 경우가 많다. 임금 구성을 보면 기본급은 낮고 수당이 많다. 고정상여금이라는 해괴망측한 제도도 있다. 기본급을 낮추는 대신 임금 총액을 늘리기 위해 수당을 주는 방식을 취해왔는데, 국가에서는 이를 문제로 보고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기본급의 범위가 넓어졌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여전히 기본급을 중심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기본급을 낮추기 위해 사용자는 최저임금을 낮추려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본급을 올리는 순간, 다른 임금도 다 같이 올라가는 연쇄 효과가 발생하다 보니 대기업은 그런 효과를 경계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제도는 노동자의 기본적 인권과 생존권을 고려해서 나온 제도로, 사용자의 입장과 처지를 고려해서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그리고 노동시장에서는 당연히 개별 노동자가 기울어진 노동장의 아래 끝 쪽에 있다. 그 분들은 임금을 기업과 협상할 협상력이 없기 때문에 국가가 강제적으로 임금의 최저선을 정해준다는 취지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논의하면서 '지불능력'을 언급하는 것은 주소가 전혀 다른 곳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지역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근거 조문 삭제를 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경영계는 해외 사례를 이유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하는데, 해외 사례를 살펴보니 산업별 및 업종별로 적용된 임금이 법적 최저임금보다 높은 게 보편적인 사례였다. TF 보고서에서도 '오해'와 '확대해석'에서 이런 문제가 기인한다고 지적하셨는데.

이승협 : 광의의 최저임금으로 이해를 하면 사실은 최저임금제도는 두 개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법정 최저임금제도가 있고, 다른 하나는 노사가 산업별로 협약을 통해서 정해놓은 최저임금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이것을 구분하지 않고 섞어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약간의 오해가 생긴다. 

사용자 측은 해외에서는 산업, 업종별로 구분해서 다르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있다고 말을 하는데, 산업별로 노조와 교섭을 통해서 정해지는 산별 최저임금을 우리나라의 법정 최저임금과 같은 것처럼 섞어 말한 것이다. 사용자 측이 말하는 것처럼 법정 최저임금제도를 채택하면서도 업종별로 구분해서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사례는 매우 적다. 대표적으로 호주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그마저도 정부가 최저선을 정하고 산업별 업종별로는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보다 더 높이 정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프레시안 : 1988년 차등적용을 한 해만 하고 멈췄던 이유들이, 2022년 다시 차등적용을 적용해야한다는 주장 앞에서 해소될 수 있을까.

이승협 : 그 때나 지금이나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하면 안 되고,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사용자들은 최저임금을 낮추기 위해 무리한 주장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관철시키는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관철시키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가 어떤 보고서를 내더라도 상관없이 차등적용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성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 같아 보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 권력의 영향을 받는다. 노·사는 자신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결국 공익위원들이 키를 쥐게 되는데, 이들은 정부가 임명하게 된다. 정부의 입장을 강하게 대변할 수 있는 사람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결국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얘기는 그 구조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이 올해까지 임기이기 때문에 올해는 차등 적용을 하지 않는 게 맞다는 주장이 대세가 될 것이다. 하지만 공익위원들이 바뀌는 순간, 법적으로는 업종별 구분을 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가능해질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가지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정부의 의지에 의해 최저임금과 그 구조가 결정되는 방식이 맞는지, 우리는 이 부분을 제도개선의 중요한 내용으로 삼아야 한다.

"질문을 다르게 던져야 한다. 왜 모든 노동이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나"

프레시안 :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시절부터 차등적용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고,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차등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승협 : 최저임금에 대한 고민이나 진지한 생각이 없는 상태에서 한 얘기로 보인다. 그들이 현장을 돌아다녀 보니 사용자 측에서 강력히 주장을 하고 있고, 그들은 소위 말하는 저소득층의 상황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단순히 생각을 한 것 같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하는 이야기처럼 '백수로 집에서 노느니, 나가서 노가다라도 해라'는 식의 아주 단순한 논리다. 정책을 하는 사람들은 좀 더 생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을 낮추려는 발상은 노동의 가치를 허투루 생각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문제는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인정할 것이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거다. 많은 분들이 편의점에서 일하는 것과 공장에서 하는 중 노동의 시간당 임금이 왜 같아야 하냐고 질문을 한다. 편의점 일이 쉽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투여하는 노동력의 지출에 비해 노동의 가치가 동일하게 주어지니까 불만이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그 질문을 다르게 던져야 한다. 왜 모든 노동이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냐. 왜 모든 노동의 기본급이 최저임금부터 시작이 되어야 하나. 그러니까 기본금이 낮은 게 문제라는 거다. 왜 기본금의 기준이 최저임금이 되어야 하느냐. 법정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독일에서도 최저임금의 대상은 산별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영역으로, 공권력으로 보호하는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다. 

독일의 사례를 계속 살펴보면 노사 협약으로 정한 기본급이 최저임금의 최소 1.5배에서 2배 이상의 수준으로 결정된다. 쉽게 얘기하면 교육 훈련이니 기술 자격을 가지고 일정한 수준의 개인적인 역량을 갖춘 사람들은 기본급이 최저임금부터 시작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렇기때문에 최저임금은 노동력이 부족하거나, 일할 의사가 없을 때 적용되는 제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노동자가 최저임금의 적용 대상이 된다. 왜 이런 식으로 임금이 결정되는 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 '지불능력'이 있는 기업들은 최저임금보다 더 줘야 하는데, 전 사회가 무조건 최저임금을 붙들고 있다. 그래서 한국사회의 노동이 나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논의의 지점이 후퇴하고 있다.

노동권, 노동인권을 삶의 질의 기본적인 문제로 설정하고 그것을 시민들에게 어떻게 보장할 지를 고민하는 관점에서 정책을 해야 한다. 말로 선진국이라고 하면서 내용에 있어서는 실제로 선진국이 요구하는 사회적인 기본 권리나 기준을 갖출 생각 자체를 안 하면 굳이 선진국이라고 떠들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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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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