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박지현‧윤호중 "용서 구할 엄두도 안 나"

최강욱 '짤짤이' 논란 이어 박완주 사태까지…선거 앞두고 엎친 데 덮친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완주 의원의 성 비위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날 오전 박 의원을 제명한 데서 나아가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이번 사건이 지방 선거에서 악재로 작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의 고강도 대처에도 선거 국면에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안희정‧오거돈‧박원순 등 과거 광역단체장의 권력형 성범죄로 인한 후폭풍을 겪고도 유사 사건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가 약속한 재발 방지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최근 최강욱 의원의 '짤짤이 발언'에 대한 비난 여론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까지 더해지며 민심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완주 의원 성비위 사건 관련 대국민 사과에 나선 윤호중-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피해자‧국민께서 됐다고 하실 때까지 계속 사과드리겠다"

윤호중‧박지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늦은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분과 가족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먼저 발언에 나선 박 위원장은 "성폭력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고, 당 내 성 비위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또 사고가 터졌다"며 "민주당을 대표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2021년 연말에 발생한 심각한 수준의 성범죄"라면서 "피해자는 자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했으나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고, 4월 말경 우리당 젠더신고센터로 신고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대위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증거를 바탕으로 사건의 심각성을 확인했고, 오늘 박 의원에 대한 제명을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앞으로 당내 젠더 폭력에 더욱 철저하게 대응하겠다"면서 "현재 의혹이 제기돼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도 철저히 진상을 밝히고 예외 없이 최고 수준의 징계를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최근 최 의원의 '짤짤이' 발언, 김원이 의원실 보좌관 성폭력 의혹 및 2차 가해 논란 등을 조사 중이다.

박 위원장은 "지방선거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신고센터를 통한 성 비위 제보 조사와 징계를 이어가겠다"며 "온‧오프라인에 발생하는 2차 가해, 여성 비하, 성폭력성 발언에 대해 고발조치하고 피해자 법적으로 다각적으로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권력형 성범죄 근절과 성평등 조직 문화 정착을 위해 당헌·당규 개정과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면서 지방선거 출마자 전원을 대상으로 성범죄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서약서를 받겠다"고도 했다.

이어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다. 우리의 반성은 피해자 추적과 2차 가해가 없도록 철저히 막아내는 것으로 시작돼야 한다"면서 "언론인 여러분도 피해자 보호에 꼭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피해자께서 국민들께서 됐다고 하실 때까지 계속 사과드리겠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 감히 용서를 구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면서 "국민께서 내리시는 질타와 비판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받겠다. 더 꾸짖어달라"고 했다.

그는 "모든 것이 민주당의 잘못이고 저희의 책임"이라면서 "당내 성 비위와 관련해서는 철저한 무관용 원칙을 견지해서 엄중하게 즉각 처벌하겠다.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2차 가해 또한 강력하게 처벌할 것이며 이에 대한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당내 성폭력 재발 막기 위한 젠더폭력 신고상담센터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박완주는 다른 판단...제명안 논의 시 본인 시인 여부는 감안 안 해"

앞서 이날 오전 두 위원장은 긴급 비대위 회의를 소집하고 박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의결했다. 제명안 의결 후 민주당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한 차례 사과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같은 조치가 역부족이라고 판단, 이날 오후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직접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다.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브리핑을 오전에 했는데 다시 기자회견 마련한 것조차 비대위원장님께서 대국민 사과를 통해서 결의를 보여드릴 수 있는 자리 마련하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당의 제명 처분 이후 박 의원이 피해자에게 사과했는지에 대해 고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다"면서 "당사자는 아마 좀 다르게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날 제명 조치에 대해 "본인 시인 여부가 반영되거나 중요하게 감안되거나 그런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고 대변인에 따르면, 제명안은 비대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고 대변인은 '권력형 성 범죄가 계속 일어나는 것은 당 내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에 "숨기지 않고 바로 신속하게 징계 조치를 취하고 거기에 따른 교육을 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김원이 의원 전 보좌관의 성폭행 사건 피해자가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선 "이 건도 젠더폭력상담신고센터에 접수돼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김원이 의원의 전 지역 보좌관이 여직원을 성폭행했고 이후 의원실 직원들이 합의를 종용하는 등 2차 가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을 위해 어떤 협조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나, 2차 가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성 비위 문제 관련 당 내 전수조사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선 "사안의 성격상 불가능할 것 같다. 이런 문제는 사실 시간을 끌다가 접수되는 것도 있다"면서 "어떤 경우든 접수되면 관련해서 진상조사 철저히 신속히 해서 바로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해나가겠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했다.

한편 '짤짤이' 발언 당사자인 최 의원에 대해서는 이날 SBS <8뉴스>가 해당 발언 외에도 또다른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추가 제보가 당 보좌진협의회 등에 접수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법사위 회의 대기 중에 동료 의원들을 지칭하며 성적인 발언을 했고, 그 외에도 여성 보좌진의 외모를 품평하고 비하하는 발언도 여러 차례 헀다는 제보가 있었다는 것이다. 최 의원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제보 내용을 부인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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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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