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자회사 사망 노동자 분향소 설치…노조 "인력감축이 만든 참사"

두번 시도 끝에 4일 대한항공 자회사 사망 노동자 분양소 설치

김포공항에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 주식회사의 사망 노동자 분향소가 4일 설치됐다. 노조는 "인력부족과 안전시스템 부재가 노동자를 죽였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민주한국공항지부는 이날 서울 김포공항 5번 게이트 택시 승강장 앞에서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결의대회'를 열고 "사고 당일에도 현장의 업무를 총괄하는 관리자도, 안전을 책임져야하는 안전 책임자도 없이 같이 작업해서는 안 되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며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의 과도한 인력감축이 만들어낸 참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규탄했다.

지난달 26일 지상조업업체인 한국공항 주식회사 소속 30대 정비사 A씨는 항공기 견인 차량인 '토잉카' 뒷바퀴를 들어 올리고 그 아래에 머리를 넣어 기름이 새는지 여부를 육안으로 점검하고 있었다. A씨의 작업 위치를 몰랐던 에어컨 수리 작업자가 차량 시동을 끄자 뒷바퀴가 원위치로 돌아와 A씨는 참변을 당했다. 에어컨을 점검해야 하는 다른 노동자는 에어컨의 작동 여부를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시동을 껐다, 켰다를 반복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동시 작업을 해서는 안 되는 업무 환경에서 동시 작업이 진행되며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사고 현장에는 업무 관리 감독을 담당하는 안전 책임자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A씨 사망 전날 한국공항 램프여객 부서에 근무하는 50대 노동자 B씨가 출근 후 작업을 준비하던 중 쓰러지는 사고 역시 발생했다. 램프여객 부서는 비행기에 승객들의 짐을 적재하고 항공기가 주기장에 잘 진입하도록 안내하는 일을 하는데, 노조는 이 사고 또한 인력부족이 불러온 과로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고 밝혔다.

이태환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본부장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비행기를 정비하는 노동자 자신의 안전은 정작 담보받지 못하고 현장에서 죽어나가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며 "인력을 충원하고, 안전시스템을 구축하라. 사고 책임을 노동자에게 묻지 말라. 우리의 요구는 이 세 가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토잉카에서 에어컨 수리 작업을 했던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고 이 본부장은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노동자가 산재로 죽어가는 것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며 "그런데도 사측은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고자 이 사고를 (에어컨 수리 작업을 위해) 장비를 조작했던 노동자의 책임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짚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공공운수노조 제공

분향소 현장에는 A씨와 정비사로 함께 근무했던 동료의 추모 메시지도 있었다. 조모 정비사는 "고인은 내게 직장 동료이자 친구다. 근무지가 다른 곳에 있어 적응이 어려웠던 제게 항상 먼저 밝게 다가와 주고 의지가 되는 친구였는데, 그런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며 "만약 사고 당시에 업무에 충분한 인원을 배치할 수 있었더라면 이런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충분한 인력이 없이 일을 한다는 것은 조급함이 생긴다는 것이고, 노동자는 그로 인해 무리를 하게 된다"며 "그러다보면 노동자 안전에 위협을 받게되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전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인력을 충원하여 노동자의 안전보장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결의대회가 끝난 뒤 김포공항 5번 게이트 택시 승강장 근처에 사망한 노동자에 대한 분향소를 설치했다. 전날 노조 측은 분향소 설치를 시도했으나 공항공사와 경찰 측의 물리력으로 설치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레시안(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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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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