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시작된 '용산역 텐트촌'…홈리스 이주대책 마련은 진통

홈리스행동 6일 기자회견 "시공사 측이 홈리스 텐트 강제철거"

2000년 중반부터 20여 명 내외의 홈리스들이 모여 살던 '용산역 텐트촌.' 지속적인 철거 위험에 시달리던 이 곳의 천막 1개 동이 지난 4일 철거됐다. 용산역과 서울드래곤시티호텔 간 공중보행교량 신설사업이 지난 3월부터 시작됨에 따라 사업 부지 내 천막 3곳 중 1곳이 철거된 것이다. 

시공사는 "거주민들과 합의한 사항"이라며 강제철거가 아니라고 했지만 철거촌 내 홈리스 당사자와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은 "거주민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철거"라며 비판했다.

용산역과 호텔 연결하는 공중개량교 신설사업 부지 내 포함된 용산역 천막촌

용산역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운영하는 민자역사다. 2016년 용산역 증축이 진행되면서 용산구청은 증축 연면적의 10퍼센트(%)를 보행환경 개선과 지역주민 편의기능 확보 등 공공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으로 진행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기존 공중보행교량을 철거하고 새롭게 건설하는 계획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사업 부지 소유자인 국가철도공단 등 관계기관 협상이 난항을 겪어 그간 시행되지 못했다. 그러다 작년 4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로 현대산업개발이 공사비 전액을 부담하고 완성된 교량은 국가철도공단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 3월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새롭게 건설되는 교량은 용산역에서부터 서울드래곤시티호텔, 용산전자상가 사거리 초입까지 이어진다.

▲2021년 4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로 현대산업개발이 공사비 전액을 부담하고 완성된 교량은 국가철도공단에 기부채납되는 방식으로 사업이 확정되고, 올해 3월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새롭게 건설되는 교량은 용산역에서부터 서울드래곤시티호텔, 용산전자상가 사거리 초입까지 이어진다. ⓒ용산구청

문제는 사업 부지 내에 용산역 텐트촌 천막 3동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홈리스행동은 사업 부지 내 홈리스들과 논의 없이 시공사가 철거를 통보했다고 주장한다. 시공사인 일주종합건설은 4월 15일까지 부지 내 거주민에게 철거를 요청했다. 거주민들은 철거를 거부하며 면담을 요청했고 구청 관계자와 시공사 측과 텐트촌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 이후에도 추가적인 이주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4일 천막 1개동이 철거된 것이 현 상황이다.

홈리스행동과 텐트촌 주민들은 이에 6일 용산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제 철거가 진행되는 동안 용산구청이 홈리스 이주대책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홈리스행동 등은 용산구청의 철거 대상자 천막 주민에 대한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이주대책안이 있다. 

주거지원 받을 수 있는 '실거주' 여부 누가 결정하나

텐트촌 거주민들이 제시하는 이주대책 중 하나는 국토교통부 훈령 1361호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에 따른 주거지원사업이다. 관련 지침에 따르면 쪽방, 고시원, 비닐하우스, 노숙인시설, 컨테이너, 움막, PC방, 만화방 등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이들에게는 LH가 임대주택을 제공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임대주택 입주 신청서와 함께 주민등록등본이나 거주사실확인서를 관할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된다. PC방이나 만화방 등 전입신고가 힘든 곳에서 거주하는 주거취약계층은 비적정 주거지에 거주한 사실확인서만 제출해도 주거지원 지침 상 임대주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비적정 주거지'는 반지하방, 고시원, 옥탑방 등 주거 환경이 열악해 주거시설로 적정하지 않은 곳이다. 

홈리스행동은 "용산역 텐트촌 주민들의 주거지는 '비적정 주거'에 해당한다"라며 "용산구청 사회복지과는 홈리스들의 거주 사실을 확인해서 텐트촌 주민들이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텐트촌 내 거주민의 실거주 확인이 기존 자료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홈리스행동은 "서울시 자활지원과가 오래전부터 텐트촌 거처에 식별번호 부여하고, 인적 사항을 기록하는 등 실질적 관리를 하고 있었다"라며 "홈리스행동의 요청에 서울시는 관련 사실을 구청에 전달했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프레시안>이 서울시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시는 홈리스를 지원하는 서울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상담 기록을 활용해 실거주 여부 파악 가능성을 용산구청에 전달한 적은 있다"면서도 "(시에서도) 상담 기록만으로 실거주 여부가 확인되는지 여부까지는 전달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홈리스행동이 제시하는 또 다른 근거는 서울시가 작성한 화재 예방 협조 요청 공문이다. 단체가 공개한 2018년 '용산역 노숙인 텐트촌 화재 예방 순찰 등 협조요청' 자료를 보면 18년 10월 조사 결과 '텐트촌 34개 동, 남성 23명 거주'라는 텐트촌 현황이 나와 있다. 문서 내 '텐트촌 배치도'에도 철거 대상 천막동 거주자인 하순철 씨를 비롯한 거주민 이름이 적혀있는 등 기초적인 실태조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홈리스행동 안형진 활동가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숙인 종합지원센터에서도 주기적으로 텐트촌을 방문해 상담하는 등 실거주는 많은 방법으로 확인이 가능하다"라며 "용산구청이 개발행정에 적극적인 것과 달리 복지행정에는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철거 위험에 시달리던 이 곳은 4일 천막 1개 동이 철거됐다. 용산역과 서울드래곤시티호텔 간 공중보행교량 신설사업이 지난 3월부터 시작되면서 사업 부지 내 천막 3곳 중 1곳이 철거된 것이다. ⓒ프레시안(이상현)
▲시공사는 "거주민들과 협의한 사항"이라며 강제철거가 아니라고 했지만 철거촌 내 홈리스 당사자와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은 "거주민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철거"라며 비판했다. ⓒ프레시안(이상현)

용산구청은 텐트촌 거주민들이 '주거지 등록'이 되어있지 않아 주거 지원이 어렵고, 기존 자료를 통한 실거주 확인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용산구청은 6일 발표한 설명자료에서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의 기록은 텐트촌 노숙인 응급사항 발생 시 긴급지원, 서비스 제공 등을 기록하는 상담일지로 거주사실 확인 목적이 아니다"라며 "서울시와 용산구는 텐트촌 이용 노숙인의 거주사실을 관리하고 있지 않고, 4월 18일 국토교통부에 용산역 텐트촌이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질의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홈리스행동 측이 제시하는 자료는 거주사실 확인이 목적으로 작성된 자료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에 홈리스행동과 텐트촌 거주민은 "용산구가 주거지원 지침을 임의적으로 판단하고 소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라며 "텐트촌 거주민들은 당장 철거 위험에 시달리는데 구청에서는 충분히 파악 가능한 사실의 판단을 상급기관에 미루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철거도 민간의 영역이어서 철거 중단을 요청할 권한이 구청에게는 없다"라며 "이번 공중보행교 사업은 민간의 땅이 아니라 공공의 땅에 공공의 필요에 의해 실시되는 사업"이므로 용산구청이 나서서 강제철거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거 전 날 시공사가 홈리스에게 건넨 5만원...철거 대상 홈리스는 "협의 없었다", 시공사는 "협의 완료"

텐트촌 강제철거 여부와 관련해서는 홈리스행동과 시공사 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시공사 측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사업 부지 내 천막 3개 동 거주민들에게 텐트촌 내 다른 곳으로 이주하라고 텐트, 설치 자재 등을 제공하며 협의했고 철거 전에 이미 이주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산구청 또한 설명자료를 통해 "이용자 협의 하에 공사 구간 내 설치된 텐트를 철거했다"라며 "강제철거 한 사실 없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업 부지 내 철거 대상 홈리스 하순철 씨는 6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철거에 합의한 적 없다고 밝혔다. 

하 씨는 "시공사 현장소장이 철거 전날 5만 원을 줬고,  합의 없이 철거가 진행되어 5만 원을 다시 돌려줬다"라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거지새끼'니까 쫓아내면 나가야 하지만 쫓아낼 구멍은 만들어 줘야 하는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홈리스행동 안 활동가 또한 "철거 예정지 천막 거주민은 언제 텐트가 철거가 될지 몰라 다른 천막을 세워두었던 상황"이라며 "철거되는 천막에 거주하던 홈리스가 철거 당시 직접 단체에 전화를 걸어 협의 없이 천막을 철거하고 있다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이 활동가 또한 "철거 대상 천막 3개 동 중에 1개 동 거주민은 관련 소식을 아예 전해 듣지 못했고 나머지 2명 또한 철거에 협의한 적 없다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텐트촌 철거는 현재 거주민과 홈리스행동의 항의에 중단된 상황이다. 시공사 측 관계자는 "향후 협의 사항을 보면서 철거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철거 대상 텐트를 3개 동에서 2개 동으로 줄이는 방향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홈리스행동 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직접 임대주택 신청 등 텐트촌 거주민 이주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 부지 내 철거 대상 홈리스 하순철 씨는 6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철거에 합의한 적 없다고 밝히며 "시공사 현장소장이 철거 전날 5만 원을 줬다"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이상현)
▲홈리스행동 측은 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직접 임대주택 신청 등 텐트촌 거주민 이주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이상현)
ⓒ프레시안(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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