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카우, 전국민 저작권료 월급받기 프로젝트의 허상

[삶은경제] 수익성 없는 '허상 투자', 금융 혁신 이름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1. 조각투자의 시대, 어떤 것이든 소유할 수 있다

부동산을 사기에는 돈이 없고, 미술품을 사기에도 수중에 돈이 없다. 월급만 모아서는 내 집 장만은 어려운 일. 특히나 청년들에게는 잃어버린 꿈에 불과하다. 강남에 있는 빌딩이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다면 일부라도 사는 건 어떨까? 임대료 수익을 조각내서 받는다면 나도 건물주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부동산, 지식재산권, 미술품, 스포츠카 등 실물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분할한 지분에 투자하는 것을 조각투자라고 한다. "전 국민 저작권료 월급받기 프로젝트"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뮤직카우도 일종의 조각투자이다. 뮤직카우의 구조는 증권시장과 닮았다. 뮤직카우는 조각투자 상품을 발행도 하고 유통도 한다.

발행시장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1억 원에 뮤직카우에셋이 저작권을 사면, 투자자들은 경매 형태로 뮤직카우 저작권료에 대한 '참여청구권'을 갖게 된다. 경매에 붙여진 참여청구권 1개의 가격이 만약 1만4,000원이고, 조각수가 1만 개라면 총액은 1억4,000만 원이다. 이후 투자한 노래가 유행을 타면 참여청구권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이다.

유의할 것이 있다. 뮤직카우 투자자가 갖고 있는 권리는 저작권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청구권'에 불과하다. 뮤직카우에셋이 보유한 각 음악저작권이 제3자에 대해 어떠한 채권·채무관계에 있는지 확실히 알기 어렵고,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즉, 뮤직카우가 도산하면 투자자는 전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게다가, 음원들의 숫자도 매우 적고, 장르도 국내 최신가요 등으로 한정적인 편이다. 통상 음원 발매 당시 인기곡들도 대체로 두세 달 지나면 시들기 마련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뮤직카우 자체의 인기 하락으로 언젠간 피해 보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유통시장을 예로 들면, 뮤직카우는 참여청구권을 중개하면서 수수료를 부과한다. 거래금액의 1.2%(1주 기준)를 거래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고, 수수료 상한은 주당 300원이다. 단, 5주 이상 한번에 "구매 주문" 시에는 체결되는 거래금액의 1.0%(1주 기준)의 거래 수수료를 부과하고, 이때 수수료 상한은 주당 250원이다. 현재 국내 코스피·코스닥에서 주식을 매도할 때는 차익을 보지 않더라도 매도가액의 0.23%를 증권거래세로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뮤직카우는 증권거래세를 납부하지 않는 반면, 투자자에게 증권거래세의 무려 4~5배가량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2. 금융위원회의 이중플레이, 결국 넌 내가 하라는 대로 하게 되어 있어

지난 4월 20일, 금융위원회는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의 증권성 여부 판단 및 ㈜뮤직카우에 대한 조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주된 내용은 뮤직카우의 '저작권료참여청구권'을 증권 중 하나인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한 것이다.

자본시장법 제4조에는 증권의 종류가 명시되어 있는데, 채무증권(채권), 지분증권(주식), 수익증권(펀드),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 총 6가지이다. 이중 '투자계약증권'은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 간의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을 말한다.

금융위원회의 발표 이후 음악저작권료에 대한 참여청구권 조각투자에 나선 100만 명의 뮤직카우 이용자들은 '멘붕'에 빠졌다. 투자계약증권의 경우 자본시장법을 준수해야 하나 뮤직카우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코스피지수처럼 뮤직카우는 코스콤과 협의하여 뮤직카우 옥션을 통해 공유된 저작권을 구성종목으로 산출한 총수익지수인 MCPI(MUSIC COPYRIGHT PROPERTY INDEX)를 매일 산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발표 이전인 4월 19일 MCPI지수는 195.06였는데, 4월 21일에는 170.17까지 빠졌다.

몇 년 동안 사업이 진행되었고, 방송에서 버젓이 광고하던 뮤직카우의 거래행위는 엄연히 불법이었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신고서 등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과징금 부과 대상이었고, 허가받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영업은 정지되어야 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사태를 스스로 방관했다고 판단했는지 과징금도 부과하지 않았고 영업정지도 내리지 않았다. 머지포인트 사태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이번에는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제재를 6개월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금융위원회는 4월 20일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 이후인 4월 28일,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를 발표하였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업자가 도산하더라도 투자자의 재산과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투자자 예치금을 외부 금융회사 투자자 명의 계좌에 별도로 예치해야 한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청구권 구조 등에 대한 설명 자료와 광고 기준, 약관을 마련할 것을 가이드라인에 명시했다. 아울러, 증권시장과 마찬가지로 조각투자에 있어서도 청구권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을 모두 운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금융당국이 최근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의 상품을 증권으로 규정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자산 소유권이 아닌 자산 수익에 대한 청구권은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증권 규제에 맞춰 사업 모델을 개편하거나 혁신 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뒤 합법적으로 영업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사진은 28일 서울 마포구 뮤직카우 본사 모습. 뮤직카우는 2016년에 설립된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이다. ⓒ연합뉴스

3. 금융규제 샌드박스, 그 안을 열어보면 무엇이 있을까?

조각투자는 뮤직카우 등 사업자가 상품 설계 및 유통에 이르기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사업자가 도산할 경우 대규모의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투자자 간 권리 매매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투자금 전체를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뮤직카우의 경우 저작권이 아닌 저작권료에 대한 참여청구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보면 조각투자의 혁신성이 인정될 경우 자본시장법상 적용대상이 아닌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넣어 4년간 허용하겠다는 투 트랙도 짰다. 지난 2019년 1월부터 시행된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될 경우 인허가와 규제를 면제해주는 제도로, 지정 기간은 최대 4년이다. 문제는 혁신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다. 저작권을 대다수 투자자가 살 수 없으니 참여청구권을 조각내 부담 없이 매매하는 것이 혁신성의 평가기준이 될 수 있을까?

뮤직카우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지키려면 발행시장을 잃든 유통시장을 잃든, 수익 기반의 상당액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자의 돈을 외부 금융기관에 별도로 예치해야 한다. 매매를 하려면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세도 내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자면 뮤직카우의 사업모델은 수익성이 없다. 그래서 금융위원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친절하게 안내한다.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이니까 규제를 따를 수 없다. 그러니,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조각투자는 시대의 아픔에서 비롯된 산물이다. 사회불평등·양극화 시대에 그동안 부자만의 리그였던 투자를 조각내서 나눠놓은 것에 불과하다. 주식시장은 기업의 자금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조각투자는 실물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커다한 것을 쪼개는 것이 금융혁신일 수는 없다.

빅테크, 핀테크 등 디지털화가 금융혁신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술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어떠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현행 법령상 안 되니까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넣어서 인정해주자는 발상은 근원적인 질문을 없애는 것이다. 그 결과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면 결국 금융위원회는 혁신을 위한 성장통으로 둘러댈 것이 뻔하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열어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그 안에 어떠한 투자자 보호장치가 마련되어 있는지. 뮤직카우 등 조각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그리고 자본시장법을 우회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가이드라인은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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